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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형 변호사] 험난한 추심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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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형 변호사] 험난한 추심의 세계
  • 이승형 변호사
  • 승인 2020.06.2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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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형 변호사(사진=뉴스저널리즘 DB)
이승형 변호사(사진=뉴스저널리즘 DB)

 

‘앉아서 빌려주고 서서 받는다.’는 말이 있다. 차용금, 대여금, 매매대금, 약정금, 부당이득금, 손해배상금 등 명목(名目)을 불문하고, 누군가로부터 돈을 받아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서서 받든 엎드려서 받든 주기만 한다면 감사할 일이다. 변제기(辨濟期)에 이르러 이행이 이루어지지 않는 사례들이 비일비재(非一非再)하기 때문이다.

채권자가 사전에 물적(物的)․인적(人的)담보를 취득해 두었다거나, 추후에라도 담보를 확보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채무자가 무자력(無資力)인 경우 채권자의 마음은 타들어 간다. 그럴 때는 완벽한 계약서, 차용증, 이행각서, 약속어음 등을 쥐고 있다한들 별 소용이 없다.

설령 채무자에게 충분한 재산이 있더라도, 채무자의 재산을 강제로 빼앗아 올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사인(私人)간의 자력집행(自力執行)은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감정이 상한 채권자는 여러 방법으로 독촉(督促)을 하며 채무자를 괴롭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무리하게 추심을 하려다가 오히려 형사처벌의 위험에 직면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채권자는 「형법」이나「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등 여러 법률적인 제한에 유의하여야만 한다.

결국 채권자는 채무자가 판결의 주문(主文)대로 이행해 주기를 바라며 민사소송마저 불사하지만, 승소하더라도 채무자의 의지(意志)나 자력유무(資力有無)에 따라 추심의 성공여부는 달라진다.

집행권원(執行權原)을 확보한 후에도 채무자가 돈을 주지 않으면, 채권자는 직접 또는 추심업체에 의뢰하여 돈을 받아내려 애를 쓰기도 한다. 그러나 추심업체에서도 채무자의 소재(所在)를 파악하거나 재산의 존부(存否)를 확인하는 절차, 실제로 변제수령(辨濟受領)을 하는 과정들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어떤 채권자는 채무자를 사기죄로 고소하며 겁을 주기도 한다. 형사고소를 통해 채무자의 이행을 어느 정도는 기대할 수 있겠지만, 돈을 지급하지 않은 상황이 반드시 사기죄로 의율(擬律)되는 것은 아니므로, 그 실효성을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다보니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상황에 따라 가장 적합한 방법을 선택하여 강제집행절차를 준비하여야 한다.

만일 채무자의 소재(所在)나 재산(財産)이 확인되는 경우라면, 소(訴) 제기 전에 채무자의 재산에 가압류를 해두는 것이 좋다. 가압류결정의 통보만으로도 채무자는 적지 않은 압박을 받게 되므로, 가압류 단계에서 임의이행(任意履行)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가압류 이후 채권자는 집행권원을 획득하여 강제집행을 하게 되는데, 집행문(執行文)을 부여받아 가압류 해 둔 재산을 통해 채권의 만족을 구한다. 미리 가압류를 하지 못했더라도 채무자의 부동산에 경매신청을 하거나, 채권에 대해 압류 및 추심명령신청, 압류 및 전부명령신청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집행을 시도하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유체동산(有體動産)의 집행을 위해 집행관, 열쇠공과 함께 채무자 거소지의 출입문을 강제개방하고 들어가기도 한다.

채권자의 강제집행에 대하여 채무자는 강한 저항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간혹 채무자가 강제집행정지신청(强制執行停止申請)을 하여 집행을 중단(中斷)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법원은 집행정지결정의 조건으로서 채무자로 하여금 상당한 담보를 공탁(供託)하게 하므로, 크게 염려할 일은 아니다.

만일 채권자가 채무자의 재산을 파악할 수 없는 경우라면, ‘재산명시’를 신청해 보는 것이 좋다.

재산명시신청(財産明示申請)이란 금전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집행권원에 기초하여 채무자의 재산을 명시해 줄 것을 법원에 신청하는 것을 의미한다. 채무자는 재산명시기일에 법원에 출석하여 선서하고, 재산목록(財産目錄)을 제출하여야만 한다. 만일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하거나 재산목록의 제출을 거부할 경우, 선서를 거부할 경우 감치(監置)에 처할 수 있다.

감치결정을 받은 채무자가 자진하여 이행하는 사례가 종종 있어서, 필자는 재산명시신청을 주로 활용한다.

재산명시신청에도 불구하고 채무자의 소재가 불명이거나 채무자의 재산이 파악되지 않을 경우에는 ‘재산조회’나 ‘채무불이행자명부등재신청’을 할 수 있다.

재산조회(財産照會)는 재산명시를 신청한 채권자의 신청에 따라 개인의 재산과 신용에 관한 전산망을 관리하는 공공기관․금융기관․단체 등에 채무자 명의의 재산에 관하여 조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채무자의 협조 없이 채무자의 재산을 적극적으로 찾는 절차이다.

한편, 채무불이행자명부(債務不履行者名簿)란 금전채무를 일정기간 내에 이행하지 아니하거나 재산명시절차에서 감치 또는 처벌대상이 되는 행위를 한 채무자에 관한 일정한 사항을 법원의 재판에 의하여 등재한 후 누구든지 보거나 복사할 수 있도록 법원에 비치하는 명부를 말한다.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불성실한 채무자의 인적사항을 공개하여 명예와 신용의 훼손과 같은 불이익을 가하고, 채무의 이행에 노력하게 하는 간접강제(間接强制)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법원은 채무불이행자명부의 부본(副本)을 채무자의 주소지의 시․구․읍․면의 장(長에)게 보내야 하고, 전국은행연합회의 장(長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이상과 같은 강제집행절차와 별개로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소멸시효(消滅時效)의 완성여부도 신경써야 한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법언이 말해주듯이, 게으른 채권자는 억울하게 권리를 상실할 수 있다. 특히 상법과 민법은 단기소멸시효(短期消滅時效)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채권자는 1년, 3년, 5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여야만 한다. 또한, 판결에 따라 확정된 채권도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므로, 다시 시효연장을 위한 재판을 하여야 한다는 점도 잊으면 안 된다.

한편, 채권자가 채무자로부터 변제를 받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편파변제(偏頗辨濟) 내지 사해행위(詐害行爲)로 간주될 위험성도 있다. 그래서 채권자는 채무자로부터 임의변제(任意辨濟)를 받거나 대물변제약정(代物辨濟約定)을 하기보다는 차라리 판결을 통한 강제집행이 안전할 수 있다.

위와 같이 채권추심은 어렵고 험난한 과정이 아닐 수 없다. 이것저것 고려할 사항도 많다.

따라서, 금전채권이 존재한다면 채권자는 미리 담보설정(擔保設定)을 해 두거나, 적어도 채무자의 재산을 확인해두는 것이 안전하다.

만일, 채무자의 소재나 자산이 파악되지 않는 경우, 또한 채무자의 저항이 강하거나 집행중단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무리하게 추심을 시도하기 보다는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상황에 맞는 합리적인 추심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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