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리 원종익 회장(왼쪽), 원종규 대표이사 사장. 사진=코리안리
코리안리 원종익 회장(왼쪽), 원종규 대표이사 사장. 사진=코리안리

국내 유일 재보험사인 코리안리재보험의 경영권 구도 변화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삼남인 원종규 사장이 8년간 최고경영자(CEO)로 활동하며 지분을 확대해온 상황에서 맏형인 원종익 사내이사 회장이 경영 참여를 본격화해 분쟁도 예상된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코리안리 고문으로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던 원종익 회장은 지난달 26일 사내이사 회장 겸 이사회 의장 직위를 달았다.

사내이사로 선임될 경우 경영 전반에 대한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또한, 이사회는 코리안리 내부 최고상설 의사결정기구로 최고경영자의 경영승계 등 지배구조 정책 전반에 대한 의결권도 갖고 있다. 그간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했던 원종규 사장은 최근 맏형인 원종익 회장에게 이사회 의장 자리를 내주게 됐다.

장남이자 주주인 원종익 회장이 경영에 본격 참여하면서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감지된 모양새다. 최대 관심사는 최대주주인 장인순 여사의 지분을 증여받아 실질적인 경영권을 쥘 인물이다.

증여받는 지분량에 따라 누구든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는 상황인 것.

자료=코리안리
자료=코리안리

4월 현재 코리안리는 고 원혁희 회장의 부인인 장인순 여사가 5.72%로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어 오너 2세인 삼남 원종규 사장 4.35%, 장남 원종익 회장 3.52%, 차남 원원영씨 3.18%, 딸 종인·계영 씨가 각각 1.81% 1.71%씩 나눠 갖고 있다.

2015년 12월만 해도 장인순 여사(5.72%) 다음으로 장남 원종익 회장(3.52%), 삼남 원종규 사장(3.50%), 차남 원영씨(3.48%) 3형제 간 지분율이 비슷했고 딸 종인(0.64%), 계영(0.52%)씨 순이었다.

2016년 코리안리 원혁희 명예회장이 타계한 뒤엔 딸 종인, 계영 씨의 지분율은 각각 1.96%, 2.03%로 확대됐다. 고 원혁희 회장이 딸들에게 지분을 상속하면서 형제 싸움의 불씨를 만들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오남매의 보유지분이 각각 2~3%로 골고루 분산돼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경영철학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원종규 사장이 회사 주식을 사들이면서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시작됐다. 균형을 맞춘 지분 구도가 회사 경영을 맡은 원 사장에게 집중되는 형국이 된 것이다.

2013년 6월 대표이사로 선임된 원종규 사장은 2018년부터 집중적으로 주식을 사들였다. 원 사장은 2018년 3월 2차례에 걸쳐 2만 6200주를 매입했다. 또한 2018년 5월 5차례에 걸쳐 6만 2565주를 사들였다. 원종규 사장은 2019년에는 더 공격적으로 주식을 매입했다. 2019년 4월 14만 8000주를 매입했으며 7월 한달간 5차례에 걸쳐 26만 8309주를 사들였다. 8월에도 3차례에 걸쳐 18만 2818주를 매입했다.

이는 원종규 사장은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두고 꾸준하게 지분을 확대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2019년 10월에는 6차례에 걸쳐 19만 4035주를, 11월에는 7차례에 걸쳐 13만 6692주를 매입했다. 그 결과 원 사장의 지분율이 4%대로 높아졌다. 

원 사장은 대표이사로 활동하면서 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들에게 신임을 받은 것은 물론 금융당국 주요 인사들과도 친분을 쌓는 방식으로 지지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원종규 사장이 형제 중 지분이 가장 많은데다 코리안리 사원으로 입사해 35년 이상 회사에 몸담았다는 점에서 경영권 분쟁 발생 시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장남인 원종익 회장은 부친 회사가 아닌 대림산업에서 경력을 쌓은 뒤 2010년 코리안리에 합류했다. 코리안리 기술보험 인수심사 손해사정 자문 등을 담당한 원 회장은 그동안 고문으로 활동하며, 경영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그가 지난해 이사회 의장으로서 경영에 참여하겠단 의사를 밝히고, 올해 초 사내이사 회장으로 등장하면서 형제의 싸움도 본격화될 조짐이다.

코리안리에서 전문성을 쌓은 원종규 사장의 경영권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지만, 장남이 사내이사 회장 자리를 꿰차면서 앞으로 지분구조와 후계구도도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원 사장이 회사 주식을 잇달아 사들이면서 회사의 소유 경영 분리 원칙에도 균열이 생겼다”며 “여기에 장남이 경영 참여가 시작되면서 이른바 형제의 난으로 불리는 경영권분쟁이 가시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코리안리 관계자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역할 분담은 이사회 독립성 제고 및 회사 책임경영체제를 강화하는 취지에서 이뤄졌다”며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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