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라면 진열대. 진라면 1봉지 가격은 지난 2008년부터 750원을 유지 중이다. 사진=뉴스저널리즘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라면 진열대. 진라면 1봉지 가격은 지난 2008년부터 750원을 유지 중이다. 사진=뉴스저널리즘

라면 업계가 가격 인상을 고심 중이다. 원인은 팜유, 옥수수 등 원재료 가격 상승 때문인데 이를 반영할 경우 라면 1봉지 가격은 900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20년 전 라면 1봉지 가격이 480원인 점을 감안하면 이제 라면을 ‘서민식품’이라고 부르기 힘들어 보인다.


‘서민식품’ 라면, 1000원 근접…가격 인상률 평균 9.6%


27일 업계에 따르면 과거 20년 사이 농심 신라면 1봉지 가격은 2배 가까이 올랐다.

2001년 당시에는 480원에 불과했으나 현재 판매가는 830원이다. 농심은 총 7회 가격을 인상했다. 3년에 한 번꼴로 가격을 올린 셈이다.

오뚜기와 삼양라면 등 다른 라면 업체도 마찬가지다.

오뚜기는 2008년 이후 13년째 라면 가격을 동결하고 있으나 지난 2001년부터 2008년까지 5차례 가격 인상을 진행했다. 삼양라면은 6차례 가격을 올렸다.

대표 제품인 진라면과 삼양라면은 2001년 480원이었으나 현재는 각각 750원, 810원에 판매되고 있다.

농심과 삼양라면은 2010년 한 차례 가격을 인하했으나 2011년, 2012년 다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가격 조정은 모두 곡물 가격 변동 시기에 발생했다.

가장 가격 인상 폭이 컸던 시기는 2008년 금융위기 때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여파로 당시에도 원재료인 소맥 가격과 팜유 가격이 크게 급등했다.

라면 업계는 위기 탈출을 위해 라면 가격을 15.4% 인상하며 시장에도 충격을 준 바 있다.

그동안 평균 인상률은 약 9.6%에 달한다. 이를 고려하면 라면 1봉지 가격은 900원을 충분히 넘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라면 업계 또다시 선택기로


라면 업계가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이유는 폭등하는 원자재 가격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현재 업계별로 2~3개월가량 원재료 재고를 보유 중이지만 2분기부터 원자재 투입단가 상승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라면 업계는 가격 인상 대신 원자재 조달처 다변화, 과도한 판촉 활동 축소, 신제품 출시를 통한 인상 등 수익성 방어를 노력했지만 1분기 실적은 모두 참담한 결과를 낳았다.

농심의 1분기 매출액은 전년대비 7.7% 줄어든 634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소폭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55.5% 감소했다.

삼양식품 역시 매출액은 전년대비 10.5%, 영업이익은 46.2% 줄었다. 오뚜기만 매출액 부분에서 3.8%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이 12.2% 감소해 갈수록 영업환경이 악화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영업이익이 떨어지는 원인은 역시 곡물 가격 때문이다. 밀가루와 팜유 가격은 1년 새 각각 약 29%, 75%가량 상승했다. 라면 주원료가 밀과 팜유인 만큼 이 둘의 가격이 오르면 기업의 영업활동에도 악영향을 준다.

라면 업계 외 식품업계는 곡물 가격을 반영하며 위기 탈출을 모색 중인 상황이다.

이에 지난 1~3월 뚜레쥬르, 파리바게뜨, SPC삼립은 차례대로 빵 가격을 평균 5~9%가량 올렸다. 이후 4월 밀가루 가격은 잠시 하락했으나 5월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지난 20년 동안 라면 가격 변동 현황. 자료=신영증권
지난 20년 동안 라면 가격 변동 현황. 자료=신영증권

 


‘서민식품’ 주홍글씨…가격 인상 시 물가에도 악영향


가격 인상 압박을 받고 있지만 라면 업계가 쉽게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 몇 년 동안 가격을 동결한 이유도 서민식품이라는 인식이 강해 자칫 가격을 올릴 경우 물가 상승을 자극한다는 여론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 2008년부터 라면 가격을 동결해 왔던 오뚜기는 지난 2월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가 곧바로 철회했다.

소비자 반발보다는 정부의 눈치 때문이란 이야기가 들려온다.

라면은 ‘소비자 물가지수’ 품목 중 가중치 2.4%를 차지하는 제품이다. 식료품·비주류음료에서 10위권 안에 든다. 즉, 라면 가격이 상승하면 소비자물가지수가 올라갈 확률이 높다.

실제로 올해 탄산음료, 빵, 즉석밥 등 생필품 가격이 상승했고 사료 원물 가격이 올라 돼지고기 등 육류가격도 대폭 올랐다. 여기에 라면 가격까지 상승하면 정부가 우려하는 인플레이션에 도화선 역할을 할 것이란 불안감이 작용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물가지수가 높아지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 민심이 흔들리고 이는 곧바로 정치권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서민식품의 대표주자인 라면 가격 상승은 막아야 하는 게 현 정부의 숙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민들은 라면 가격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실제 라면 1봉지의 가격을 정확히 아는 소비자는 거의 없다.

소비자 대부분 대형마트 또는 편의점에서 낱개가 아닌 4~5개 묶음 제품을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신라면, 진라면, 삼양라면의 1묶음 가격은 각각 3370원, 2750원, 2970원으로 1봉지 가격 대비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다.

또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컵라면 1개 가격도 1000원을 넘어선 제품이 많아, 라면 봉지 가격 인상에 대한 거부감은 적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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