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저널리즘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스튜어드십코드)에 대한 의문이 점차 커지고 있다.

여론의 눈치만 살핀 채 실행력은 없는 무의미한 의결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6일 대한항공 임시주총에서 정관 일부 개정안건이 통과했다. 개정안건은 대한항공의 발행주식 총수를 2억5000만주에서 7억주로 늘리기 위해 주주들의 의견을 묻는 것이다.

이번 안건에 국민연금은 하루 앞서 반대표를 행사하겠단 뜻을 밝혔다. 국민연금의 대한항공 지분율은 8.11%로 2대 주주다.

국민연금은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며 부정적 의견을 보냈다. 하지만 결과는 찬성 69.98%로 통과됐다.

사실상 다수의 기관투자자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반대표를 행사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진짜 정관변경에 반대 뜻이 있었다면 굳이 하루 전에 결정할 게 아니라 이전부터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며 “여론의 눈치를 살피다 하루 전 갑자기 발표하는 건 스스로 명분만 갖고 실리는 없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의 앞선 행보를 되짚어 봐도 이해하기 힘들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대한항공 정기주총에서 조원태 회장을 지지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임시주총 반대표 행사는 조원태 회장을 견제한 게 됐다.

국민연금의 오락가락 주주권 행사는 대한항공 외 LG화학 주총에서도 나왔다.

LG화학은 지난해 10월 임시주총을 통해 전지사업부문을 떼어내는 물적분할안을 안건에 올렸다.

당시에도 국민연금은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찬성률은 82.3%로 국민연금의 목소리는 메아리로 그쳤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3949개 안건 중 찬성 3301건, 반대 648건 의결권을 행사했다. 반대 의결권 행사 중 실제 부결된 안건은 11건뿐이다.

국민연금의 의미 없는 주주권 행사에 대해 노동시민사회단체도 반발한 바 있다.

참여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양대 노총 등은 2020년도 제10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항의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2년 반이 지났지만 성과는 없는 점을 꼬집었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서 2020년부터 사외이사 후보 추천과 주주제안을 기금운용위원회 의결에 따라 시행하기로 했다.

기업의 이사회가 독립성에 문제가 있고 개선의 여지가 없을 경우 독립이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주주제안을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제대로 된 사외이사 후보 명단을 만든 적도, 추천한 사례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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