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송희 에디터
사진= 한송희 에디터

 

[뉴스저널리즘 = 조정빈 에디터]우리는 시라는 것을 떠올릴 때, 어떤 것이 제일 먼저 머릿속에 떠오를까? 시는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 말하는 하나의 문학적인 방식이다. 시라는 것은 단순히 이미지를 나열하고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세계를 독자들에게 내미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언술과 상징을 통해 시인 자신의 시적 세계를 펼치는 예술이다. 그렇기에 시인은 은밀하지만, 구체적인 언어로 자신의 내면과 감정을 표현한다. 우리가 시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정황과 구조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조동범 시인은 이번 저서 ‘진술’을 통해 독자들에게 시적 언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조성할 수 있는지 설명한다. 

보통 습작기에 있는 사람들은 종종 진술의 중요성을 간과한다. 일상어로 귀결되는 표현에 그친다거나 스스로 감정에 지배되어 관념적인 언어 이상으로 발전하지 못한다. 시는 언어를 이용하는 예술이기에 텍스트 그 이상의 힘을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묘사만을 이용하여 시를 구축한다면 읽는 이로 하여금 생동감 있게 다가오지 못할 수가 있다. 진술은 직설적이나 그 안에 숨겨진 뜻은 우회적으로 독자에게 다가간다. 시 속 진술이 덤덤하게 시에 섞여 시인의 사유와 감정 효과가 더욱 극대화될 수 있으며 개인적 통찰을 통해 나오는 진술이 가지는 효과를 통해 훨씬 안정적인 시를 만들 수 있다. 관념적인 언어에 감각을 입혀 보는 이로 하여금 새로운 감각의 인식을 줄 수 있고, 일상적인 언어에 감각, 리듬, 상징, 비유를 넣어 표면적인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

그러나 진술과 설명은 다른 결을 가진다. 진술은 시적 언술로서 비유와 상징으로 기능하지만, 설명은 직접적인 전달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조동범 시인은 설명한다. 시에는 언제나 구체적인 시적 감각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진술은 직설적인 화법처럼 느껴지지만, 그 안의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 일상어로 이루어져 있지만, 일상적으로 우리가 감정과 상태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언어가 아닌 시인의 시적 언어로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 조동범 시인은 많은 시를 가져와 이러한 설명에 뒷받침한다. 잘 쓰인 진술로 시가 어떻게 힘을 얻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해당 책 22페이지의 말을 빌리자면 ‘시인의 세계관은 비유와 상징을 내장한 진술을 통해 시적 사유와 세계를 확장한다. 이처럼 진술의 시적 발화와 주제는 서로 다른 층위의 관계를 통해 시적 세계를 만들어낸다.’ 이렇듯 하나의 좋은 진술이 가지는 효과는 하나의 좋은 묘사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설파하고 있다.

현대에 이르러 진술은 파편화된 문장으로 연결되는 구조로 낯선 지점을 향해 환상이 되기도 하고 분절된 형식을 취하기도 한다. 보편적인 연상 체계로 이루어지지 않은 시는 새로움을 제시한다. 이러한 전위의 감각은 독자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시를 관통하는 일관된 감각과 관점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낯선 지점을 계속 두드리면서 시인 내부 의식의 흐름을 제시한다. 이러한 환상적 진술을 통해 우리는 표현하기 힘든 시인의 내면을 모두 드러낼 수 있다. 
 
조동범 시인은 책을 마무리하며 시라는 것에 대해 다가가기 전에 시적 순간이라는 특별한 경험과 지배적인 정황을 포착해보기를 권유한다. 시는 언어로 이루어지지만, 언어가 이러한 정황에 앞서면 우리가 포착한 특정한 순간을 망치기 때문이다. 시는 하나의 이미지이자, 하나의 세계이다. 아름답다는 말을 아름답게 표현하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단순한 아름답다는 단어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언어에는 생명이 있어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뜻을 내포할 수 있으며 다양한 형태로 변화할 수 있다. 우리는 아름다운 것을 본 우리의 경험을 보다 생동감 있게 표현할 수 있고, 덤덤하게 아름다움에 대해서 말할 수 있다. 시인을 꿈꾸는 많은 이들은 그들이 찾고자 하는 낯선 감각과 새로운 세계를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서 적잖은 고민을 한다. 우리 같은 일반인에게도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그런 순간과 감정이 있다. 필자는 ‘진술’을 읽어볼 독자들이 단순 시인의 기술로 치부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러한 것들을 알고 우리가 일상과 마주하면 우리의 감정과 사유도 더 깊은 통찰과 경험을 할 수 있다. 아름다움을 아릅답게 표현할 수 있는 것, 그 방법에 대해서 많은 독자가 이 책을 통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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