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저널리즘 = 차현지 에디터] 벌써 2020년도 반이나 지났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 같은데, 라는 생각으로 6월 달력을 펼쳐놓곤 2010년대를 생각한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는 많은 걸 겪어냈다. 굳이 겪지 말아야 할 일들도 많이 겪었다. 그런 사건들은 보란 듯이 소설에 드리워져 있다. 

소설은 본래 삶의 모습을 빌어 쓰는 장르다. 그 모습이 다소 변곡점에 근접하고 때때로 특이하게 비춰질 때 우리는 그로부터 소설의 소재를 착안한다. 2010년대는 그야말로 우리가 공통으로 겪은 일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시대였다. 그 시대들이 차곡차곡 소설이 되어 포개진 것을 읽고 있다 보면, 더는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더불어, 어느 정도 공통의 감각을 나누어가진 하나의 공동체의 모습이 보인다. 

그런 공통의 문제를 확인해볼 수 있는 <2020 올해의 문제 소설>에는 12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작년 한 해에 발표되었던 작품들 중에 현대문학 교수들 350인이 직접 선정한 소설들이다. 강화길부터 최은영까지, 다양한 작가들의 문제의식을 살펴볼 수 있는 1년간의 앤솔로지랄까. 나는 이런 류의 컴필레이션 책보다는 작가 개인의 전작을 읽는 것을 더 선호하지만, 이 책 같은 경우에는 상금이 걸려 있는 책도 아니고 어떤 권위를 획득하기 위해 구성된 책이 아니며, 현재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들의 감식안을 통해 발견된 소설들이 꾸려져 있다는 점에서 읽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 책에 실린 소설들을 읽고 있자면, 우리가 어떤 한 해를 보냈는지가 여실히 느껴진다. 강화길의 <오물자의 출현>을 통해 여성 연예인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얼룩진 태도가 엿보이고, 박민정의 <신세이다이 가옥>을 읽으면서는 현대사 속 부동산이 점하는 역사적 맥락을 들여다볼 수 있다. 백수린의 <아카시아 숲, 첫 입맞춤>을 통해서는 사춘기 여자애들의 자매 맺기-연대하기의 과정을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었고, 최은미의 <보내는 이>는 기혼 유자녀인 여성들이 어떤 식으로 조우할 수 있는지를 면밀히 관찰할 수 있게 된다.

이 말고도 위 책에 실린 작가들의 작품을 읽고 있으면 작년 한 해, 그리고 앞으로의 2020년대 한국 소설에 대한 환기와 기대를 품을 수 있게 된다. 2000년대 이후로, 현재 한국 소설가들의 소설은 삶과 문화의 최전선에서 매우 활약하고 있다고 감히 말해본다. 외서가 아닌, 한국 소설들만 읽는 이른바 K-문학러들의 탄생은 작가들의 높은 역량과도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양한 소재와 새로운 감각, 깊은 사유는 소설을 한국 문학의 어떤 경지에 도달할 수 있게 해주었다. 나는 위 책에 실린 작가들, 그리고 실리지는 못했으나 자신만의 언어로 꾸준하게 세계관을 펼치고 있는 수많은 소설가들을 존경한다. 이건 소설가로서, 소설가에게 보내는 내 나름의 연서이면서 기록이기도 하다. 소설가들의 삶은 여느 직장인의 모습과 다름없다. 돈을 벌기 위해 글을 쓰고, 글을 쓰면서 자신의 성취를 온전히 느낀다.

다만 이들은 ‘나’이면서 내가 아니어도 되는 글을 쓴다. 혹은 내가 아님으로써 쓰이는 글을 쓰기도 한다.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섬약한 상태에 놓인 사람들의 손으로 타자를 쳐가면서, 그들이 우리 안으로 편입되기를, 우리가 그들을 품어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하며 쓰는 것이다. 나는 한 작품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시선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다고 믿는다. 내가, 그리고 나의 동료들이 소설을 쓰는 목적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최대한 무해한 값으로 수렴되는 이야기들이 쓰여 있다. 지금의 한국 소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밝은 미래를 향해 있다. 그들이 써내는 2020년대의 표상은 어떠할까. 나는 내일의 소설을 언제나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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