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의 한장면이다(사진=김규용 기자)
연극의 한장면이다(사진=김규용 기자)

사람들은 가끔 일사의 일탈을 꿈꾸며 무인도를 생각하기도 한다. 그리고 무인도에 혼자 혹은 누군가와 같이 표류하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누군가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가끔 사람들은 엉뚱하게도 그런 질문은 한다. 무인도에 혼자 표류한다면 누구이면 좋겠냐며 묻곤 한다. 하지만, 이것은 가정을 두고 말하는 의미 없는 질문이다.

이러한 상상을 최근 대학로 ‘예그린시어터’에 연극으로 등장시켰다. 지난 29일 개막을 한 연극 “무인도에서 생긴 일”이다. 연극은 스페인 카슬레스 솔데빌라(Cares Soldevila) 작가의 1921년 작품이다. 원제 ‘그대로 문명적인’(Civilitzats Tanmateix)을 ‘라 쁘띠뜨 위뜨’(작은 오두막)라는 제목으로 프랑스 극작가 앙드레 루생(Andre Rossin)이 변주했다. 국내에서도 여러 번 작품화가 되었다.

극의 배경은 수잔(필립의 아내),이 남편 필립(수잔의 남편)과 남편친구 앙리(필립의 친구, 수잔의 애인)가 크루즈 여행을 떠났다. 그러나 여행 도중 배가 난파되며 작은 무인도에 고립된다.

이러한 배경이 이미 은밀하고 재미있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그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과거 프랑스 파리에서도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 그리고 국내에서도 신선한 주제로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 이번 작품이 시즌3라는 명목으로 이미 많은 언론이 주목했었다. 아마도 패미니즘 운동이 영향을 미친 탓이라 보여진다.   

연극의 한장면이다(사진=김규용 기자)
연극의 한장면이다(사진=김규용 기자)

그런 면에서 보면 이번 작품은 과거의 주인공 여인들보다 훨씬 개방적이다. 여주인공 수잔이 폴리아모리(Polyamory, 독점하지 않는 다자간의 사랑)를 주장하며 당당하게 상황을 이끌어가기 때문일 것이다. 기존 연극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당당함과 솔직함은 시대적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 것 같다.

사실 여주인공 수잔은 필립의 아내이지만, 앙리와는 애인 사이다. 둘이 이제까지는 애인사이라고 밝히지 않았지만, 무인도에 갇히게 되자 사실을 고백한다. 그러며 필립과 앙리의 대조적인 성격을 보이고 있다. 그런 그들을  수잔은 둘 다 사랑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폴리아모리를 주장하는 것이다.

무인도인 상황. 오직 셋만이 존재하는 공간. 이러한 상황에 많은 일들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연극은 사랑이라는 관점으로 풀어가고 있다. 필립은 당연히 남편으로서의 입장을 주장할 수 있다. 그리고 앙리는 애인으로서의 입장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수잔은 둘 다에게 사랑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정숙하지 못한 사람일 수도 있다.  

연극의 한장면이다(사진=김규용 기자)
연극의 한장면이다(사진=김규용 기자)

여기서 사회규정 논리에 반박하는 주장이 나온다. 수잔이 남편에게 “왜 당신 입장만 생각해?”라는 질문이 나오며 사회적 규정에 대해 반박하는 것이다. 또한 앙리와 불륜사실을 고백하며 “우리가 너무 양심적”이란 말은 분명 기존 사회논리를 파괴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여성의 정숙함이 강조된 사회를 비꼬고 있는 것이다.

사실 현실은 이러한 문제로 많은 사회문제를 겪어왔다. 다만 사회적 통념상 꺼내지 않고 은밀히 즐기는 가십거리였던 것이다. 정면으로 이런 문제를 사회 전면에 내 놓은 것이다. 이번 연극은 각자의 평가가 많이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관객은 사회적 평가보다 더 많은 내면의 의문이 들 것이다.

연극의 대화는 너무나 솔직하고 거침없다. 그 솔직함이 오히려 수잔을 당당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하나만을 사랑하는 것은 사회적 모순으로 치부하고 있다. 앙리와 필립의 대화 중 필립이 “일부다처제는 좀 그래. 특히 정숙한 여자는 더 더욱”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앙리는 “정숙히 바람난 여자도 많아”라는 말을 통해 모순에 대해 비틀고 있는 것이다. 

작품은 마치 정윤수 감독의 “아내가 결혼했다”는 영화의 느낌이 든다. 남편인 필립도 좋고 애인인 앙리도 좋다는 것. 동시에 둘을 사랑한다는 것. 이러한 것을 통해 수잔의 헤픈 사랑이 아니라 가감 없는 사랑에 대해 표현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극은 많은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자칫하면 패러독스에 빠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방종으로 치달을 수 있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하지만, 이종오 연출은 여성의 성적인 ‘폴리아모리’가 아닌 정신적인 문제에 더 집중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 여성이 우월하다는 표현이 아니라 말했다. 여성도 사랑과 사회적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자기 결정권자임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작품에 패미니즘적 사상이 반영된 것이다.  

관객은 연극을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가. 단순히 코미디 연극이라 치부하기에는 많은 관점의 시사를 던지고 있다. 친구이자 아내의 애인 앙리는 “셋이서 행복하게 지낼 생각만 하자”라는 대사로 불편함을 해소하려 한다. 그러면서 같이 방법을 찾아가는 이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이해해야 하는지는 관객의 몫이 된다. 

그러나 중반부에 “원주민왕자”의 등장은 많은 의미를 주고 있다. 원주민 왕자는 힘이 좋고 근육질의 남자로 나온다. 그러면서 이들의 관계가 변하게 된다. 원주민 왕자와 수잔은 서로 욕망에 사로잡힌다.

연극의 한장면이다(사진=김규용 기자)
연극의 한장면이다(사진=김규용 기자)

극중 이들의 이해하지 못할 사회통념에 반한 전개로 인해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수잔이 극중에서 보여주는 행동으로 인해 대리만족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코미디극의 특성상 많은 웃음과 재미를 더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이슈에 대한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기도 하다. 극중 사랑과 욕망에 충실한 수잔의 모습. 그러나 결국 극중 행복을 찾아 고민하는 수잔과 필립, 앙리의 모습을 보게 된다.

수잔 역할을 맡은 구옥분은 “있는 그대로의 사랑을 순수하게 보여주려 노력했다”고 전했다. 관객이 사랑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대리만족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관객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생각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민수 대표는 “연극은 제도나 법의 테두리 속에서 진짜 자신을 보지 못하는 사람의 이야기다. 극단적 설정으로 통해 진정 서로와 자신에 대해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 무인도의 구조라는 플롯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미디 연극은 젊은 세대만 즐기는 전유물이 아니다. 최근 진정으로 사랑해서 사는 중년부부가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연극을 통해서 아내의 심정을 아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고 했다.

이번 공연은 배우들이 출연료 없이, 스태프들과 극장까지도 러닝개런티로 공연을 올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객이 대리만족을 통해 유쾌하게 작품 감상을 하면 좋겠다” 고 끝으로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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