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기업은행장이 또 노동조합과 마찰을 빚고 있다. 코로나 위기에 전 직원이 합심해도 모자랄 판에 다른 곳에서 소모전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은행 경영지원그룹 전규백 부행장은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발송했다.

내용은 ‘노동조합이 억지를 쓰고 불법을 저지르며 예의에 어긋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의에 어긋났다고 표현한 것은 노조가 예고도 없이 단체교섭 자리에 나오라고 한 것을 두고 말한 것이다.

또 단체교섭 자리에 금융노조 위원장이 동석한 것을 두고 외부세력이란 표현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측은 즉각 반발했다.

서신 발송은 경영지원그룹장으로 돼 있지만 사실상 윤종원 은행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임원 서신을 통해 금융노조와 기업은행지부를 ‘법과 상식에 벗어난 예의 없는 행동’을 하는 집단으로 매도했다”며 “노사관계에 대한 수준 낮은 인식, 특히 금융노조를 외부인 취급하는 구태에 아연실색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조는 “산별노조가 지부 보충교섭에 참석하는 것은 상식이고 적법하다. 산별노조 위원장 중에는 하루 4개 지부의 임단협 상견례와 조인식에 참석하는 경우도 있다. 오히려 행장은 금융노조 위원장이 공식 통지하고 상견례에 참석했음에도 끝내 만남에 불응하고 얼굴도 비추지 않았다. ‘예의’를 따지는 자가 할 수 있는 행동인가?”라며 반문했다.

통상적으로 산별임단협 교섭이 완료되면 세부내용을 합의하기 위해 은행별로 교섭에 들어간다.

교섭 전 은행장과 노조위원장의 상견례를 시작으로 실무교섭이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기업은행의 경우 윤종원 은행장이 교섭장에 나오지 않아 시간만 흐르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앞서 지난달 2차례 상견례를 요구했지만 윤 행장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종원 행장의 돌발 행동에 노조는 물론 내부에서도 당황스럽단 분위기다.

기업은행의 경우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에 올해 교섭을 완료해야 한다. 정부의 예산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해를 넘길 수 없다.

올해 산별교섭에 타협한 임금 인상률은 1.8%로 공공기관 임금인상률(2.8%)보다 낮은 수준이다.
임금 때문에 윤종원 행장이 몽니를 부르는 건 아니란 얘기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올해 임단협 및 단체교섭을 완료하지 못하면 사실상 기업은행은 임금이 동결되는 셈”이라며 “은행장이 직원들의 급여를 볼모로 노조 길들이기에 나선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이주 다시 한번 단체교섭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은행장의 참석 여부는 이후에 따질 방침이다.

윤종원 은행장의 교섭 불참이 계속될 경우 다시 한번 단체 행동에 돌입할 계획이다.

앞서 윤종원 은행장은 올해 취임 후 노조의 출근저지 투쟁에 막혀 은행장 문턱을 넘지 못했다. 노조가 제시한 노사공동선언문에 합의하고 나서야 약 한 달만에 집무실에 올라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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