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스테이지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오원숙 기자)
작가스테이지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오원숙 기자)

문학의 생태계가 변하고 있다. 시대적 흐름은 종이책으로 국한되어 있던 문학을 바꾸어 놓았다. 최근 새로운 방식으로 독자에게 작품을 판매하는 작가들이 있다. 이들은 시대적 흐름과 접근방식의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다. 그러면서 문학에 대한 새로운 생태계를 개척하고 있다. ‘일간 이슬아’는 그 좋은 예이다.
 
문학주간 2019 작가스테이션이  “독자와 만나는 새로운 방식”이 지난 5일 대학로 예술가의집 다목적 홀에서 진행됐다. 이날 행사는 오은 시인의 사회로 문보영 작가와 이랑 작가가 참가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글을 연재하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한 것이다. 오은 시인은 2002년 ‘현대시’를 통해 데뷔했다. 시집 ‘호텔 타셀의 돼지들’과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등을 펴냈다. 팟캐스트 ‘책읽아웃’을 진행하며 작가와 독자의 만남을 만들어가고 있다.

문보영 작가는 시집 ‘책기둥’과 산문집 ‘사람을 미워하는 가정 다정한 방식’을 펴냈다. 현재 ‘일기 딜리버리’로 메일링 서비스로 독자와 만나고 있다. 또한, 이랑 작가는 가수와 영화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이랑 네컷 만화’와 ‘내가 30대가 됐다’, 그리고 ‘대체 뭐하자는 인간이지 싶었다.’가 있다. 최는 ‘앨리바바’라는 유료 메일 서비스를 하고 있다.

오 시인은 두 작가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궁금해 했다. 어떤 계기로 시작했는지를 물었다. 이에 이랑 작가는 "작가들은 한 달에 한 번씩 글을 쓴다"고 했다. 작가가 30명이 함께 작업하기 때문이다.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암 투병하는 친구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운영과 회계를 맡고 있다. 또 심심해서 시작했다는 문 작가는 "군대 간 친구에게 편지를 쓰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소소한 일들이 재미있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문보영 작가는 브이로그도하고 있다. 유투브에 '어느 시인의 블로그'라는 제목으로 일상을 소소한 동영상으로 올리고 있다. 이 일은 문 작가가 "우울증 때문에 시작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술을 하는 사람은 규칙적인 생활을 잘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작가는 규칙적인 삶을 통해 활력과 자신을 확인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며 현재 ‘일기 딜리버리’는 연재가 8개월 됐다고 말했다.

이랑 작가는3개월이 넘은 4개월 시작이라고 했다. 처음 좋은 뜻으로 시작한 일이다. 작가 30명을 모아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나 작가들에게 독자들 구독료 인세를 1%만 주고 있다. 그래서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작가는 오래는 지속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6개월 한시적 프로젝트로 했다고 한다. 친구 암 투병 병원비를 마련 할 목적이라면서. 그러나 혼자서는 엄두가 안 났기에 규모를 키웠다는 것이다.

사회를 보던 오은 작가가 구독자에 대해 물었다. 이에 이랑작가는 “생각처럼 구독자가 많이 늘지는 않았다. 일이라 생각하니 작가나 스텝도 모두 에너지가 떨어졌다. 그 결과 구독률도 떨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이랑 작가는 또 “서른 명의 작가가 돌아가면서 쓰고 있는 주제가 슬픔이다. 하지만 자신은 투병 친구문병 다녀온 일은 본인이 쓴다.”고 설명했다.

오은 작가는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하면 생각이 바뀐다.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마감과 책임이 있다면 싫어진다. 내가 글쓰기를 이렇게 싫어했나.”하고 의문이 들 때가 있다며 공감을 표했다. 문보영 작가는 연재가 8개월 되었는데 오히려 구독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루한 일상이 심심해서 시작했다지만 지금은 재미있다고 말했다.

오은 작가는 “주제가 다른 것이 문제인 것 같다. 주제를 통일하면 소재가 좁혀지는 장점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30인의 작가를 모을 수 있었는지 물었다. 이에 이랑 작가는 “ 30명의 작가가 한 달에 한번 연재하는 것이 문제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29명의 글을 다 봐야 기다리는 작가의 글을 읽을 수 있다.”연재에 대한 문제도 언급했다. 그리고 “앨리바바의 큰 주제는 아픔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이다. 이 서비스로 인해 독자에게 다양한 아픔에 대해 이야기 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가들에게 이 프로젝트로 아픈 얘기를 꺼내보자 했다. 작가들도 자기 다양한 아픔에 대해 말하는 것을 동의했다.”고 말했다.그리고 이랑작가는 30명의 작가를 모은 일에 대해 “10명을 잘 모울 수 있는 세 명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은 자영업자라고 소개했다. 

진행을 하고 있는 오은 시인(사진=오원숙 기자)
진행을 하고 있는 오은 시인(사진=오원숙 기자)

오은 시인은 “‘일간 이슬아’가 시초처럼 알려져 있다. 그러며 이런 구독방식이 자리를 잡았다. 다른 사람들이 시작하는 것을 보면 시장이 좁아진다는 위기감은 없느냐.”고 물었다. 문보영 시인은 “없었다. 오히려 시장이 넓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답했다. 이랑 작가도 같이 공감했다.

오은 시인은 “작가에게 콘텐츠를 생산하는 일을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을 했다. 문보영 작가는 “일반적으로 글이 상품이 되는 것에 대한 반감이 있다. 그러나 글쓰기도 노동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독자중에 한분이 피자쿠폰을 주시는 분이 있다. 그 분은 노동을 시작하기 전에 힘내라”라고 한다는 것이다. 문 작가는 “그 노동이란 말이 좋다.” 글로써 일을 하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며 어느 순간부터 군대에서도 편지를 보내오는 독자층이 생겼다고 덧 붙였다.

이랑 작가는 “이슬아 작가가 ‘일간 이슬아’를 시작했을 때, 글쓰기를 노동으로 만드는 것을 보며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청소년 워크샵을 진행했을 때 “청소년들이 커미션이라는 명칭으로 자신의 그림과 글을 파는 것을 본적이 있다.”고 했다. 드디어 '예술을 노동의 가치로 만들었다.”고 느꼈다. 그러며 자신을 "자영업자"라고 소개하는 이유가 예술이 노동이기 때문이라 했다. "이것을  알리고 싶었다.“며 노동을 하는 직업으로 인정받고 싶어했다.
 
오은 시인은 “저도 재능기부라는 말은 싫다. 예술인을 너무 쉽게 소비한다. 이러한 움직임이나 방향은 제게도 자극을 준다.”고 동의했다. 이랑 작가는 자신도 끼인 세대라 지칭했다. 그러며 이 서비스에 있어 충실하지 못한 것은  바쁜 일상도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젊은 작가들이 먹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며 이랑 작가가 시작한 이 서비스는 친구를 돕기 위한 6개월 프로젝트라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은 6개월이 지나면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문보영 작가이다.(사진=오원숙 기자)
문보영 작가이다.(사진=오원숙 기자)

오은 시인은 “피드백이 어떻게 오느냐”고 물었다. “아침부터 너무 우울해진다. 너무 내용이 무겁다.”라는 내용으로 피드백을 받았다. 물론 슬픈 이야기는 무겁고 힘들다. 그러나 익숙해지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암 투병 후원을 위한 일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그러나 역시 30명의 작가 중에 만화가 가장 인기가 많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손 편지면 더 좋겠다"는 피드백은 정말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오은 시인은 “30명의 작가들.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 작가들의 글은 매일 달라진다. 그래서 매일이 재미있다.”며 동의했다. 그러면서 구독하지 않고 포워딩 받는 독자들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물었다. 이랑 작가는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30명의 작가들은 구독자가 많아지는 것에 감동했었다고 전했다.

오은 시인은 최근 미디어의 변화로 인해 문학 생태계가 변하고 있다. 그러며 나이 든 기성 시인과 만났던 경험을 이야기 했다. 기성 시인은 자신의 시가 SNS에서 파편적으로 활용되는 것을 보며 화를 냈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읽어야 시지, 이렇게 파편적으로 읽는 시는... 그러며 현 시스템에 대해 못 마땅해 했다는 것이다. 그러며 기성작가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이랑 작가는 시대에 따라 새로운 것들이 나오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예술이라는 것은 현실에서 발견한 것을 각자의 방법과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용자가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문 작가도 한마디 거들었다. “그 분은 책이나 시를 신처럼 모시는 분 같다. 예술은 파편화되고 손상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가치는 독자가 알아줘야 하는 것이다. 긍정, 부정의 의미보다 함께 공유하며 살아가는 것이라 말했다. 

오은 시인은 플랫폼의 변화와 연재가 작가로서 태도 변화가 있느냐며 물었다. 문 작가는 “전에 블러그에 올리는 글이 좋았다. 개인 일기 내용이었다. 파편화된 자유로운 글, 시도 되고, 에세이도 되지만, 그 글이 좋았다고 했다. 에세이는 주제가 있고 사고의 체계가 있다. 그러나 일기는 장황한 생각의 나열이다. 그러며 자신은 일기가 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글의 완성도를 위해 에세이 화하며 글을 출간한다. 그러면 작가로서 타협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러한 생각들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고 작가로서의 애환을 전했다.

문보영 작가(왼쪽)와 이랑 작가가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오원숙 기자)
문보영 작가(왼쪽)와 이랑 작가가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오원숙 기자)

오은 시인은 몇 년 전 고향에서 발전한 초등학교 일기장 2권. 일기 말미에 똑 같이 적혀있는 “참 재밌었다.”라는 반복적인 글. 이 말을 쓰지 않으면 마치 거짓말인 것 같고, 마치 형식 같아 썼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도 형식에 맞는 에세이를 원하는 사람이 있어 쓴다. 하지만 이러한 틀을 깨는 자유분방한 글이 있어도 좋을 것 같다고 동감했다. 작가들은 최근의 트렌드를 말하고 있었다.

문 작가는 자신은 작품을 다 쓰고 난 다음 마지막 문단을 없애버린다고 했다. 마지막은 독자 스스로 판달 할 수 있도록. 문단의 끝을 작가 자신이 마무리해 버리면 국한된 결론이 나온다며. 기존 형식의 틀을 깨고 독자에게 맡기면 다양한 결론이 나오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최근 소설등에 이러한 현상이 많다. 소설뿐 아니라 시나리오와 웹드라마에 등장하는 방식이다.

문보영 시인의 4번째 볼륨 신작 ‘배틀 그라운드라’는 시집이 나왔다. 이 시집 얘기를 진행하다, 뜻하지 않은 자신의 확고한 노동 개념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사회를 보던 오 시인이 문 작가에게 신작 시 낭독을 부탁하자. 작가는 비용을 더 주면 가능하다고 했다. 이렇게 시작된 노동에 대한 개념. 작가들은 할 말이 많았다.

이랑 작가는 언론사 인터뷰 때에도 인터뷰 비용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니 홍보를 위한 것인데, 어떻게 비용을 받느냐. 오히려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오은 시인이 물었다. 이랑 작가는 “음 인터뷰도 저에게는 노동이다. 노동은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며 작가도 글을 쓰는 노동자임을 강조한 것이다.

문보영 작가는 “저는 이제까지 낭독회를 가면 비용을 반 정도 밖에 못 받은 경우가 허다하다. 놀랍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랑 작가는 “글을 쓰는 일을 해서 인세를 받는 것이다. 홍보에는 노동 비용이 책정되어야 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오은 시인도 거들었다. "전 막 등단했을 때 좀 와서 시를 낭독해줘"라고 하면, "아 나를 불러주는 구나"라고 생각하며 그냥 가서 재능기부라는 명목으로 낭독을 했다고 한다. "이것도 틀림없는 노동인데...". 그러면서 오은 시인도 많은 것을 느꼈다며 이에 공감했다. 

이러한 대담 내용은 젊은 작가들의 삶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었다. 등단을 했지만, 글 청탁이 없는 생활. 곤궁한 형편. 기성세대의 권위 앞에 이들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었다.

이랑 작가이다.(사진=오원숙 기자)
이랑 작가이다.(사진=오원숙 기자)

문 작가는 “‘배틀 그라운드’라는 시집은 제목이 모두 같은 시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다. 시집을 낸 계기는 “우울증 때문이었다. 병원을 찾아 심리상담을 했지만 도움이 안 되었다. 그런데 오빠(친 오빠)방에 들어가서 오빠와 그냥 이야기를 했다. 컴퓨터로 게임을 하던 오빠는 열심히 대답을 해 주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빠는 게임이 끝난 후 대화의 내용을 아무것도 기억을 못 했다고 했다. 이러한 상황이 재미있었고, 배틀 그라운드 게임이 재미있게 보여 제목을 정하고 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랑 작가도 곧 책이 나온다. 단편집 “오리 이름 정하기”라는 제목이다. 이랑 작가는 “한 3년간 쓴 시나리오들을 모아 소설 단편집을 내게 됐다.”고 했다. 영화를 하는 동안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고 말하며 “내 앞길을 막으면, 길로 간다.”라고 말했다. 그런 방편으로 “이 책을 영화화 하는 것이 목표”라 말했다. 이랑 작가는 “문보영 시인을 만나면 브이로그를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고 싶었다.”고 했다. 앞으로 친해졌으면 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이어 객석의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이때 객석에서 한 독자가 질문을 했다. “주제가 새로운 플랫폼의 소통이지만, 입자하면 서 본 노부부가 강연을 듣고 싶어 했다. 하지만, 사전 입장 신청을 하지 못해 입장을 못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물었다. 오은 시인은 운영진에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를 물었다. 운영진은 사전예약자들이 있어서 30분 정도 후에 오셔서 자리가 있으면 입장을 시켜드리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노부부는 돌아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랑 작가는 “어려운 문제다. 인쇄비를 아끼기 위해 출력 포스터를 하지 않았던 일. 돈이 들어가는 일을 피하며 SNS만으로 홍보했던 일. 생각을 많이 해 보아야 할 지점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신세대와 구세대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보영 작가도 같이 동감했다. 오은 시인은 “시대가 변하고 시스템이 바뀌어도, 누군가는 기존의 것이 편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끝으로 문 작가는 “‘일기 딜리버리’에 많은 관심 부탁한다.”고 말했다. 또, 이랑 작가는 자영업자답게 “노인분들을 어떻게 내 공연에 초대할까를 고민하게 됐다. 팬들은 저의 원동력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라며 대담을 마쳤다.  

이날 작가와의 대담은 미디어와 SNS에 문단의 새로운 영역으로의 평가였다. 기성작가들이 생각지도 못한 공간이 만들어 지고 있는 것이다. 이날 바라본 미래의 문학적 영역은 어떻게 진화할지 더욱 궁금해 졌다. 참여한 독자들의 반응도 매우 좋았다. 새로운 문화 소비시장은 이미 열려 있다. 앞으로 시장이 더욱 활성화되어 젊은 작가들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고 ‘노동’을 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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