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일 시인 [사진 제공 = 죽형조태일시인기념사업회]
조태일 시인 [사진 제공 = 죽형조태일시인기념사업회]

그날 우거진 총검의 숲을 맨가슴으로 헤치며
독재의 울타리를 향해 파도치다가
한 방의 총알에 쓰러져
오늘 다시 살아난다 해도 부끄러울 것인가. 

-조태일 시 <난들 어쩌란 말이냐> 일부

 

펄펄 살아서 쌀은
내가 밤마다 훔치는 한국어를 노래한다.
뱀의 혀보다도 더 빨리 노래하며
내 온몸에 살아 있다.

-조태일 시 <쌀> 일부

유신체제에서 서슬 퍼런 언어로 정치모순을 꼬집으며 부당한 권력에 온몸으로 맞선 저항시인 죽형(竹兄) 조태일(1941~1999) 시인을 기리고자 지난해 제정된 조태일문학상이 제2회 수상자를 공모한다.

(사)죽형조태일시인기념사업회(이사장 박석무)와 곡성군(군수 유근기)이 주최하고, 한국작가회의(이사장 이상국), 광주・전남작가회의(회장 김완), 창비(대표이사 강일우), 문학들(발행인 송광룡), 시인(발행인 이도윤)이 후원하는 <제2회 조태일문학상>은 곡성 출신 조태일 시인의 삶과 시세계를 기리는 것은 물론 한국문학의 새로운 성과를 보여준 시인을 발굴해 우리 문학의 위상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제2회 조태일문학상> 상금은 2천만 원이며, 접수 기간은 6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2개월 간이다. 최근 2년 이내(2018년 6월 1일 이후)에 발간한 시집을 시인 본인이 제출하거나 추천위원의 추천을 통해 응모할 수 있다. 시상식은 오는 9월 곡성군에서 열리는 조태일 시인 21주기 문학축전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접수는 광주광역시 동구 천변우로 487 문학들 내 제2회 조태일문학상 담당자 앞으로 하면 된다. 기타 자세한 공모 요강은 곡성군 홈페이지(클릭) 공지사항 게시판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문의는 이메일 hhcpoet@hanmail.net으로 하면 된다.

매년 조태일 시인을 기리는 문학축전을 열어온 (사)죽형조태일시인기념사업회와 곡성군은 이번 문학상을 통해 곡성 출신이자 문학사에 뚜렷한 업적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표현의 자유와 민주화를 위해 앞장서 온 조태일 시인을 조명하고 널리 알림으로써 지역민에게는 자긍심을 심어주고 문화예술의 발전에 기여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조태일 시인 20주기(2019년 9월 7일)를 앞두고 제정된 <조태일문학상>은 첫 수상자로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의 이대흠 시인을 배출한 바 있다. 심사위원회는 “남도의 지역말을 맛깔나게 쓰는 데 오랫동안 공들인 시인인데 그 방언의 구사가 더욱 활달하고도 적실하다. 한국의 현대시는 이렇게 지평이 넓어지고 새로워진다는 생각도 든다”(심사 신경림, 염무웅, 최두석)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조태일 시인은 곡성 태안사에서 대처승의 7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고, 광주서중, 광주고, 경희대를 졸업했다. 196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돼 문단에 나왔고, 시집 <아침선박> <식칼론> <국토> <자유가 시인더러> <산속에서 꽃속에서> <풀꽃은 꺾이지 않는다> <혼자 타오르고 있었네> 등을 펴냈다. 1969년 <시인>지를 창간한 이래 김지하, 양성우, 김준태, 박남준 시인 등을 발굴했다. 1980년 신군부가 계엄령 전국 확대에 앞서 감금한 예비 검속자에 포함돼 수감생활을 하는 등 표현의 자유와 민주화를 위해 앞장선 대표적인 민족․민중시인이다. 1989년부터 광주대에서 후학을 양성했으며, 1999년 9월 7일 간암으로 작고했다. 편운문학상, 만해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보관문화훈장이 추서됐다. 조 시인이 나고 자란 태안사 계곡에는 유품과 희귀 시집 등을 전시한 조태일시문학기념관이 2003년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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