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신용대출 금리를 본격적으로 올린다.

현재까지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카카오뱅크만 금리 인상을 결정했지만 타 은행도 우대금리 항목 삭제, 한도 삭감 등을 중심으로 손을 볼 예정이다.


금융당국 “신용대출 막아라” 주문하자 은행권 우대항목 조정


28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내달 6일부터 ‘우리 원(WON)하는 직장인 대출’과 ‘우리 주거래 직장인대출’의 우대금리를 각각 0.4% 줄인다.

기존 최대 1.0%까지 금리 우대를 받을 수 있었지만, 내달부턴 0.6%까지로 혜택이 줄어든 것이다.

우리 주거래 직장인대출의 경우 공과금/관리비 이체, 우량기업, 주거래기업 등 항목이 사라진다. 우리기업 임직원 신규고객에게 주어진 0.1% 우대금리도 조기 종료된다.

우리 원하는 직장인 대출은 ▲매월 급여이체 시 0.3%→0.2% ▲우리카드 결제실적(매 3개월 50만원 이상) 0.2%→0.1% ▲재직기업에 따른 우대금리 0.4%→0.2% 등 조정된다.

국민은행은 KB닥터론, KB로이어론 등 전문직 신용대출 한도 조정에 나섰다. 29일부터 최대 4억원이던 한도를 2억원으로 줄인다.

KB직장인든든신용대출 한도는 3억원에서 2억원으로, KB스타 신용대출(비대면)도 3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한도가 축소된다. 일부 상품의 경우 0.1%~0.15%로 인상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도 지난 25일부터 직장인 신용대출 최저금리를 연 2.01%에서 연 2.16%로 0.15% 포인트 인상했다.


직급 오르고 주거래카드 사용, 신용 1등급 유지해도 혜택 無


주요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 인상 소식이 전해지자 직장인의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현재 신용대출 급증 원인 탓을 직장인에게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신용대출로 부동산, 주식 등 자금줄로 활용하는 사례도 있지만, 전세자금, 생활 유지 등을 위해 대출을 받는 이들도 적지 않은 이유다.

결국 은행이 대출을 막으면 신용등급이 높은 직장인이 카드 또는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 발길을 옮겨 오히려 신용등급을 갉아먹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금리인하 요구권이 제대로 발동되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리인하 요구권은 직장변동, 연소득변경, 직위 변동, 주거래고객, 신용등급상승, 자산증가, 부채감소 등이 발생할 경우 고객이 해당 금융기관에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기본금리를 낮출 수 없기 때문에 은행은 가산금리 조정을 통해 금리를 인하해 준다.

하지만 현재 시중은행이 가산금리 항목을 삭제하거나 조정하면서 금리인하를 요구해도 받아들여질지 의문이다.

한 직장인은 “회사를 다니면서 직급이 오르고 주거래은행 측에 급여 이체, 계열사 카드사용, 각종 상품에 가입하면서 신용등급을 최상위로 관리해 왔는데 금리를 내려주진 못할망정 금리를 오히려 올리고 있다”며 “신용등급 1등급 고객은 연체가 없는 우량고객인데 금리 혜택을 주지 않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실제 이번 신용대출 금리 인상을 빠르게 결정한 은행은 금리인하 요구권에도 인색한 곳으로 드러났다.

국민의힘 윤창현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금리인하 요구권 수용률은 66.3%로 절반을 조금 넘는다.

국민은행의 수용률은 49.2%, 카카오뱅크는 31%로 고객이 금리 인하를 요구해도 잘 들어주지 않는 은행이다.


은행 이자 장사, 금융당국 부추긴 꼴…금리인하 요구권 무용지물


이번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규제 조짐으로 오히려 은행은 반사이익을 거둘 것이란 전망도 있다.

올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빅컷’을 단행하면서 은행도 수익이 줄 것이라 예상됐지만 상반기까지 큰 타격은 없었다.

오히려 대출자산을 공격적으로 늘려 예대마진 폭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은행의 공격적 영업은 초반 중소기업에 맞춰 이뤄졌지만, 부동산 규제로 자금줄이 막힌 중산층 고객이 늘어나자 이들을 타깃으로 삼았다.

올해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신용대출 증가율이 각각 14.40%, 14.70%에 달한다. 3분기 신용대출 금리까지 오르면 이자이익 규모는 전년 수준을 넘어설 것이란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급한 불을 끄겠다며 신용대출 금리 인상을 은행권에 허용해줬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며 “금융당국은 시장 안정과 업계 리스크관리를 위한 방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오히려 불안감을 조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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