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우 시인(왼쪽)과 사회를 보는 조미희 시인이다.(사진=김규용 기자)
정지우 시인(왼쪽)과 사회를 보는 조미희 시인이다.(사진=김규용 기자)

시란 무엇인가. 함축적 언어의 유희일수도 있다. 그러나 언어를 가장 아름답고 짧은 몇 마디로 인생 전체를 그려낼 수도 있다. 가을엔 왠지 시를 읽고 낙엽을 주워야만 할 것 같은 감성이 누구에게나 있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지만, 문득 계절의 변화를 보면 놀라기도 한다. 자신이 시간을 잃고 살고 있다는 것을. 

시집 ‘정원사를 바로 아세요.’를 집필한 작가 정지우 시인과 대담을 나누는 시간이 만들어졌다. 지난 26일 상도동에 위치한 대륙서점은 정 시인을 초청하고 시 낭독회를 개최한 것이다. 정 시인은 지난 13년 문화일보에서 개최하는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올해 4월에 ‘정원사를 바로 아세요.’라는 제목의 첫 시집으로 펴냈다.

이날 행사는 조미희 시인이 진행했다. 정 시인은 시집에 수록된 시를 낭독하며 시와 얽힌 사연을 전했다. 또 시를 쓰기위한 마음의 자세를 설명하기도 했다. 정 시인은 “시인은 자신의 삶과 직·간접적 경험을 토대로 시를 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한 경험들이 마치 짧은 언어적 표현으로 태어나듯 보인다고 했다.

그러한 삶의 고통과 아픔을 쉽게 표현하지 않듯 시도 그렇다는 것이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슬픔을 배재하고 적당한 거리에서 볼 때 독자에게 감동을 준다고 했다. 그러나 시를 읽는 것은 주관적 경험을 바탕으로 읽기 때문에 다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학이 각자 주관적 해석의 공유라 말했다.

-정원사를 바로 아세요-  정지우

나무에 들었던 밤 꽃송이로 피어나듯
정원의 길들은 씨앗을 뿌리며 돋아나지요
최초의 정원사는 육종을 개량하는 이가 아니었을까
나무에도 관상이 있고 지붕의 온순한 풍습을 물려받은
가위로부터 수형은 시작되고

정 시인은 시집의 표제작인 ‘정원사를 바로 아세요.’에 대해 설명했다. 여기서 정원사는 ‘아버지’라고 작가는 설명했다. 그러나 독자의 해석은 다를 수 있다고 했다. 그것은 독자마다 삶의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시인도 객관적 위치에서 거리를 두고 존재를 이미지화 했다는 것. 그러자 아버지가 아닌 자신이기도 했고, 혹은 다른 타자의 모습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시를 낭독하고 있는 정지우 시인(사진=김규용 기자)
시를 낭독하고 있는 정지우 시인(사진=김규용 기자)

그러면서 정원사를 좋은 상황으로 이끌어가는 모든 존재를 정원사로 치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각자 더 좋은 상황을 만들어 가려고 노력한다. 결국 누구나 정원사가 될 수 있고, 정원사가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해석의 방법이 다 다른 것은 바로 문학의 특징이라고 했다.

이어 정 시인은 “우리는 사회에 모든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글을 쓰는 사람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며 시 ‘대피하는 요령’이라는 시를 낭독했다. 사회의 슬픈 사건들을 포괄적의미로 쓴 시라 밝혔다. 사회적 아픔을 얘기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문학으로 얘기하고 은유적 표현으로 자연스럽게 아픔을 치유할 수도, 아픔을 더 강하게 할 수도 있다. 아픔이 더 강한 이유는 그래야 치유가 된다는 것이다.

- 대피하는 요령 - ​정지우

울고 있는 아이
누군가를 잃었을 때는 제 자리에 있어라
빛을 모으듯 네 울음 속에 서 있어라

무너질 것 같은 건물은
외부로 통로가 열리지 않으니
최후의 명령이 도착할 때까지

-하략-

정 시인은 이시에 대해 “참사! 최근의 세월호 참사에서 대구 지하철 참사, 사회에 일어나는 많은 참사가 있다. 이러한 일이 계속 반복적으로 벌어지는 것은 사회가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이러한 사건이 터질 때는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제목처럼 “대피하는 요령”을 알려주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시인은 문학이 독자와 만나면 의식이 변한다고 했다. 물리적인 방법으로 사람을 바꾸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문학으로 자연스럽게 변하는 의식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므로 사회를 바꾸는 것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문학으로 의식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어딜 가나 시 코너가 많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그리고 추억을 떠 올리며 시를 읽으며 가을을 즐기는 것이 어떠냐며 낭독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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