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신입생과 취준생
코로나19, 신입생과 취준생

 

코로나 19는 두가지 측면에서 대학 자체를 변화시켰다. 개학 연기로 인한 대학생활 변화와 비대면 강의의 일상화로 인한 지식 습득 경로의 변화다. 이로 인하여 신입생은 대학생이라는 정체성에 대한 인식 자체의 변화를 강요받고 있으며, 취준생은 취업정보 취득의 어려움과 취업 기회 자체 감소라는 중대한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코로나 19 이전으로 돌아 갈 수 없는 상황에서 대학과 대학생은 어떻게 적응해야 할까.

3월초 대학생으로 첫걸음을 내딛는 일은 지난 6년간과 다른 어떤 것, 무척이나 아름답고 가치 있는 하나의 순간으로 기억된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중∙고등학교 시절은 대학입학이라는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한여름의 열기를 감내하는 인고의 시기에 비견기도 한다.

신입생 환영회, 새내기 배움터, 달라진 강의, 흥미로운 동아리 활동, 엠티(MT) 등 신입생이면 누구나 경험했으며, 2020 신입생 역시 기대했던 대학 생활이다. 코로나 19는 이 모든 기대를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기자가 신촌 이대 캠퍼스에서 만난 20학번 신입생 P씨는 자신이 대학생이 되었는지 도무지 실감이 가지 않는 다면서 2학기에라도 개학한다면, "학교 동기들이나 선배들로 북적이는 캠퍼스의 신입생이 되고 싶고 학교 근처 맛집이나 놀거리 탐방도 꼭 해보고 싶다"면서 “새내기 배움터나 MT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20학번 신입생들은 대학 강의를 온라인 수업을 통해서 경험했다. 사이버 강의는 3월 한달로 끝날 것 같았으나 지금은 2학기도 대면 강의를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강의, 과제, 시험 등 거의 모든 일들이 온라인상으로만 진행되는 까닭에 대학 생활 양식과 정보 습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기들과의 만남, 강의실 위치 파악부터 도서관에서의 자료 획득(간혹 E-Book이 없는 교재의 경우) 등 온라인 만으로는 경험을 할 수 없는 부수적인 생활까지. 이는 신입생들에게는 소속감의 결여로 연결되어 정체성의 위기를 겪게 한다.

코로나 19 이전과는 다른 대학생활과 문화, 비대면 강의 등을 일상화된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비대면이 새로운 생활 방식, 강의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신입생들은 줌(zoom) 같은 비대면 솔루션 사용이 언제, 어디서나 가능한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야 말로 코로나 19 이후 첫번째 과제다. 강의와 동아리 활동도 대면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비대면 진행이 전혀 낯설지 않게 될 것이다. 비대면이 대면과 동등한 방식이 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비대면을 대면과 동등하게 받아 들이고 일상 속에서 대학생활이든 강의든 사이버 공간에서 실제 세계를 같이 인식할 수 있는 공감각적인 능력을 가지는 것이 팬데믹 이후 세계에 적응하는 방식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

코로나 19는 이와 같이 대학생활을 송두리째 변화시킨다. 실물경제를 위축시켜 정부는 금리를 낮추고 적극적인 추경편성을 통하여 경기를 부양하고 있으나 IMF는 올해 전세계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취준생들이 느끼는 심리적 어려움은 가히 역대급이라 해야 할 것 같다. 취업률은 교육부 대학평가의 중요한 기준이므로 모든 대학들에게 학사운영의 제일 목표가 된지 오래다. 또한 ‘취업난’, ‘높은 실업률’ 등의 어휘들에 딸린 무게는 고스란히 취준생 개인에게는 생존의 문제로 다가 온다.

여럿이 밀집되어 있는 장소, 밀폐된 장소에 장시간 머무르는 행위에 대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취업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각종 자격증 시험도 취소되었다. 필요한 스펙을 쌓고, 이를 토대로 평가에 유리한 회사를 선택하여 지원서를 제출할 계획을 세워온 취준생들은 현재 ‘멘붕’ 상태다. 전염병 예방 차원에서 학원 운영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일도 늘어났다. 학교도서관을 이용하여 공부하며 스터디를 통하여 상호 취업정보를 주고 받는 일도 과거가 되었다. 혼자서 취업정보를 수집하고 취업준비를 해야 하는 유례 없는 상황이 취준생들 어깨를 더욱 처지게 만드는 것 같다.

대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신입사원 정원을 축소하고 있다. 공공기관 취업 확대나 정부의 혁신 생태계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정보통신, 모바일, 바이오 등 벤처기업이 새로운 취업 기회가 되고 있으나 코로나19로 인하여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하다. 자영업자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하여 소비 위축에 시달리고 있으므로 대학생 아르바이트 시장도 어렵다.

신촌 홍대 앞에서 만난 16학번 K씨는 “코로나 19로 인해 채용 수요가 급격히 축소되어 혼란스러워졌다”며 “주변에 취업 자체를 포기하는 취준생이 늘어 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코로나 19는 취준생 개인이 아니라 전지구적 문제이므로 정부나 사회가 취준생들을 위한 특단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코로나 19 이후 달라 진 취업시장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취준생 뿐만 아니라 취업시장 자체도 바뀌어야 한다. 먼저, 취준생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 온 인턴십 프로그램에 대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하여 대면 인턴십 프로그램 자체가 불가능해 졌다. 체계적인 온라인 인턴십 프로그램을 준비하거나 운영할 준비조차 되지 아니한 기업들은 아예 인턴십 프로그램 자체를 폐지하고 있다. 미국 제이피모건체이스(JPM)나 구글(Google) 등이 인턴십 프로그램을 비대면으로 운영하고 있는 준비된 상황은 우리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업들이 인턴십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것은 가뜩이나 취업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취준생들에게 취업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까지 박탈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취업에 대한 심리적 위축감을 준다.

또한 인턴십 프로그램도 재학 중에 기업에서 일할 수 있는 능력을 습득하고, 졸업 후 취업으로 직접 연결되는 잡인턴십 프로그램으로의 제도 전환이 필수적이다. 현재 국내 대부분 인턴십 프로그램은, 인턴들이 단순 자료리서치거나 자료 복사, 회의준비, 사무실 정리 같은 부수적인 업무를 담당함으로써, 취업에 실질적인 도움도 되지 않고 있다. 회사 팀원으로서 업무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제도를 변경하는 것이 코로나 19 시대에 꼭 필요하다.

삼성적성시험(GSAT) 등에서 보듯이 비대면 시험, 비대면 면접에 적응하는 것도 코로나 19 시대에 필요한 덕목이 될 것이다. 미국은 경영대학원 자격시험(GMAT)도 온라인으로 시행되었다. 취준생들에게는 취업 시험의 비대면화가 피할 수 없는 일상이 될 것이므로 누구나 비대면하에서 취업 시험에 여하히 적응하고 개인적인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코로나 19는 신입생과 취업을 앞두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이중적인 어려움을 주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94, 95학번 졸업생들이 겪었던 어려움을 기억한다면 현재 어려움에 처해 있는 신입생과 취준생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하여 유독 어려움이 가중되는 신입생과 취준생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때까지 정부나 사회의 배려가 필요하다. 신입생들이 대학생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방안, 정체성을 인식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대면 수업 확보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기업과 정부는 취준생들을 위하여 온라인 인턴십프로그램 확대 방안, 취업 확대 기업 인센티브 제공, 취업 전 기초생활 보장하는 사회적 부조, 혁신 창업 활성화, 디지털 뉴딜 정책의 취업기회 확대 정책과의 연계 등 일자리 늘리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생활 방역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대학생활도 일정한 변화가 불가피하다. 개인들도 고립에서 오는 막연한 불안감에서 벗어 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비대면이 일상화된다는 전제에서 상호 소통과 공유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을 만들어 가야 한다. 온라인을 통한 대면이 곧 대면의 일부라는 개념도 받아들여야 하고, 이러한 조건에서 슬기로운 대학생활을 영위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언젠가 지금의 상황 변화가 새로운 일상이 되었을 때, 가장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들에 대해 목록을 작성하며 다시 일상화된 세상에서의 바램을 기억할 것도 추천한다. 각자 간직한 기억의 목록에 이윽고 체크 표시가 가득할 날이 도래한다면 코로나 19 또한 우리의 일상과 생활이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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