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정재호 신임 감사. 사진=정재호 전 국회의원 페이스북
기업은행 정재호 신임 감사. 사진=정재호 전 국회의원 페이스북

기업은행 정재호 신임 감사의 첫 출근길 분위기는 날씨만큼 따뜻했다. 그동안 정부가 임명한 임원에 대한 노동조합의 반대가 심했지만 정 감사에 대한 태도는 달랐다.

9일 기업은행에 따르면 정재호 감사는 이번 주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정 감사는 전 직원에게 메일을 통해 취임 인사와 함께 앞으로 각오를 밝혔다.

정재호 감사는 “IBK는 어려울 때마다 국가 경제의 버팀목 같은 역할을 해 왔다”며 “특히 지난해 코로나로 촉발된 어려웠던 시기에는 임직원 여러분께서 누구보다 훌륭하게 그 역할을 수행하신 점을 알고 있다. 이처럼 사명감 깊고 역량 있는 여러분과 함께하게 돼 마음이 든든하며 제가 생각하는 IBK를 위한 담론을 토의해가면서 보다 발전된 IBK를 만들어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 감사는 재직 기간 중 직원들에게 3가지를 약속했다.

그는 “직원 보호를 위해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며 “투자상품 판매로 인한 현장 직원 여러분의 고통과 피해를 최소화하고 리스크를 줄여나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잘 살피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우수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금융계, 노동계, 그리고 정치 분야에서 쌓은 역량과 네트워크로 여러분에게 정당한 보상을 안겨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재호 감사는 제20대 국회의원 출신이다. 1989년 외환은행에 입행한 뒤 신용카드사 노조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 후보 캠프로 합류한 후 정무기획비서관실 행정관, 시민사회수석실 선임 행정관, 사회조정비서관, 국무총리실 민정수석을 역임했다.

이후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노동위 대변인 활동을 하다 2016년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국회에선 주로 정무위원회서 활동했다.

마지막 약속으론 소통을 강조했다.

노동조합은 관 출신 외에도 정치권 인사가 내려온 것을 탐탁지 않았다. 이에 노조 측은 정 감사에게 노조추천이사제, 금소법, 부실 사모펀드 사태 등 최근 이슈에 대한 생각과 앞으로 입장을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출근날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는 노조가 던진 질문에 대한 답변인 셈이다.

정재호 감사는 “노동조합에서 주신 서면 자료를 검토하고 노조위원장과 깊은 대화도 나눴다”며 “IBK가 처한 현실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노동조합과 함께 여러분이 행복하고 꿈꿀 수 있는 IBK가 되도록 감사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일각에선 정재호 감사가 노동계 출신, 여당 인사이기 때문에 반감이 적었다는 평가다. 

현재 금융노조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책연대를 펼치고 있다. 따라서 감사 자리에 민주당 인사가 오는 걸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과거 2014년 당시에는 이수룡 전 신창건설 부사장이 임명되자 노조가 출근 저지를 전개한 바 있다.

선임 반대 이유는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일한 전력이 있어 정피아(정치인+마피아)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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