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이 부족해

[뉴스저널리즘 = 강윤슬 에디터] 왜 항상 시간은 부족한 것 같을까? 일은 많은데 시간은 부족하고, 아니 시간은 많을 때조차도 나중에 보면 다 어디 갔나 싶다. 플래너와 스캐쥴러를 쓰는데도 시간에 쫓기는 기분은 현대인들이 대체로 다 경험하는 것 아닌가? 오죽하면 ‘시간빈곤’이라는 말까지 생겼을 정도다. 참고로, 일 때문에 생존에 필요한 시간이 일정 수준이하로 낮아진 수준을 ‘시간빈곤’이라고 한다. 소득이 낮아 장시간 노동을 하기에 다른 것들을 할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특히 워킹맘들이 일 외에도 가사노동과 아이 돌봄으로 시간빈곤을 경험하는 게 다수라고 한다.

그런 반면, 어떤 사람들은 같은 시간을 가지고도 많은 일을 해낸다. 예를 들어 여성으로서 첫 EU 집행장이 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전 독일 국방장관은 아이가 7명이다. 이것은 약간 극단적인(?) 케이스이지만 주변에 보면 바쁜데 일도 다 하면서 놀 것도 다 놀고 할 거 다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월등히 능력자라서 일수도 있고, 괴물 같은 체력을 가지고 있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확실한 건 시간 관리를 잘한다는 것이다. 같은 시간을 가지고도 어떻게 어떤 사람은 이렇게 할 거 다 하면서 알차게 사는 걸까?


시간을 지배하는 자?!: 중요한 일에 우선순위를 두기

나만 궁금한 게 아닌지 네 아이를 둔 본 책의 저자 로라 밴더캠은 시간 관리 전문가로 TED 명강의에서 ‘자유 시간을 통제하는 방법’으로 천 만 뷰를 달성했다. 그녀는 “시간관리의 목적은 시간을 아껴 쓰기 위함이 아니라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라고 한다. 오죽하면 이 책의 부제가 ‘많은 일을 하고도 여유로운 사람들의 비밀’이라니 그 비밀을 파헤쳐보고 싶다.

저자는 여기서 시간 관리를 효율적으로 한 사람들을 인터뷰해서 그 공통점을 추려내었다. 한 가지를 꼽자면 그들은 ‘우선순위’를 두고 결정했다고 한다. 시간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늘 신경 써야 한다고 하지만 동시에 중요한 일을 위해서는 늘 시간이 많다고 한다. 시간 관리 전문가는 1분 1초를 아껴가며 아등바등 살 것 같은데 의외의 말이었다.

생각해보면 시간이 늘 없는 게 아니라 ‘그걸 할 시간이 없다’는 의미다. 다시 말하자면 할 일들 중에서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정말 중요한 일은 당장 많은 시간을 들일 수 없다면 시간을 틈틈이 쪼개서라도 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틈새 시간을 활용한 독서라든가 운동이라든가 그런 것들 말이다.

 

시간관리의 초점은 주어진 시간을 더 의미 있게 보내는 것

흔히 시간관리 전문가라고 하면 일분일초를 허투루 쓰지 않고 제 시간을 잘 지키는 사람 같다. 하지만 저자인 로라 밴더캠도 때로는 시간 관리 강연에조차 지각을 하는 인간미가 폴폴 넘치는 사람이다. 오죽하면 그냥 15분을 늦는 것보다는 5분 사과를 하고 20분을 지각하는 게 낫다는 조언까지 할 정도다.

그녀는 사람들이 흔히 묻곤 하는 짜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만, 그녀가 진짜 주목하는 것은 ‘원하는 삶’이다. 단순히 시간을 아껴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삶을 만들고 시간을 그에 따라 배치하는 것’이다. 


당신은 자신을 행복해지게 만드는 삶을 살고 있습니까?

요즘은 무조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더 많은 돈을 버는 것보다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벨’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돈이 많으면 할 수 있는 게 많지만, 그 외의 부분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나 역시 회사에서 일하며 한창 바쁠 때는 하루 종일 일하고 집에 돌아와서 잠만 자고 다시 출근하고 이렇게 살며 도대체 뭐하고 사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저자는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는 시간을 막기 위해 시간을 추적하는 ‘시간 일기’를 제시한다. 그 날 하루를 기록하며 ‘오늘 일정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일, 시간을 더 투자하고 싶은 일, 시간을 덜 투자하고 싶은 일,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찾는다.

기록에 다소 집착하는 성향이 있는 나는 매일 어떤 것을 했는지 플래너나 블로그에 기록하곤 한다. 한창 싸이월드가 유행했을 때는 사진과 다이어리에 틈틈이 기록했고 그 이후에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사라져가는 시간들을 최대한 음미하고 기록하고자 노력했다.


현재를 즐기고, 원하는 삶을 디자인하며 사는 행복한 삶을 위하여

「델러웨이 여사」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말처럼 시간은 순간순간 사라져가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그 순간을 즐기며 음미하는 것이 시간을 사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닌가 싶다. 나/ 일/ 인간관계 등으로 시간을 투자할 영역을 나눠서 목표를 설정하고 투자할 것을 제안한다. 

로라 밴더캠이 인터뷰한 사람들이 해주는 조언들도 중요하면서도 현실에서 적용하기 쉬운 것들이 많다. 특히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에 들이는 시간을 줄이지 말라’는 조언이 마음에 와 닿았다. 나이가 들수록 일을 핑계로 사람들과의 만남이 부차적인 것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멀어지고 돌아보면 아쉬움이 남곤 한다. 물질적인 성공도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것만으로 충족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일은 중요하지만, 사람을 안아줄 수 없으니까. 이 책을 통해서 처음으로 시간 관리의 목적이 ‘행복한 삶’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쩌면 이젠 무작정 성공을 좇기보다는 내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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