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저널리즘 = 황성식 에디터] 박정민 배우를 생각할 때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청소년과 청년 사이, 그 어디쯤의 젊은이다. 1987년생으로 이미 완연한 30대에 들어섰지만 그 이미지는 여전하다. 장편영화 데뷔작인 〈파수꾼〉(2010)부터가 그랬다. 〈전설의 주먹〉(2012)에서 황정민 배우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을 때도, 〈동주〉(2015)에서 윤동주의 친구 송몽규 역을 맡았을 때도 그랬다. 작년 개봉한 〈시동〉과 올해 공개된 〈사냥의 시간〉에서도 변함이 없다. 단지 그 이미지 속 젊은이는 화려하고 이상적이라기보다 평범한 외모의,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숙한 이미지의 젊은이에 가깝다.

그런 그의 책은 바로 그 이미지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것보다 좀 더 못하다. 영화배우라면 응당 유지할 거라 생각하는 최소한의 근사함조차 찾아보기가 어렵다. 작가 본인이 스스로 그 기대를 무참히 부숴버린다. 책 속에서 스스로 묘사한 배우 박정민은 적당히 쪼들리고, 적당히 방황하기도 하며, 적당히 엉성하고, 적당히 실없는 사람이다.

작가는 자신의 외모와 능력에 대해 어느 쪽으로도 ‘한 끗’이 부족한, 애매한 인간이라 칭한다. 그렇게 특출나지 않은 사람은 특출난 사람에 비해 더 기다려야 하고, 더 노력해야 하고, 더 연대의 힘을 의지해야 한다. 한 마디로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 박정민 배우는 쑥스러웠는지 자신의 노력은 슬그머니 뒤로 감추고, 자신이 노력이 많이 필요한 인간이라고만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쓸 만한 인간’이 되기 위한 몸부림의 기록이다.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 그리고 좋은 아들이 되기 위해 벌이는 노력들과 고민들이 모두 그러하다. 그 인내의 시간을 같이 지켜보다 보면 박정민이라는 배우를, 아니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을 이름 모를 청년을 응원하게 된다.

때문에 저자가 처음으로 상을 타는 순간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할지도 모른다며 원룸 집에 커다란 냉장고를 들여놓고,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할지 모른다며 또 커다란 침대를 들여놓던 그가, 얼마 전 실제로 〈나 혼자 산다〉에 출연했음을 알고 뿌듯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아직 〈냉장고를 부탁해〉는 출연하지 못했다)

주인공이 아닌 주인공 친구 역할로 더 많이 나온 배우, 첫 손에 꼽히지 못하지만 없어서는 안 되는 이 배우의 성장기는, 묘하게도 이 시대가 바라는 위로와 결을 같이 한다. 그가 가지고 있는 소박한 생각들과 다짐들이 독자들에게 미치는 공감과 위로가 적지 않다. 특출나지 않은, 대부분의 ‘마이너리그’들에게 보내는 글은 말미마다 독자를 향한 위로와 격려의 말이 붙어있다. 하지만 그 응원은 동시에 작가 자신을 향하고 있기도 하다. 당신은 정말 중요한 사람이라고. 그래서 그 응원은 더더욱 와닿는다. 2016년에 나온 이 책은 2019년에 개정증보판이 나왔고 올해 10쇄를 펴낸다고 한다. 꾸준히 사랑받는 책은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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