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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하지만 화려하게 해주세요」: 공동의 작업을 유연하게 해주는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유쾌한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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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하지만 화려하게 해주세요」: 공동의 작업을 유연하게 해주는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유쾌한 안내서
  • 강윤슬 에디터
  • 승인 2020.07.06 2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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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저널리즘 = 강윤슬 에디터] 얼마 전, 웹디자인을 하기 시작한 친구가 클라이언트와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원하는 걸 정확히 얘기하지는 않으면서 “이건 좀 시각적으로 분석적인 것 같네요.” 하는 무슨 의미인지 알아듣기 힘든 알쏭달쏭한 말을 했다는 것이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디자이너에게 제안을 해달라기에 일단 해서 보여주면 “다 좋은데...” 라며 뭐가 좋고 싫은지 저도 모르며 결국엔 거절했다고 한다. 아니 같은 나라 말 쓰고 있는 건데 왜 말이 안 통하는 거지? 나는 친구의 말을 듣는 순간, 이 책 「심플하지만 화려하게 해주세요」가 떠올랐다. 심플하지만 화려하게라니 이건 또 뭔 소리야? 

「심플하지만 화려하게 해주세요」는 디자인을 독학한 저자 박창선이 브런치북 대상을 수상하며 출판한 책으로, 그는 이미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느끼는 커뮤니케이션의 애로사항을 담은「클라이언트 용어 정리」등의 글로 공감과 사랑을 받은 바 있다. 그의 인터뷰에 따르면 위에 클라이언트와 내 친구와의 대화는 그 친구만의 일이 아니었다. 

업계에 종사하기 시작하다보니 많은 디자이너들이 그런 애환을 겪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단다. 하지만 저자는 20대에 판매직, 영업직, 콜센터, 현장직에서 근무하며 그 나름의 독보적인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구사하게 되었다. 그는 인터넷에서 본 ‘어느 대기업 임원의 말을 통역해줘서 비서가 되었다는 직원’의 일화처럼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의 소통을 돕기 위해 이 책을 쓰게 되었다.

그니까 그 거시기가 대체 뭐냐고요? ‘느낌적인 느낌,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이해해주세요.’에서 벗어나기

한 명은 그 분야의 전문가이고 다른 한 명은 비전문가로서 용어를 잘 모르는 경우,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제한되어 있다. 소위 느낌적인 느낌, “그러니까 거시기 있잖혀~”가 되어버리는 거다. 그니까 그 거시기가 대체 뭐냐고요.......

이 책의 부제는 “원하는 디자인을 뽑아내는 30가지 의사소통의 기술”로,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클라이언트에게 하는 조언이라고 할 수 있다. 돈 내는 클라이언트도 자기가 원하는 걸 제대로 말하지 못해서 답답하고, 디자이너는 뭘 해줘야 하는지 알 수 없어서 답답하고. 요청하는 사람은 뇌를 꺼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보여줄 수도 없고, 디자이너는 궁예도 아니니 관심법을 쓸 수도 없는 노릇.

디자이너인 동시에 클라이언트이기도 한 저자는 협동해야 할 상대들이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이 작금의 현실에 개탄하며 위트 있게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제목부터가 ‘멋지긴 한데 못 알아듣겠어: 디자인 용어 살짝 엿보기’, ‘제가 디자인 감각이 좀 있는데요’, ‘그렇게 물어보면 도와줄 수가 없어’, ‘쟤랑 일할 땐 왜 힘들까’, ‘대표님이 화려한 걸 좋아하세요: 누굴 위한 디자인인가’, ‘우주적이고 유쾌한 사각형이라니: 정확한 디렉션에 대하여’, ‘심플하지만 화려하게 해주세요: 내 욕망 나도 몰라’, ‘보챈다고 쌀이 밥이 되나요: 대충, 빨리. 잘 하는 법’, ‘솔직하 말해서 맘에 안 들어: 피드백은 죄송할 일이 아니다’, ‘내 말은 그게 아니었는데: 의견을 빙빙 돌리지 말라’ 등 현실이 충분히 반영되어 있으면서도 문제 상황을 잘 꼬집고 있다.

읽다보면 현실의 난감한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는 게 꼭 블랙 코미디 같기도 하고, ‘트루먼쇼’처럼 나를 찍고 있다가 보여주는 것처럼 남 일 같지 않아 박수치고 깔깔거리며 웃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단순한 통역사에 그치는 게 아니라 디자이너를 고르는 법에서부터 마지막 마무리까지 소위 A부터 Z까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안내서랄까. 단순히 클라이언트를 대상으로 한 것만은 아니라 가끔 디자이너들이 클라이언트와 일하며 겪을 수 있는 곤란한 상황에서 조언도 빼놓지 않는다. 

유쾌하게 알려주는 톤 앤 매너

흔히 사회생활에서 가장 어렵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일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같이 일하는 사람 때문에 힘든 경우가 많다. 빠름을 강조하는 사회에서 잘 하기까지 해야 하니, 윗사람의 눈치를 보면서 일하는 직원으로서 원하는 결과가 빨리 나오지 않으면 서로 곤란해진다. 이 과정에서 감정이 상하기도 일쑤. 게다가 우리나라는 말을 직설적으로 하기보다 좀 돌려서 얘기하는 걸 좋아하다보니 마음에 안 들어도 부정적으로 피드백을 주기가 참 미안하고 난감하다. 나도 그런 부탁을 할 때에 마음에 차지는 않는데 이걸 어떡하나 고민하곤 했다. 

너무 되바라지게 말을 해서 상처를 줄 필요는 없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억지로 참을 필요는 없다. 아 이런 조언을 들을 때는 10년 묵은 체증이 확 내려가는 것 같고요. 적재적소에 필요한 질문을 어떻게 할지 등을 제시하는데 이게 가려운 등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효자 손 같다. 읽다보면 나도 몰랐던 클라이언트로서 나 스스로의 욕망을 몰랐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며 저자의 통찰력에 무릎을 탁 치게 된다. 흡사 심리학책을 읽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러니까 상대방은 내가 말을 그렇게 해서 답을 할 수가 없었구나... 하고 반성하게 되는 건 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더 나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신입사원처럼 어떤 업계에 새로 들어갔을 때, 그곳에서 통용되는 조직전반의 문화라든가 사용하는 언어 개념 등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일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공동된 목표를 가진 협동 작업에서는 특히 이런 의사소통 기술이 중요하다. 그래야 서로 쓸데없는 데에 힘을 빼지 않게 된다. 근본적으로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다루다보니 읽으면서 이 책은 어쩌면 비단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와의 대화뿐만 아니라 협업을 하는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우리 겁내지 말고, 싸우지 말고, 다치지 말고 일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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