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이 집에오고 난 후 예나가 갑자기 안 먹던 음식을 먹자 모두들 기특해하는 장면이다. 자신이 하지 않던 행동을 시작하는 암시적 내용이다.(사진=영화 속 장면)
유진이 집으로 돌아오고 난 후 예나가 갑자기 안 먹던 음식을 먹자 모두들 기특해하는 장면이다. 자신이 하지 않던 행동을 시작하는 암시적 내용이다.(사진=영화 속 장면)

 

의뢰자 :집이란 어떤 공간일까요?
서진 : 누구든 편히 쉴 수 있는......, 음 내가 가장 나다워 질 수 있는......,

나와 타자와의 공간에는 그 공간적 의미와 역할이 있다. 사람의 공간에 대해 앞자리는 대화의 공간, 옆자리는 친밀의 공간, 그리고 뒷자리는 공포의 공간이라 칭한다. 이러한 공간의 의미는 타자와의 관계성에 따라 공간의 배분이 다르다. 일반적인 관계는 앞자리, 애인과 같은 친근한 사람인 경우 옆자리에 배석한다. 그래서 사람마다 각 공간의 배분에 따라 상대 타자와의 관계를 예측할 수 있기도 하다. 그러나 공간에 대한 저항감이 없는 타자가 있다. 바로 가족이라는 구성원이다. 그 만큼 가족은 어느 공간에 위치해 있어도 공간적 의미가 무색해진다.

가족이란 개개인의 삶에 매우 중요한 존재이다. 자신을 포장하거나 감출 필요가 없고 공간에 대해 타자로서 침범적 의미가 아닌 공존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가족이 이처럼 동일한 작용을 하지는 않는다. 가족관계가 파괴된 경우는 타자보다 더 심한 공간적 불편함을 느낀다. 특히 깨어진 부부관계는 타인보다 더 심한 타인의 모습으로 보이게 하기도 한다. 부부는 타인과 타인이 만나 같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결합한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혈연과는 결이 다르고 맥락을 달리한다. 하지만 부부 관계를 혈연보다 강하게 묶어주는 것이 서로에 대한 믿음과 바로 자녀이다.

이 처럼 가족과 같은 혈연관계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이어져 서로에게 간섭이 되는 존재이다. 그러나 이러한 혈연일지라도 관계가 끊어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는 대부분 정신적 교감 분열로 인해 발생하곤 한다. 특히 사상적인 부분에서는 더욱 심한 괴리감을 만든다. 영화 ‘침입자’는 이러한 괴리감에서 오는 공포와 일그러진 종교적 신념에 의해 만들어지는 가족의 비극을 그려냈다. 사람은 매우 강한 존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없이 나약한 존재가 되기도 한다. 이런 나약한 틈을 타 파고 들어오는 ‘사이비종교’를 손원평 감독은 ‘침입자’로 보았다.

과거 유진의 방의 옷장에 숨어있는 예나(사진=영화속 장면)
과거 유진의 방의 옷장에 숨어있는 예나(사진=영화 속 장면)

감독이 관객에게 던지는 가족관계와 집에 대한 화두

영화 ‘침입자’는 이런 사이비종교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한 ‘모티브’가 영화의 중심이다. 침입자로 비유된 사이비 종교가 가정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극단적 해석을 통해 투영되고 있다. 놀이공원을 찾은 서진(김무열 분)이 동생 유진(송지효 분)의 손을 잠시 놓친 사이 동생이 사라진다. 잠시 손을 놓친 동생의 실종을 통해 잠깐의 방심이 가져온 가족의 파괴가 연상된다. 25년의 공백을 깨고 갑자기 가족으로 찾아온 동생 유진에 대한 화두이다.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살아와 타자화된 혈연이 기존의 가족처럼 자연스럽게 가족으로 승화될 수 있느냐에 대해서 의문을 던지고 있다.

영화의 첫 장면은 성장가도를 달리는 서진이 새로 지을 건물에 대해 의뢰자에게 설명한다. 이때 서진은 자신의 건축에 대한 공간적 의미를 “집과 같은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한다. 이 말에 의뢰자는 서진이 생각하는 “집이란 어떤 공간의 의미냐”고 묻는다. 이때 서진은 “누구든 편히 쉴 수 있는......, 음 내가 가장 나다워 질 수 있는......, 내가 가장 나다워지는......,”이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현기증에 자리를 뜬다. 손 감독은 이 장면을 통해 집과 가족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또한 서진에게 집과 가족 간의 문제가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사람은 대부분 집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저마다 표정이 다르다. 화목한 집안 분위기를 가진 사람은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 한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는 어두운 표정을 하거나 화제를 전환하기도 한다. 가정의 분위기가 사람의 얼굴에 나타나는 것은 자신과 간섭이 되는 중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처럼 사람에게 집이라고 하는 공간은 각자의 사유에 의해 다르게 해석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집이라는 공간은 우리 삶에 가장 안식적인 의미를 가진다. 또 집은 단순히 건물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집은 항상 그 속에 함께 거주하는 가족과 결부된다. 최근 들어서 나 홀로 가정이 많이 생겼다. 하지만 감독은 그런 부분을 차치하고 가족에 대한 의미를 관객에게 사유하게 만들고 있다.

서진의 어머니 윤희(예수정 분)가 같은 신자들과 집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사진=영화 속 장면)
서진의 어머니 윤희(예수정 분)가 같은 신자들과 집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사진=영화 속 장면)

영화 스토리의 배경

서진은 아내가 뼁소니 사고로 사망하자 부모님 집에서 딸 예나(박인화 분)와 지내고 있다. 부모님의 집은 서진이 잃어버린 동생이 돌아오길 바라며 지은 집이다. 집에는 하반신 마비인 어머니 윤희(예수정 분)가 천주교 종교모임을 하는 등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다. 또 은퇴한 아버지 성철(최상준 분)도 일상적인 생활을 즐기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편의를 위해 가정부 정임(소희정 분)이 이들을 돌보며 살고 있다. 서진은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로 딸 예나(박민하 분)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서진은 경찰의 지지부진한 수사로 인해 범인 검거에 진척이 없자 집적 뺑소니 범을 잡겠다며 최면을 통해 아내가 사망한 당시의 현장을 되짚는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결정적인 장면에 돌입하면 동생을 잃어버린 찰나로 장면이 변경된다. 정신과의사인 친구는 뺑소니 범을 더 이상 찾으려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서진은 가족을 이렇게 만든 범인을 잡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며 그의 가족에 대한 애정이 표현되고 있다. 집으로 돌아온 서진은 딸 예나를 찾는다. 그러나 예나는 자신의 방이 아니라 유진의 물건을 넣어둔 방 옷장에 숨어있다.

옷장 문을 열자 예나는 “내방은 무섭단 말이야. 그리고 진짜 내방도 아니잖아.”라고 말한다. 영화 스토리가 공포적으로 흐르며 긴장감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하지만 이 장면은 감독이 의도한 동생 유진에 대한 복선적 의미를 두고 있다. 그러나 관객은 알아채기 어렵다. 이는 어린 시절 잃어버린 동생 유진과 같은 길을 갈 것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예나는 아직 엄마 수정(임선우 분)의 죽음을 알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아픔을 간직한 서진에게 갑자기 아동복지관에서 동생 유진을 찾았다는 전화가 온다. 유진을 먼저 만나러 온 서진은 자신의 생각과는 다른 느낌의 유진을 마주한다.

서진은 이런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며 유전자 감식을 요구한다. 그렇게 친자확인이 된 유진은 가족의 집으로 들어와 함께 살게 된다. 유진이 집으로 들어오며 가족들에게도 변화가 생긴다. 예나가 편식을 하던 야채를 갑자기 먹기도 하며 기분좋은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서진은 처음 가졌던 자신의 선입견을 버린다. 유진이 가족들과 매우 친근하게 지냈기 때문이다. 어느날 마당에서 유진과 마주한 서진은 “너 오기를 모두가 기다렸어. 아무리 내가 있어도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늘 있었거든......,”라며 고맙다고 말한다. 유진은 “그 동안 오빠 혼자 가족들 돌보느라 고생했잖아. 이제 나한테 맡기고 편히 지내. 오빤 이제 집에 신경 안 써도 돼.”라는 말에 서진은 뭔가 불편한 이질감을 받는다.

서진이 유진에게 고맙다는 말에 유진의 답변에 이질감을 느끼는 서진(사진=영화속 장면)
서진이 유진에게 고맙다는 말에 유진의 답변에 이질감을 느끼는 서진(사진=영화 속 장면)

의사 : 애 봐주고 집안 분위기도 좋아지고... 뭐가 문젠데?
서진 : 그냥 조금 이상해
의사 : 이상한 게 아니라 어색한 거지... 심리적인 텃세이기도 하고...
서진 : 심리적 텃세... 내가 나이가 몇인데
의사 : 20년을 넘게 떨어져 살았는데...  당연한 거잖아.
서진 : 그래 그래서 그런지 ‘버거워’, 예나 엄마 일 해결도 안됐는데 낯선 사람이 와서 돌아다니는 거.
의사 : 낯선 사람이 아니라 네 동생이야. 친동생.

대화를 마친 정신과 의사 친구는 최면치료를 이제 그만하자며 정신과 약을 처방해 준다. 집으로 돌아와 약을 먹어야 하나 고민하던 서진의 눈에 마당에 딸 예나와 아버지가 놀고 있다. 그리고 유진이 차를 들고 나와 가족을 챙기는 모습을 보며 자신이 과민했다 생각하며 약을 먹는다. 그리고 거실로 내려오는 서진에게 낯선 사람이 어머니를 부축하며 걷기 연습을 하고 있다. 정임은 몇일 전부터 어머니 물리치료를 돕고 있다고 말한다. 유진이 전에 다니던 병원에서 제일 유능한 물리치료사라며 벙어리 영춘(최영우 분)을 집으로 들인 것이다. 유진이 돌아오고 난 후 이 처럼 가족들에게 조금씩 변화가 생긴다. 그렇지만 가족들은 모두 유진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서진은 유진에게 가졌던 알 수 없는 이질감에서 벋어날 수 없다. 그날 밤 잠이 들지만 잠을 설친 서진이 주방으로 목을 축이러 나왔다. 물을 마시는 어디서 나왔는지 서진의 등 뒤로 유진이 조용히 계단을 오른다. 물을 마신 서진이 돌아서며 계단을 오르는 유진을 발견한다. 그리고 조용히 계단을 오르는 유진의 뒷 모습을 바라본다. 이때 서진은 유진의 목 뒤덜미에 새겨진 기이한 문양의 타투를 발견한다. 다음날 유진과 부모님이 거실에서 즐거워 보이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때 가정부 정임에게 다가가 유진에 대해 의견을 물어본다. 그러나 정임은 유진이 집으로 돌아온지 얼마 되지 않아 아무런 느낌을 갖지 못한다. 물론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유진을 눈여겨 보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서진 : 유진이 어떤 것 같아요?
정임 : 글쎄, 내가 뭘 알겠니? 안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서진 : 우리도 마찬가지예요. 어디서 어떻게 살다 왔는지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이모가 잘 좀 지켜봐 줘요. 알겠죠?

그러나 가족으로 묶인 서진은 유진이 평범하지 않다는 사실을 직감한다. 그렇게 떨어졌던 혈육의 상봉은 알 수 없는 이질감으로 완전한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그러나 부모의 입장은 잃어버린 자식이 돌아오자 아무런 괴리감 없이 무조건적인 승인을 한다. 그러나 서진에게는 혈육이고 처음 풍기던 낯선 느낌의 그녀는 다르게 작용한다. 가족과 너무나 잘 융화되는 유진이 오히려 서진에게는 낯설은 이질감과 함께 의심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진행되는 영화 ‘침입자’는 두가지 관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첫째, 가족의 구성과 성립 조건이다. 둘째, 틈을 노리는 침입자(사이비종교)의 침투이다. 영화에서는 혈연가족을 무너뜨리는 존재로 사이비 종교를 특정했다.

서진이 친구인 정신과의사에게 최면을 통해 뺑소니 범을 찾으려하고 있다.(사진=영화 속 장면)
서진이 친구인 정신과의사에게 최면을 통해 뺑소니 범을 찾으려하고 있다.(사진=영화 속 장면)

첫째, 감독이 관객에게 던지는 가족관계에 대한 질문

영화 속에 서진(김무열 분)은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건축가다. 최근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진 뺑소니 사고로 아내를 잃었다. 서진은 대부분의 남성이 그렇게 생각하듯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것이 가족을 지키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자신의 눈앞에서 죽어간 아내를 지키지 못한 자신으로 인해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그러나 과거 아내 수정(임선우 분)은 남편 서진과 대화가 필요했다. 그러나 남편 서진은 바쁜 일을 핑계로 자신과 대화를 하지 않는다. 이때 다가온 침입자(사이비종교)에게 자신을 의지한다.

유 진 : 돈이 제일 중요한 것이 당신이잖아. 당신 부인이 직접 말해 줬는걸. 수정언니가 말이야.
서 진 : 그게 무슨 말이야.
유 진 : 남편이 돈만 알아서 자기랑 얘기할 시간이 없다고... 돈의 노예가 돼서 자기 따위는 쳐다도 안 본다고...  처음 만난 날 다 말했어.

영화에서 유진이 서진에게 전달한 대화의 내용이다. 일반적으로 남성은 가정을 위해 돈을 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서진의 생각에 감독이 의문을 던졌다. 가정을 위한다는 것에는 경제적 여유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에 앞서 가족 상호간의 관심과 대화라고 감독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또 물질만능으로 대변되는 현대사회에 대해 일침을 가하는 말이기도 하다. 화자의 중심인 서진은 현대 사회에 있어 대표적 가장의 모습이기도 하다. 서진은 가족을 위한다는 일념으로 일에 매달려 가족을 등한 시 한 것이다. 이러한 자기중심적 사고가 가족 간의 틈을 만들어 주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둘째, 가족관계 및 자신의 모든 것을 파괴하는 침입자(사이비종교)의 폐해

 서진 : 우리 가족한테서 제발 좀 떨어져... 제발 좀 꺼져버리라고...
유진 : 나에게 다른 가능성은 애초부터 없었어. 기억이 나던 그날부터 나는 성전 안에 있었어. 
          처음엔 나도 버려졌다고 생각했지. 근데, 근데, 그게 아니었어. 나는, 나는 성전 앞에 가장 오래 동안 모셔졌던  ‘참아이’였어. 나는 누구도 선택받지 못한 선택을 받은 거야.

위의 대화처럼 처음에 의구심을 가졌던 일이 점점 자신에게 동화되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스톡홀름 증후군 [Stockholm syndrome]’과 비슷하다. 처음에 공포로 휩싸이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범인에게 동화되는 것이다. 이처럼 사이비종교도 처음 접할 당시는 의심스러운 부분이 보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신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동화되는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그들의 주장이 마치 진실인 양 무의식속에 안주하는 것이다. 영화 속 유진은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의 모습이다. 어린시절 사이비종교로부터 자신이 납치되며 그들에게 동화되며 비뚤어진 진실을 믿고 성장한 아이다.

이러한 점의 문제점은 자신이 피해자란 사실을 알지 못한다. 왜곡된 규칙에서 자란 사람은 그 규칙이 옳은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잘못된 이념을 교육하는 것은 당사자의 삶을 망칠뿐 아니라 주변사람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이들의 왜곡된 진실은 보통사람들이 상식적인 수준에선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진실이라 주장한다. 그리고 혹시 이를 의심하는 자가 있으면 믿음이 부족하다는 단 한 마디 말로 의심을 억눌러버린다. 그리고 또 그들 사회에서 의심하는 자에 대해 심한 잘못을 한 것인양 치부하며 믿음을 종용한다. 상처를 받은 마음에 처음 친구처럼 다가와 자신을 헤어날 수 없는 수렁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이다. 이 처럼 '침입자'는 자신의 육신과 영혼을 말살하는 존재인 것이다.  

사이비종교에 심취해 예배를 보는 사람들(사진=영화속 장면)
사이비종교에 심취해 예배를 보는 사람들(사진=영화 속 장면)

사이비종교에 내포된 위험성에 대한 고발

사이비 종교는 대부분 혈연을 부질없는 것으로 이야기 한다. 그러면서 가족보다 교리가 우선하며 가족관계를 부인하게 만든다. 이렇게 뒤틀린 종교적 신념은 다른 가족에게 극한의 고통을 남긴다. 사이비교주는 가족을 자신의 신념을 방해하는 자로 인식하게 한다. 이렇게 교육된 뒤틀린 신앙을 가진 자녀와 아내 등은 가족을 버리고 그들만의 집단으로 합류한다. 이렇게 가족이 파괴되는 것이다. 이렇게 파괴된 가족의 문제는 부부의 경우와는 다르게 작용하는 것이 바로 자녀의 문제다. 우리나라의 부모는 자식이 죽었다면 차라리 포기라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뒤틀린 믿음에 의한 생이별을 용납하거나 두고보지 않는다.

최근에도 사이비종교로 인해 이혼하는 가정과 자녀의 가출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정작 이러한 가족의 파괴를 야기한 사이비교주는 타인의 가족이 깨지건 말건 개념치 않고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운다. 이러한 사이비종교가 야기하는 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미 과거 1937년에 있었던 '백백교'는 경천동지할 만한 사건으로 이를 증명하고 있다. 당시 사이비종교 집단 '백백교'의 교주 전용해는 10여 년간 신도 620명을 무참히 살해했다. 이들의 교리는 현대의 사이비 집단과 그리 다르지 않다. 이들은 "곧 심판의 날이 온다."라며 "천부님이 내려오셔서 자신은 임금이 된다."는 식이다. 그리고 "헌금을 바치는 순서대로 너희에게 벼슬을 주겠다."고 했으며 "불로장생할 수 있다."라는 말로 현혹했다.

또 전용해는 "머지않아 세상을 물과불로 심판을 받는다." 이를 위해 전국에 피난소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를 믿은 신도들이 자신의 딸을 바치기도 하고 재산을 통째로 바치기도 했다. 당시 전용해는 신도들을 피난처로 가야 한다며 신도들을 산간벽지로 보냈다. 그리고 자신은 수십 명의 첩을 거느리고 신도들의 헌금을 탕진했다. 이러한 과거의 사이비종교를 자세히 살펴보면 현대의 사이비와 별반 다르지 않다. 조금만 떨어져서 사이비종교를 살펴보면 정상적인 이치로는 이해가 불가하다. 그러나 이러한 사이비종교가 사람에게 침투할 때는 이러한 교리적인 부분을 철저히 숨긴다. 친근한 표정과 익숙한 생활로 파고들어 조금씩 동화시키기 때문이다.

2000년도에 JMS라 불리던 정명석 교주는 당시 대학생들과 젊은 층을 대거 미혹하여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 2009년 대법원에서 여신도를 대상으로 성폭행한 혐의로 10년형을 선고받았던 정명석 교주가 최근 출소하며 다시 활동을 재개했다. 다시 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이를 믿는 이들이 아직도 존재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들의 혹세무민은 멈추는 법이 없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는 타인의 가족이 파괴되던 가정이 깨어지던 상관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행동을 통해 결국 자신은 막대한 사리사욕을 채우고 있다. 사이비종교에 미혹된 사람들은 자신의 재산과 몸과 영혼을 빼앗긴다. 그리고 모든 것을 잃고 나면 사이비종교는 이들에게 자기희생을 요구한다.

최근 특정 종교집단에 의해 가족이 파괴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피해자로 자처한 사람들은 피해자 연대를 만들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바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이하 '신천지')이다. 코로나19 확산의 문제를 악화시킨 주요 집단으로 신천지가 들어나자 영화 '침입자'가 개봉을 같이 했다. 때문에 영화 '침입자'가 신천지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냐며 손원평 감독에게 각종 매체가 질문했다. 손 감독은 영화 '침입자'가 신천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영화를 제작한 시기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에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다만 개봉 시기가 이러한 신천지 문제와 때를 같이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절벽에 매달린 유진을 놓아버리는 서진의 손(사진=영화 속 장면)
절벽에 매달린 유진을 놓아버리는 서진의 손(사진=영화 속 장면)

손 감독이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따른 질문들이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영화에서 전개되는 포교방법이 수차례 매스컴에 보도된 신천지의 포교방식과 닮은 점 있다. 또한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전피연)에서 주장하는 가정파괴가 이루어진 방식과도 많이 닮아 있기 때문이다. 전피연은 지난 4월 26일 신천지로 인한 가출피해 학생 부모들과 함께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내 달라."며 경기도 가평군 ‘신천지 평화연수원’ 정문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신청지 평화연수원은 이만희 총회장이 별장으로 사용하는 곳이다. 피해자들은 "만져보고 싶고, 안아보고 싶고, 보고 싶은 내딸아 아들아"라는 팻말을 걸고 이만희 총회장에게 자녀들을 돌려달라고 시위한 바 있다.

손원평 감독은 영화 '침입자'를 통해서 "주변에 있을법한 사이비종교의 피해성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손 감독은 특정 종교단체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사이비종교의 폐해를 좀 덕 극적인 방법으로 실상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사회가 이러한 폐해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며 영화 '침입자'를 통해 주장했다. 그리고 침입자의 원천적 봉쇄를 위해서 가족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헌법에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헌법 제20조에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법에서 종교의자유를 규정하고 있지만 사이비종교에 의한 피해자들의 절규를 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이러한 사회문제가 종교라는 탈을 쓴 집단에 의해 폐해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는 종교의 자유와는 또 다른 문제이다.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종교의 자유를 방패삼아 이를 악용하며 사익을 취하는 집단에 대해서는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사이비종교는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한다. 이로 인해 마치 거미줄과 같은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자신들을 방어한다. 그러면서 사회의 절대악으로 마치 이웃처럼 공존한다. 그러나 사이비종교에 의해 피해를 입은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견뎌야 한다. 이제는 사회가 이들의 아픔을 바라봐야 한다. 그리고 국민적 합의를 통해 사이비종교가 일으킨 대가에 대한 적절한 처벌이 이뤄져야 할것이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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