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각 사.
사진=각 사.

올해 은행산업은 위기의 연속이란 불안감이 남아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라는 대형악재 속에서도 건실한 성장세는 유지했지만, 반대로 언택트 일상이 가속화되면서 금융환경도 대변화를 맞이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2021년 주요 은행장의 신년사에도 이와 같은 위기감을 느낄 수 있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금융 플랫폼 생태계를 주도하기 위해 기존 전통은행의 틀을 깰 것을 주문했다.

허인 은행장은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사라지는 가운데, 빅테크 기업들과 디지털 전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라며 “최근 정부도 은행의 플랫폼 사업 진출을 허용해준 만큼 조직의 강점을 살려 고객과 시장에 대응하는 속도를 높이고 기존 디지털 플레이어보다 혁신적이고, 매력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광석 우리은행장은 비대면 핵심 채널인 ‘우리WON뱅킹’을 국내 대표 앱(App)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과 역량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권 행장은 “디지털 혁신은 철저히 고객 관점에서, 고객을 중심에 두고 진행돼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며 “우리은행을 거래하는 고객이라면 대면과 비대면 모든 채널에서 최적화된 금융을 체험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주요 은행장이 디지털 영업력을 피력한 이유는 올해도 빅테크 기업들의 위협이 계속될 것이란 불안감 때문이다.

실제 2020년 마이데이터 사업이 도입되면서 인가를 신청했던 사업자들이 올해 상반기 중 본인가를 받고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 중에는 은행, 증권사, 카드, 저축은행, 캐피탈사 등 각종 금융회사와 함께 디지털 플랫폼을 장악한 빅테크 기업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가 일반화되면서 디지털 채널의 중요성이 높아진 가운데 투자자문과 투자일임이 가능한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등장은 은행의 예금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2021년 도입될 종합지급결제업 면허까지 받을 경우 계좌발급, 이체, 송금까지 가능해져 사실상 은행산업 내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는 셈이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고객 중심의 영업을 강조했다.

진옥동 은행장은 “금융소비자보호법을 비롯한 제도적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며 “상품선정 프로세스를 포함한 내부통제 전반을 빈틈없이 살피고 같이성장 영업문화가 정착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새내기 은행장인 권준학 농협은행장도 “단순히 금리 조건이 좋은 상품이 아니라 고객에게 더 높은 가치를 드릴 수 있는 상품을 제공하고 최적화된 마케팅을 실시해 고객 기반을 넓혀 가야 한다”며 포부를 밝혔다.

고객의 중요성은 매년 강조해 온 말이다. 하지만 올해는 말의 무게감이 다르다.

2021년에도 0%대의 초저금리가 지속될 전망이다. 이자이익이 비이자이익의 5배를 상회하는 국내은행의 수익구조 상 저금리 상황은 은행의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시장금리가 더 내려가지 않고 현재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기존 대출의 갈아타기 및 만기연장, 신규대출 집행 등의 과정에서 잔액기준 대출금리가 하락할 수 있다. 이는 순이자마진의 최저치 경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금고객 역시 투자로 전환해 고객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도 높다.

이와 함께 올해 3월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이 통과되면 규제 관련 비용도 증가한다. 은행은 적합성 및 적정성 원칙 준수, 설명 의무 준수,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 금지, 광고 규제 등 영업행위 관련 규정 준수를 위한 비용이 예상된다.

앞으로는 불완전판매 등 사건이 발생할 경우 입증 책임이 은행에게 부과돼 패소 가능성도 높아지며 패소 시 적용될 과징금 및 손해배상 기준도 크게 높아진다.

결국 은행 고객이 떠나지 않도록 높은 수익률을 보장할 상품 소개와 소비자보호를 위한 리스크관리도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기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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