KT가 젊은 직원들의 잦은 퇴사로 골치를 썩고 있다. KT 클라우드 분사와 정년퇴직자가 많다는 점도 원인이지만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직원들의 퇴사가 상당수여서 구조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반년도 안지났는데 퇴사자 1000명 넘어...KT클라우드 분사 이슈와 정년퇴직, 주니어급 이탈


KT 2022년 6월 초 현재 입사자 및 퇴사자 현황.(출처: 국민연금)
KT 2022년 6월 초 현재 입사자 및 퇴사자 현황.(출처: 국민연금)

3일 국민연금 자료에 따르면 KT는 6월 초 현재 올해 입사자가 370명인데 반해 퇴사자는 1038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통계를 봐도 KT 직원 수는 갈수록 감소 추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9년 2만2810명에서 2020년 2만2720명으로 소폭 줄었지만 2021년 2만1759명으로 1년 만에 961명이나 줄었다. 올해 1분기에는 직원 수가 2만1410명으로 1분기 만에 349명이 줄었다. 4~5월에만 700명 가까이 직원 수가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직원 수가 급감한 것은 일단 KT클라우드 분사 이슈가 지목된다. 지난 4월 KT는 클라우드·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부문을 분사해 출범했다. 통신회사를 넘어 디지털 플랫폼기업을 지향하는 KT의 핵심 자회사다. 이 곳에 약 270명의 KT 직원이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년퇴직자가 급증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매년 1000명 이상의 정년퇴직자가 발생할 것이란 얘기도 내부에 돌고 있다. 

이 밖에 KT 입장에서 가장 심각한 부분은 MZ세대로 대변되는 젊은 직원들의 순수 퇴사가 많다는 점이다. 취재결과 사원, 대리, 과장 등 주니어급이 대거 이탈한 것으로 전해진다. 

젊은 직원들은 지난해 사상최대 실적을 냈음에도 그에 걸맞는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불만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KT는 24조8980억원의 매출과 1조671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매출은 4.1%, 영업이익은 41.2%나 늘었다. 

하지만 2021년 기본급은 1%(직원 1인 평균 연 75만 원)만 인상된 정도에 그쳤다.성과급도 특별격려금 명목으로 일괄 100만 원을 지급한 것에 그쳐 빈축을 샀다.

2021년에 노사가 맺은 임단협에서 결정된 사안들이 직원들 처우를 오히려 악화시켰다고 보는 시각도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 파다하다. 

2021년까지 KT는 월 24시간의 초과근무시간을 고정 인정해 월급을 산정하는 포괄임금제였다. 그런데 임단협에서 올해를 기점으로 추가근무 고정인정시간을 일부 감축한 탓에 인당 연간 100만~200만 원 이상의 추가근무수당이 삭감되리란 관측이 나왔다. 2021년 1조 6718억 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냈는데도 사실 연봉은 줄었다고 보는 것이다. 

더 좋은 대우를 받고 이직이 가능하다는 점도 KT 젊은 직원들의 이직을 부추기고 있다. 삼성, SK 등 대기업 뿐만 아니라 최근 통신사 MZ세대 개발 직군에게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곳은 소위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토스)’로 불리는 IT 플랫폼 기업들이다. 이들 플랫폼 기업들은 경력직 수시 공채와 대규모 신입 공채를 번갈아 열면서 개발인력들을 높은 연봉을 주면서 모셔오고 있다. 

KT의 한 직원은 "올해 반년도 안지났는데 퇴사자들이 상당히 많다"며 “체감상 개발 직군에서 퇴사가 심한데 젊은 사원들이 대리 달기 전에 상당수가 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와보면 네임벨류만큼의 좋은 직장은 아님을 알고 떠나거나 체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블라인드에도 직원들 불만 속속 제기...영업이익 성과 공유하는 등 노력해 보지만


이같은 불만은 직장인 익명게시판(블라인드)에서도 나오고 있다. 최근 KT에 왜이리 퇴사자가 많느냐는 질문글이 올라오자 "일반 주니어 퇴사자가 많다. 연봉이 오르지 않아서다", "분사포함 주니어급이 대거 이탈 중. 역파리미드 개선 한참 멀었다. 참고로 나도 퇴사예정", "사상최대 실적인데 월급 깎음" 등 KT 재직자들의 답변들은 한결같았다. 

구현모 KT 대표는 올해까지 1000명 이상의 AI·디지털혁신(DX) 인재를 육성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런 구상을 실현시키려면 유능한 젊은 직원들이 이탈하지 않아야 한다. 갈수록 심화되는 역피라미드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서도 젊은 직원들의 퇴사를 막아야 하는 입장이다. 

이에 KT는 지난해 KT와 노조간에 타결된 임단협 결과에 따라 올해부터 영업이익 성과를 직원들과 공유할 계획이다. 연간추정실적을 기준으로 영업이익의 10%를 KT 직원 수로 나눠 지급할 예정이다. 성과급 개선을 통해 인재 유출을 막고 직원들의 애사심을 고취한다는 전략이다. 

또 KT는 우리사주를 새로 취득하는 직원에게 최대 2000만원을 무이자로 대출해주기로 했다. 기업의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직원들에게 우리사주 취득을 독려함으로써 주가를 부양하고 배당을 통해 성장 과실을 나누려는 것이다. 미래인재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IT에 목마름이 있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면서 개인역량 증대도 꾀하고 있다.

한편, KT 측은 젊은 퇴사자들이 많지 않으며 정년퇴직으로 인한 자연감소가 많다는 입장이다. KT 관계자는 "매년 1000~2000명 정년퇴직이 이뤄지면서 자연감소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젊은 직원들 이탈이 많다는 얘기는 소수 의견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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