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작가 스테이지가 진행되고 있다.(사진=김나경 기자)
첫 작가 스테이지가 진행되고 있다.(사진=김나경 기자)

기성세대들은 마음속에 과거에 할머니나 할아버지 또는 아버지나 어머니를 통해 들어왔던 이야기가 있다. 물론 최근에야 가족이 핵가족화 되어 조부나 조모를 통해서는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매체가 발전함에 따라 지금의 아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있는 많은 이야기와 다양한 신화들은 많이 사라지고 있다. 이를 책이나 미디어를 통해 최근의 아이들은 듣고 습득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문학주간 2019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 31일 문학주간 2019가 시작되면서 첫 번째 작가스테이지로 ‘옛이야기 그리고 다음 이야기’라는 주제로 열렸다. 전혜정 작가의 사회로 곽재식 작가와 김환희 작가를 초대하여 진행됐다.

곽재식 작가는 ‘한국 괴물 백과’를 펴냈다. 곽 작가는 한국설화에 나타난 한국 고유의 괴물들에 대한 내용을 찾아다니며 이를 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작가이다. 그리고 김환희 작가는 옛이야기 평론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옛이야기들에 대한 평론을 작성하며 기존 이야기에서 있어야 할 것들과 아쉬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평론으로 남기며 많이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이들은 이날 구비문학에 대한 기술방법과 고전설화를 예로 들며 대담을 이어갔다.

곽재식 작가(왼쪽부터), 김환희 작가, 사회 전혜정 작가이다.(사진=김나경 기자)
곽재식 작가(왼쪽부터), 김환희 작가, 사회 전혜정 작가이다.(사진=김나경 기자)

문헌설화에 비해 구전설화는 훨씬 매력적인 부분이 있다고 김환희 작가는 말문을 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설화의 특징상 서사가 환상적인 면과 이야기의 구성이 훌륭하여 사람들에게 교훈을 주는 장점이 있다. 문헌설화와 구전설화는 사회적 차이점이 있고 상류층과 서민층의 서사부분의 차이점이 있다. 문헌은 당시 글을 읽을 수 없는 서민이 아니라, 귀족층을 위한 작품으로 표현이 많이 제한된다. 그러나 구비문학의 경우 당대 서민의 시대적 상황과 사회적 상황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구비문학은 원문 그대로 적는 것이 중요하다. 사투리를 표준어로 바꾸지 않고 사투리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또 이야기를 전달 받은 상황과 6하 원칙을 기본으로 기록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고전설화의 용어에 대해서도 정리했다. ‘화소’는 서사의 최소단위다. 이야기를 이끄는 최소단위 예로 주로 ‘어머니’를 든다. 상황마다 달라지는 계모나 이야기를 전승하기 위하 기본 요소를 ‘화소’라 한다. ‘각편’은 구연자의 버전을 말한다. 즉 이야기는 구연자가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데 이를 ‘각편’이라 한다.

그러면서 또 ‘모티프’란 구전 전승의 힘을 가진 ‘화소’를 ‘모티프’라 한다. 예를 들어 나중에는 아름다운 공주가 되는 ‘못생긴 처녀’는 민간전승에서 흔히 나타나는 모티프이다. 그러나 김 작가는 이런 용어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이야기에 대한 집중'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맥락과 구성이 바르게 전달되어야 한다는 것.

김환희 작가가 설명하고 있다.(사진=김나경 기자)
김환희 작가가 설명하고 있다.(사진=김나경 기자)

이날 행사 중 특히 관객들은 콩쥐팥쥐전에 얽힌 비화는 관객들의 관심과 흥미를 보였다. “1918년 일제강점기 구비설화 본으로 채록된 설화 속 콩쥐는 지금의 이야기와 좀 다르다. 구비설화 속 콩쥐는 베도 잘 짜며 호미질도 잘하는 유능한 여인으로 등장한다. 현재의 문헌설화는 이러한 강한 면과 지혜로운 콩쥐의 일면이 없다.”는 것이다.

또 “콩쥐는 결혼 후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콩쥐가 팥쥐의 모략으로 죽지만, 연꽃과 구슬로 환생해 남편의 어리석음을 깨우쳐주며, 또 다른 교훈을 주고 있다. 1987년 책으로 출간되면서, 이러한 부분들이 삭제되었다. 또한, 황소가 갓신을 가져다주는 내용은 선녀로 변경되고, 팥쥐를 젓갈로 담아 계모에게 먹이는 강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고전소설은 팥쥐를 귀향 보내는 것으로 변경되었다.”는 것이다.

구비설화의 특징은 전달자에 의해 조금씩 내용이 변형된다. 그런 관계로 일제강점기에는 강한 콩쥐의 일면이 보이는 내용이 많이 있다. 특히 전달자가 조금씩 다른 각 설화에 등장하는 조력자도 원형은 동물들이 많다는 것. 그것은 곧 사람에게 많은 실망을 한 세대로 또다른 조력자의 원형을 찾는 것과 과거에서부터 민족이 동물과 관련된 설화가 많은 것에서도 기인한다. 하지만 어려운 시기를 이겨나가기 위해 현실을 강한 의지로 이겨내게 해 주었던 구비설화는 역사적인 측면에서도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곽재식 작가가 설명하고 있다.(사진=김나경 기자)
곽재식 작가가 설명하고 있다.(사진=김나경 기자)

이하는 설문대할망 설화이다.

- 설문대할망 - (한국민속문학사전(설화 편))

태초에 탐라에는 세상에서 가장 키가 크고 힘이 센 설문대할망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누워서 자던 할머니가 벌떡 일어나 앉아 방귀를 뀌었더니 천지가 창조되기 시작했다. 불꽃 섬은 굉음을 내며 요동을 치고, 불기둥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할머니는 바닷물과 흙을 삽으로 퍼서 불을 끄고 치마폭에 흙을 담아 날라 부지런히 한라산을 만들었다. 한 치마폭의 흙으로 한라산을 이루고 치맛자락 터진 구멍으로 흘러내린 흙들이 모여서 오름들이 생겼다. 또 할망이 싸는 오줌발에 성산포 땅이 뜯겨 나가 소섬이 되었다고 한다.

할머니는 몸속에 모든 것을 가지고 있어서 풍요로웠다. 탐라백성들은 할머니의 부드러운 살 위에 밭을 갈았다. 할머니의 털은 풀과 나무가 되고, 할머니가 싸는 힘찬 오줌 줄기로부터 온갖 해초와 문어, 전복, 소라, 물고기들이 나와 바다를 풍성하게 하였다. 그때부터 물질하는 잠녀가 생겨났다.

할머니는 헌 치마 한 벌밖에 없었기 때문에 늘 빨래를 해야만 했다. 한라산에 엉덩이를 깔고 앉고, 한쪽 다리는 관탈섬에 놓고, 또 한쪽 다리는 서귀포시 앞바다 지귀섬에 놓고서, 성산봉을 빨래바구니 삼고, 소섬은 빨랫돌 삼아 빨래를 했다. 가끔은 한라산을 베개 삼고 누워 발끝은 바닷물에 담그고 물장구를 쳤다. 그때마다 섬 주위에는 하얀 거품이 파도와 물결을 이루었고, 몸을 움직이고 발을 바꿀 때마다 거대한 폭풍처럼 바다가 요동쳤다. 한라산에서 엉덩이를 들고일어나 한 발로 한라산을 딛고, 또 한 발로 성산봉을 딛고, 관탈섬을 빨랫돌 삼으면, 세상은 또 한 번 다른 세상으로 바뀐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러한 풍요로움의 근원인 설문대할망도 거대함으로 인해 불행했다. 할머니는 키가 너무 커서 옷을 제대로 입을 수가 없었다. 터지고 헌 치마를 입고는 있었지만 고래굴 같은 자신의 음문을 가릴 수 없었다. 할머니는 항상 탐라백성들을 위해 육지까지 다리를 놓아 주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는 백성들에게 자신의 속옷 한 벌만 만들어 주면 육지까지 다리를 놓아 주겠다고 했다. 할머니의 속옷을 만드는 데는 명주 100통이 필요했다. 탐라 백성들이 명주를 다 모아도 99통밖에 안 되었다. 99통을 베어 짜서 속옷을 만드는데, 속옷 한 벌을 다 만들지 못했다. 인간 세상에 명주가 별로 없을 때라서, 사람들은 모자람과 안타까움 탓에 속이 상했고, 할머니는 음문이 살며시 드러난 미완성의 속옷에 부끄럽고 화가 났다. 할머니는 육지까지 다리 놓는 걸 포기해 버렸고, 그때부터 제주는 물로 막힌 섬이 되었다고 한다.

할머니는 자신의 키가 큰 것을 늘 자랑하였다. 용연물이 깊다고 하기에 들어섰더니 발등에 겨우 닿았고, 홍리물은 무릎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한라산 물장오리물은 밑이 없는 연못이라 나오려는 순간 빠져죽고 말았다.

또 과거 우리나라가 모계사회중심으로 이루어진 탓에 18세기까지 여성을 신으로 여기는 구비설화가 많았다고 곽재신 작가가 말을 이었다. 현대의 독자들은 ‘산신령’을 떠올리면 남성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건 근대와 현대로 넘어오며 가부장제의 영향 때문이라고 밝혔다. 18세기만 하더라도 모계의 영향이 남아있는 사회였다. 19세기로 들어오며 가부장제로 사회가 변모를 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곽재신 작가는 한국사회에 뿌리박고 있는 토속신에 대해 설명했다.

곽 작가는 “과거 우리사회는 산신령과 토속신의 종류가 다양했다. 신라 운제 부인 설화나 망부석 등이 그 한 예”라고 설명했다. 18세기 표류기인 ‘표해록’에는 제주도 ‘설문대할망’이 등장하는데, 한라산을 상징하는 여신이라는 것. 선마선풍’이라 표기되어 있는 ‘설문대할망’은 제주도를 만들었다고 말하는 신이다. 김 작가도 지리산, 대모산, 모악산 등 구비설화를 예로 들며 여성 산신이 많았다고 이야기를 전했다.

곽 작가는 이러한 구비설화를 바탕으로 아동문학을 만들 때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작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동의했다. 전혜정 작가는 팥쥐는 못 생기고 콩쥐는 이쁜 것으로 기억했다. 이에 대해 김 작가는 ‘콩쥐팥쥐전이 등장인물 외모에 관한 언급은 없다. 시각적으로 민감한 아이들의 교육에 주의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러한 것이 각인되어 외모 지상주의가 된다는 의미이다. 또, 고증을 하지 않은 작품은 아이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결과를 만든다며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회를 맡은 전혜정 작가이다.(사진=김나경 기자)
사회를 맡은 전혜정 작가이다.(사진=김나경 기자)

구비설화를 구성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는 국내뿐 아니라, 국가 간 영향을 주고 있는 맥락들을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외부의 것을 배척하는 것보다 수용과 결합으로 더욱 재미있고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제 구비설화는 우리만의 것이 아닌 전 세계인이 공유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비설화 자체가 50%정도는 전 세계가 같은 맥락이며, 나머지는 우리만의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만의 것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서사’에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작가들의 다양한 의견과 앞으로 구비설화나 문헌설화를 어떻게 발전시켜야하며 교육적인 의미와 함께 역사적인 의미도 매우 중요한 자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역사적의미를 찾아볼 수 있는 전통의 구비설화나 문헌설화의 보전과 발전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민족의 우수성을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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