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프=각 사

코로나19로 힘들 것이란 초반 우려와 다르게 시중은행 실적은 기대 이상 성적을 거뒀다.

오히려 대출자산을 늘리며 수익기반을 넓혀 지난해와 비슷한 성적을 거뒀다는 평가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은 모두 3분기 누적 기준 1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거뒀다.

지난해와 비교해 봤을 때 약 10% 정도 하락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경기가 위축된 점을 감안하면 나름 선방한 결과다.

빅4 은행 중 가장 성적이 좋은 곳은 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의 3분기 동안 1조8824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 실적은 하락했지만 리딩뱅크의 자존심은 지켰다.

신한은행은 전년대비 10.7% 하락한 1조765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하나은행도 호시탐탐 선두권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보다 순이익은 7.6% 떨어졌지만 1조6544억원의 이익을 남기며 마지막까지 순위 경쟁을 남겨놨다.

우리은행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전년대비 실적은 10.3% 하락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사모펀드 사태로 인해 전반기 제대로 된 영업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3분기 뒷심을 발휘해 1조158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간신히 1조 클럽에 명함을 내밀었다.


“위기는 기회” 공격적인 대출 영업


올해 은행 산업의 전망은 어두웠다. 갑작스럽게 닥친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기침체가 이어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시중은행은 발 빠르게 모바일뱅킹을 활용하며 비대면 영업을 오히려 활성화한 계기가 됐다.

또 저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돈을 빌리는 부담도 작아진 건 오히려 호재였단 평가다.

실제 국민은행은 올해 대출자산을 8.6% 늘렸다. 부동산 시장의 불안감이 오히려 대출을 부르는 상황도 겹치면서 가계대출은 2.4% 증가한 157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주택자금대출은 9월말 기준 83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12월말보다 7.9% 증가했다.

신한은행은 가계대출보다 소상공인 대출을 늘렸다. 소호대출은 현재 52조6800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12.6% 성장했다.

이와 함께 신용대출 규모도 연초 대비 7조2910억원 늘리며 수익기반을 늘렸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신용대출 영업을 공격적으로 펼쳤다.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채널을 활용해 코로나19 위기를 넘겼다.

당초 인터넷전문은행과 경쟁하기 위해 준비했던 디지털 전략 사업이 코로나 위기 속에서 꽃을 피운 셈이다.

하나은행의 신용대출 잔고는 연초 대비 13.8% 증가한 19조1030억원을 기록했다. 우리은행도 16.1% 신용대출 자산을 늘렸다.

 


위기는 계속, 이젠 리스크관리 능력 좌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대폭 인하했을 때 은행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실제 은행이 거둔 이자이익은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는 없다.

국민은행이 3분기 동안 거둔 이자이익은 4조9929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오히려 5.2% 증가했다.

신한은행도 4조4289억원의 이자이익을 거두며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이자이익 규모가 감소했지만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대출금리는 하락했지만 그만큼 대출자산도 늘린 탓에 이자이익 하락은 막은 셈이다.

문제는 충당금이다. 국내은행은 해외와 비교하면 충당금을 덜 쌓았다.

4대 은행과 기업은행을 포함한 2020년 상반기 대손충당금 증가율은 55.7%에 불과하다. 유럽 은행의 대손충당금 증가율이 234.5%, 호주 은행의 대손충당금 증가율은 279.6%인 점을 감안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19 발생 후 정부 지도 아래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대출에 대한 자산건전성 분류기준을 유지한 게 컸다.

또 각종 재난지원금 및 고용유지지원금 등 효과로 은행권의 자산건전성 악화는 표면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내년 3월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되면 잠재부실이 본격적으로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충분한 자본 완충력을 확보하기 위해 4분기 충당금 규모는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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