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대출 문턱이 급격히 높아졌다.

금융당국 차원에선 가계대출 증가세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하지만 급하게 자금이 필요한 서민들에겐 상당한 충격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은행원은 직장인 신용대출에 이어 전문직 신용대출 한도도 줄였다.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군에 대한 신용대출 한도를 최대 3억원에서 2억원으로 낮췄다.

우리은행 역시 전문 자격증 보유자, 의사, 법조인 등 이용 가능한 스페셜론 한도를 3억원에서 1억원으로 내렸다.

하나은행도 전문직에 대한 신용대출 한도 하향 조정을 고민 중이다.

국민은행은 연말까지 1억원이 넘는 모든 가계신용대출을 집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신규 신용대출을 받을 때 기존 신용대출과 합쳐 1억원이 넘으면 승인을 내주지 않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신용대출 외 타행에서 받은 주택담보대출을 대환하는 것도 막았다. 또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택담보, 전세대출도 전면 중단한다.

은행권은 지난 10월부터 신용대출금리를 높이며 가계대출 억제에 나섰다. 하지만 이후에도 대출 총량이 증가하자 금융당국의 질책이 이어졌다.

11월 중 은행권 가계대출은 13조6000억원 증가했다. 이중 주택담보대출은 6조8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이 7조4000억원 늘며 총량이 늘었다.

신용대출 증가 원인은 주식투자 바람과 함께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방안 영향으로 규제 전 돈을 빌려놓자는 서민들의 불안감도 한몫했다.

실제 금융당국이 지난달 13일 연봉 8000만원 이상 고소득자의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 억제 방안을 예고한 뒤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이 늘었다. 이 기간에만 4조8495억원의 신규 신용대출이 집행됐다.

이처럼 신용대출 증가는 금융당국의 정책 실패에서 비롯됐음에도 불구하고 총량 관리에 실패한 시중은행 담당 임원을 소환하겠단 으름장을 놓으면서 은행 역시 대출영업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사실 가계대출 관리방안이 시행된 후 신용대출 증가액은 줄었다. 12월 들어 일주일 동안 은행권 신용대출 증가액은 458억원에 불과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시행한 지 한 달도 안 됐다. 그 사이 서민들이 돈을 빌릴 수 없다는 불안감으로 돈을 빌린 것인데 그 책임을 은행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신용대출 증가 원인은 은행 시스템이 아닌 당국의 부동산 정책 실패 때문”이라며 불만을 토했다.

한국은행 역시 금융당국의 규제 속에도 신용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2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주택가격 오름세와 함께 전세시장 수급불균형으로 가계대출이 예년 수준을 상회하는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즉,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돼야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일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20년 19만3000호, 2021년 13만4000호, 2022년 15만6000호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은행 측은 “주택 관련 대출의 경우 정부의 주택시장 관련 대책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인 수급불균형 우려, 완화적 금융 여건 지속 기대 등으로 주택가격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높은 데다 전세자금 수요도 계속 늘어나고 있어 당분간 높은 증가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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