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예금보험공사
자료=예금보험공사



대형 증권사의 신용등급에 경고등이 켜졌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위험 투자를 확대하면서 기존 재무건전성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구NCR)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들은 구NCR을 잣대로 등급 강등을 검토하고 있어 증권업계의 건전성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예금보험공사가 발표한 금융투자업자 경영위험분석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증권회사 영업용순자본비율(구NCR)은 202.3%로 지난해 같은 기간(213.6%)보다 11.3%포인트 하락했다.

해당 비율이 낮아졌다는 건 그만큼 재무 상태가 악화했다는 얘기다.

NCR은 기존 재무건전성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구NCR)과 2016년 도입된 순자본비율(신NCR)로 구분된다. 

구NCR은 유동성 자기자본(영업용 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눠 얻어진 비율로 보통 150% 이하로 떨어지면 심각한 수준의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여긴다. 150%를 밑도는 증권사는 경영개선 권고 대상이었다.  

영업용순자본비율(구NCR)은 2016년 순자본비율(신NCR)로 개편됐지만, 여전히 과거 영업용순자본비율에 의해 신용등급이 결정되며 이에 따라 조달 비용이 연동되기 때문에 구NCR 비율 관리도 필요한 상황이다.

예보에 따르면 구NCR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이하 ‘종투사’)가 164.4%로 가장 낮았고 대형사(266.5%, 종투사 제외), 중·소형사(329.1%), 외국계(695.5%) 순이다.

종투사들이 지속해서 위험을 확대하면서 총위험액 증가율(20.6%)이 영업용자본 증가율(14.2%)을 초과한 데 기인한 것이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종투사는 KB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 메리츠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총 8개사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종투사의 구NCR은 한국투자증권이 149.5%로 가장 낮았다. NH투자증권(151.5%), 미래에셋대우(158.1%)는 150%를 겨우 웃돌았다. 이어 신한금융투자 161.2%, 삼성증권 172.5%, 하나금융투자 180.9%, KB증권 181.6%, 메리츠증권 187.9% 순이다.

특히 총위험액 중 주식위험액 및 집합투자증권 등 위험액 중심으로 1년 전 대비 시장위험액(3.1조원)이 증가했으며, 신용위험액(1.2조원)도 증가했다.

총위험액의 빠른 증가는 금융시장 급변동 및 경기 침체 시 자본의 대응 여력 부족을 초래하고, 구NCR이 지속 하회할 경우 자금 조달에 영향을 주는 신용등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신NCR이 등장했지만, 신용평가사들이 구NCR을 자본적정성 잣대로 삼아 신용등급을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NCR은 자기자본과 위험액이 모두 분자에 있어 자본 규모가 클수록 위험투자를 용인하는 구조라 위험 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변별력이 적다고 본다.

신용평가사는 구NCR이 자본 규모 대비 위험가중치 수준을 나타내기 때문에 위험선호도 측정에 용이하다고 판단해 해당 비율을 활용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증권사별 위험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칙에서 구NCR을 적용하고 있다.

신평사가 기업의 장기 신용등급을 결정하는데 쓰이는 재무건전성 지표로 150%가 안되면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된다.

이미 국제 신용평가사는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대형 증권사들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무디스는 지난해 하반기 건전성 문제 등을 이유로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바꿔달았다. 

결국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하반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자본적정성 개선을 위해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총위험액이 빠르게 증가하거나 특정 부문 위험액에 더욱 노출된 회사별로 관련 추이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8개 종투사 가운데 하나금융투자를 제외한 7개사는 2020년 6월 말 총위험액이 1년 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KB증권의 2020년 6월 말 총위험액은 1년 전 대비 31% 증가했고, 같은 기간 신한금투 29.8%, 미래에셋대우 29.2%, 한투증권 24.8%, 메리츠증권 22.6%의 증가율을 보였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집합투자증권(펀드) 잔고 대비 위험액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위험 값이 높은 고위험자산 편입비중이 높아졌을 가능성도 추정해볼 수 있다”며 “자기자본대비 위험액 비율이 높거나 위험액이 빠르게 증가하는 회사를 중심으로 관련 추이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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