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보 한국대부금융협회장. 사진=한국대부금융협회.
임승보 한국대부금융협회장. 사진=한국대부금융협회.


임승보 한국대부금융협회장이 3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일부 회원사 사이에선 ‘꼼수 위에 꼼수’로 연임에 성공했다는 지적도 있다.

첫 번째는 꼼수는 임승보 회장이 단독 후보로 나서 본인에게 투표한 것이고, 두 번째 꼼수는 위임장을 다수 확보해 총회에서 속전속결로 연임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사실상 셀프 추천, 셀프 확정으로 3연임이 결정됐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 임승보 회장 선출과정에서 법적 문제가 있는지 법무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하면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첫 꼼수, 이사회 의장이 자신에게 투표


사건 발단은 지난 1월 2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부협회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차기 회장 후보를 논의했다.

논의 끝에 후보는 현 임승보 회장이 단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어 이사회 참석 이사들이 투표를 진행한 결과 5:5로 동수가 나왔다.

회원사 대표 9인점을 감안하면 반대표가 많았지만 임승보 회장 본인도 투표를 행사하면서 5:5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사회 의장도 투표 권한이 있다는 논리인데, 일반적인 시각에서 봤을 때는 부적절해 보인다.

참고로 다른 금융협회는 물론 금융회사도 현직 회장이 차기 회장을 선출하는 선거에 나왔을 경우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는 게 관례다.

오히려 회추위 위원장을 선정한 후 차기 회장 후보군을 추린 후 단수 또는 복수로 추천한 뒤 회원 총회에서 표결로 진행된다.

그러나 대부협회의 경우 회장이 이사회 의장, 회추위 의장직을 함께 맡으면서 셀프 추천 논란을 초래한 것이다.

가부동수가 나오자 이사회 의장인 임승보 회장이 빠르게 가결을 선포했다. 정관 규정에 따르면 가부동수인 경우 의장이 결정하게 돼 있어 불리한 판세를 역전하는 데 활용한 것이다.


두 번째 꼼수, 백지위임장 확보 뒤 의안 속전속결 처리


이사회서 단독 후보로 결정됐어도 넘어야 할 산은 남아 있었다. 바로 모든 회원사가 모이는 정기총회다.

하지만 임승보 회장의 질주는 거침없었다. 오히려 앞서 이사회보다 쉽게 해결된 모습이다.

대부협회는 2월 24일 정기총회 개최를 위해 회원사에 ‘제12기 정기총회 소집 통지’ 공문을 발송했다.

소집통지서에는 ▲2020년 결산 승인 ▲2021년 사업계획 보고 및 예산 승인 ▲제5대 협회 임원 선임 등 안건이 기재됐다.

하지만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 채 소집통지서에 위임장을 첨부하면서 의안에 대한 찬반 의사를 표하는 내용이 없이 ‘의결권 행사에 필요한 일체의 권한을 위임’하는 내용만 명시했다. 또 수임인란은 공란으로 두게 했다.

사실상 백지위임장인 셈이다.

협회는 안건 내용은 부실하게 설명했지만 작성 요령은 자세히 안내했다. 먼저 대리인란은 공란, 회신 연월일 작성, 회사명·대표명 연락처 작성, 법인인감 날인 등을 작성하는 방법을 안내했다.

그 뒤 친절하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가급적 참석보다 협회에 의결권 위임을 정중히 부탁드립니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확보된 위임장은 약 500건으로 알려졌다. 총 회원사가 1300개인 점을 감안하면 총회 인정 사유인 1/3 참석률 조건을 충족한 셈이다.

모든 사안을 위임받은 협회는 모든 안건을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당일 총회에 참석한 회원사는 약 40명으로 절차상 문제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부협회가 회원사에 발송한 위임장 작성 요령 안내문.
대부협회가 회원사에 발송한 위임장 작성 요령 안내문.

 


법정 협회인 한국대부금융협회…금융당국 그동안 뒷짐


뒤늦게 금융감독원은 대부협회장 선출과정과 관련해 법무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하지만 유권해석이 임승보 회장에게 불리하게 나와도 재선거를 치르긴 힘들어 보인다. 다음 선거 때부터 강화된 내부통제를 적용한다고 협회가 결정하면 회장 선거를 다시 하라고 으름장을 놓을 수 없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법정 협회인 대부금융협회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단 지적도 있다.

대부협회장 선거 논란도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서 김병욱 의원 질의로 수면 위로 떠 오른 것이다.

김 의원은 은성수 금융위원장에게 “대부협회장 선출과정에서 회장추천위원회도 없고, 공모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규정과 정관을 살펴봐야 하겠지만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사실 금융위원회는 대부업법 제18조의 9에 따라 한국대부업협회 정관에 관한 허가권과 협회 임직원에 대한 처분과 조치권을 갖고 있다. 즉, 조금의 관심만 갖고 들여다봤다면 선거에 대한 공정성을 높일 수 있었단 얘기다.

일각에선 같은 ‘관’ 출신이기 때문에 알고도 눈감아 준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임승보 대부협회장은 1974년 한국은행에 입행한 뒤 신용관리기금을 거쳐 금융감독원 비은행감독국 비은행총괄팀장, 분쟁조정국 부국장 등을 역임했다.

대부협회장은 2015년 취임한 뒤 6년째 수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회장의 급여는 약 2억원 대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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