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2채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가 총 228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유주택자의 15.9%를 차지하고 있으며, 2012년 대비 약 40% 증가했다.

KB금융그룹은 29일 올 한해 부동산시장에 대한 진단과 '내년도 시장 전망을 담은 '2021 KB부동산 보고서(주거용편)'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KB경영연구소가 선정한 '2020년 부동산시장의 주요 이슈분석과 급변하는 부동산 시장의 변화를 진단하기 위해 전국 500여개 중개업소, 학계, 업계(건설업, 금융업 등) 그리고 KB국민은행 PB 대상 설문조사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에 주택을 소유한 가구(2019년 기준)는 약 1145만 가구로 이 가운데 1채를 보유한 가구가 72.3%(829만 가구), 2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 가구는 27.7%에 달했다. 거주 지역별로는 경기(24%), 서울(17%), 경남(7%), 부산(7%) 순으로 상위 4개 지역에 전체 다주택자의 약 55%가 거주하고 있다. 다주택자 비중이 높은 지역은 강남구(21.5%), 제주 서귀포시(21.2%), 제주 제주시(20.5%), 그리고 서울 서초구와 세종시(20.4%) 순으로 나타났다.

다주택자는 2015년 이후 연평균 4.8%씩 증가할 정도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당시 10년간 임대시 양도세를 100% 감면해주는 혜택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이후 2017년 국토부가 임대주택 등록시 취득세·임대소득세·양도세·종합부동산세 감면, 건강보험료 인하 등을 담은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임대사업자등록이 크게 증가했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누적 등록임대사업자는 약 51만1000명이고 등록임대주택은 156만9000호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8월 소득세법·법인세법·종부세법 개정안을 처리함에 따라 내년부터 다주택자의 세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지역에 평균 아파트(약 9억원) 2채를 보유하고 있는 다주택자의 경우 2017년 종부세를 포함한 보유세가 약 281만원이었으나 2020년에는 약 700만원, 2021년에는 1500만원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가 주택을 보유한 강남구 평균가격 아파트 2채(연재 약 17억원)를 보유한 다주택자는 2017년 보유세 970만원을 납부했다면, 2020년에 2700만원, 2021년에 약 6000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부동산 보유세율이 높아지자 상당수 다주택자들은 주택 처분을 위해 매각이 아닌 증여를 선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1~10월까지 전체 아파트 거래 가운데 증여는 약 7만2000건을 기록했으며, 7월 한 달간 약 1만4000건이 증여됐다. 자녀에게 증여시 증여세 면제한도(6000만원)가 크지 않지만, 타인에게 매각하기보다 자녀에게 주택을 물려주기로 결정한 사람들이 더 많았다.
 


수도권·5대광역시 높은 상승세… 30대 거래도 크게 늘어



올해들어 주택 매매거래량이 크게 늘어났다. 특히 30대 비중이 8월 이후 급등했는데, 소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을 정도로 자금을 최대한 조달해) 투자로 적극적으로 매수세에 나서고 있다고 해석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2030세대의 거래량이 19.8만호로 다소 적게 형성됐다면, 올해 10월까지 거래량은 2030세대가 25.9만호로 급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수년간 주택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비탄력적인 수요를 가진 30대들이 그동안 미뤄왔던 주택 구매를 더 이상 미루지 못하고 주택을 구매하거나, 지속적인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로 추격매수를 하는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30대 비중의 증가는 상대적으로 자산과 소득이 부족한 30대 가계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비수도권에서는 대전의 상승세가 단연 돋보였다. 1~11월 누적 주택가격 상승률은 10.9%로 서울의 9.3%보다 높았다. 대구, 광주는 올해 초 상승세가 다소 둔화됐으나 추석 이후 다시 상승폭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부산은 올해 하반기부터 가격이 재상승하면서 다시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으나 여전히 상승폭이 확대되고 있다. 게다가 장기간 하락세를 보이던 울산까지 단기간 높은 상승세로 전환되면서 5대 광역시가 전체적으로 빠르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과 수도권의 전세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향후 신규 입주물량도 점차 감소하고 있다. 올해 신규 입주 물량은 약 36만호로 지난 3년간 연평균 42만호 대비 14% 정도 낮다. 2021년 이후 수도권뿐 아니라 5대 광역시, 기타 지방의 신규입주 물량이 점차 감소할 예정으로 공급부족에 따른 전세시장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
 


전 지역 전세가격 상승세, 7% 상승 예상도



KB 협력 공인중개사 506명을 대상으로 주택매매시장과 전세시장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2021년 주택매매시장은 지역별로 3%내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은 공급이 부족하고 기타지역은 공급부족과 전세수요의 매매전환으로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1~11월까지 수도권 매매가격 상승률이 9.2%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상승세는 다소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세시장 불안에 대한 우려는 더 높게 나왔다.

전 지역에서 전세가격 상승세를 전망했으며, 특히 7%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응답도 대다수를 보였다. 올해 전국 전세가격 상승률이 5.4%인 점을 감안할 경우 향후 전세시장 불안우려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세가격 상승요인으로는 전세물량 감소 여파가 가장 클 것으로 지적됐다.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양도세 인하와 정비사업 활성화를 꼽았다. 수도권 뿐 아니라 기타지방에서도 양도세 인하 등 거래활성화 대책이 1순위로 선택됐다. 이어 도심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임대차법 일부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투자유망 부동산으로 분양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높게 나타났다. 분양 아파트(30%)는 모든 지역에서 투자유망 부동산 1순위로 선택됐다. 2순위로 서울은 재개발·재건축을 선택했으며, 경기권은 신축주택을, 기타지방의 경우 신축주택과 토지에 대한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KB경영연구소 관계자는 "2021년 주택시장은 전세시장 불안, 다주택자 세금부담 영향, 코로나19 지속에 따른 경기침체 여파가 화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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