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참가자들(사진=김규용 기자)
행사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참가자들(사진=김규용 기자)

사회적ㆍ경제적ㆍ법률적으로 일정한 테두리가 설정되어 있는 경우 그 테두리 밖에 있는 자를 우리는 '아웃사이더'라 부른다. 그러나 중심적 테두리에 있지 않고 주변에 더 많은 무리가 속해 있다. 사회도 마찬가지 인듯 하다. 사회라는 거대한 구조속에 중심에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사회적 중심으로 가기 위해 끊임없은 노력하는 자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자신을 아웃사이더라고 말하는 시인이 있다. 바로 시인 하린 이다.  시인수첩 시인선 22번째로 하린 시인의 신간 시집 “1초 동안의 긴 고백”이 출간되었다. 그러면서 지난 10일 광화문 교보문고 배움에서 출판기념 낭독회가 북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하린 시인은 2008년 시인세계 신인상을 받으며 작가 활동을 시작하며 첫 시집 “야구공을 던지는 몇 가지 방식”과 두 번째 시집“서민생존현장”을 발표했다. 첫 시집을 통해 청마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하고 두 번째 시집을 통해  송수권시문학상 우수상을 수상과 한국해양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시 창작 안내서 “시클”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6년 출판콘텐츠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시 창작 교재로 사용되고 있다.

하린 시인이 대담을 나누고 있다.(사진=김규용 기자)
하린 시인이 대담을 나누고 있다.(사진=김규용 기자)

이날 행사는 김병호 시인이자 협성대학교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김병호 시인은 시인수첩 주간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사회를 진행하며 김병호 시인은 날카로운 시각으로 질문들을 던져 참여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낭독회를 시작하며 김병호 시인은 “1초 동안의 긴 고백”이 어떻게 집필되었는지에 대해 물었다. 이에 하린 시인은 “변방에 있는 이들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하게 된다. 이러한 아웃사이더들의 목소리와 정서를 시로 표현하며 형상화 하겠다는 생각으로 묶었다고 답했다.

김 시인은 하린 시인에게 시집에 이들의 정서를 담은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하린 시인은 과거 외곽에서 주로 살았고 시인도 정식적인 코스를 거쳐 된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군 제대 후 대학을 다녔고 일하며 공부하는 등 비정석의 환경을 살아 아웃사이더의 정체성을 자신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들의 생각을 잘 알고 있으며 이에 대해 작품을 쓰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번에 출간된 시집이 이미 세 번째 시집인데 그럼에도 자신의 내면에는 우글거리는 아웃사이더의 감정과 예민한 날 선 감각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김병호 시인이 하린 시인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사진=김규용 기자)
김병호 시인이 하린 시인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사진=김규용 기자)

하린 시인의 이번 작품에는 작가의 말처럼 아웃사이더적인 감각의 시들이 주로 수록되어 있다. 제목만으로도 짐작을 할 수 있는데 “통조림”, “물고기 인가”, “은둔자”, “수명 다한 형광등을 위한 노래” 등 다양한 제목으로 실려 감정을 대변해 주고 있다.

“중심부”에 있는 이들은 여유롭지만 변방에 있는 아웃사이더들에게는 여유를 즐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중심부로 가기위해 몸부림치며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발버둥 친다는 것이다. 중심이 아니기 때문에 치열하고 그렇기에 생동감 있게 보인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들은 소외되며 어렵지만 오히려 결코 포기하거나 비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린 시인은 이러한  생동감 있는 삶의 모습을 화자로 보고 이들의 목소리와 정서를 시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물고기인간-/하린

엄마 내가 전체적으로 물고기인가요? 넌 지느러미 없이도 골방을 잘도 헤엄치잖니. 엄마 지겨운 까치 소리 좀 꺼 줄래요. 신경 쓰지 마라 넌 인어(人魚)가 아니라 인조인간 이란다. 그럼 엄마 난 슬플 때 교미를 해야 하나요. 섹스를 해야 하나요. 물을 채워 주마 익사한 채 흐르거라. 산란도 교과서적으로 해라. 짬이 나거든 어제 마감된 원고나 써라. 엄마 엄마의 옆구리에서 자꾸 아가미가 삐져나와요. 신기해요 만지면 비린내가 자라날까요? 난 너에게 어항을 사준 적 없잖니 싫으면 물방울로 번식 하거라. 그럼 엄마 생일날만이라도 미끌거리는 미역 줄기를 심어 주세요. 얘야 물고기는 죽어서 회를 남기고 죽은 물고기는 다시 죽어서 젓갈을 남긴다. 이제 그만 눈을 감았다 떠라 버릇은 바뀌고 태도는 쓸데가 없단다. 뚜껑을 닫으마. 그리고 넌 전체적으로 아가미란다.

김 시인은 하린 시인의 이번 시집에는 두 종류의 결핍된 정서가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대 자본주의와 현대 문명에서 겪게 되는 외부적인 결핍”과 “이별이나 스스로를 폐쇄하며 자기 소외 감정에서 오는 개인적인 차원의 결핍”이라고 말했다. 이에 하린 시인은 이번 시집에 ‘개인적인 차원의 결핍’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목소리를 보다 진하게 표현했다고 말했다.

강연하고 있는 하린 시인(사진=김규용 기자)
강연하고 있는 하린 시인(사진=김규용 기자)

결핍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사람들은 결핍에 의해 욕구가 생기는 것이기에 삶을 활동적이게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하린 시인은 설명했다. 그리고 “결핍은 곧 추동력”이라고 정의했다. 시인으로서도 “이 결핍은 간절함을 만들고 그 간절함이 시로 표현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결핍을 외면이나 무시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삶의 요소이며 시적 요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도 아웃사이더인지라 결핍을 통한 간절함이 시로 쓰여 지고 있다고 말했다.   

북 콘서트 이후 동료 작가들의 시 낭독과 함께 응원의 말들이 오갔다. 이후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정현우 시인의 축하 공연이 이어지며 행사가 마무리 되었다.  이날 행사를 마친 하린 시인은 참석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앞으로 좋은 시로 보답하겠다며 행사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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