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과 CJ대한통운 택배기사들의 과로사가 늘어나고 있지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정작 이들 회사 대표들만 증인에서 쏙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 보좌관은 "증인 장사로 결국 핵심이슈를 벗어났다"고 토로했다.

택배기사의 과로사에 대한 책임이 있는 택배회사 대표들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으면서 자조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회 환노위는 최근 택배기사 사망사고가 잇따르자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등 택배회사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여야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증인장사'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언택트 시대에 택배기사들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지만 정작 정치권과 택배업계가 미온적으로 대처하면서 과로사로 숨진 택배기사들이 늘고 있다.

20일 택배연대노조에 따르면 한진택배 서울 동대문지사 소속 김모씨(36)는 지난 12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과로사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알려진 허혈성 심장질환이다.

김씨는 지난 8일 오전 4시 30분경 직장동료에게 추가 물량을 받지 않으면 안되겠냐고 물으며 "새벽 5시 밥먹고 씻고 바로 터미널 가면 한숨 못자고 나와서 물건 정리해야 한다"고 호소한 사연이 알려져 안타까움이 커졌다.

지난 8일 CJ대한통운 소속 김모씨(48)는 서울 강북구에서 배송업무 중 호흡곤란 증상을 보여 병원에 이송됐지만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족들은 고 김씨가 하루 14시간씩 일했다며, "이게 사람이 할 짓이냐"고 성토했다.

CJ대한통운에 이어 한진택배,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에서 일하던 40대 택배기사 김모씨는 20일 대리점과 갈등, 생활고 등의 이유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하지만 택배회사 대표이사들은 이번 국감에서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환노위에서는 물류센터 단기직 사망 사건관련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엄성환 전무만 증인으로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기사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함에도 택배기사가 아닌 물류센터 단기직 사망사건으로 쿠팡 임원을 증인으로 채택하면서 국회가 업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쿠팡은 택배사와 달리 직고용하고 있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아 주 5일 근무, 52시간제를 준수하고 있다.

택배업계에서 주장하고 있는 분류작업 인력 별도투입은 이미 쿠팡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분류작업 인력을 별도로 투입하고 있는 곳은 쿠팡이 유일하다.

업계 관계자는 "택배 본연의 업무 외에 분류작업까지 택배기사에게 전가되면서 택배기사들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과로사로 숨진 택배기사에 대한 대책마련을 위한 국회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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