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끝냈던 이정재 주연의 "보좌관"은 가상이나마 대중들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보좌관의 삶을 그려냈다. 보좌관이었던 이정재역의 장태준은 보좌관에서 국회의원으로 올라가 기존의 권력과 투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수행비서와 보좌관 국회의원들의 욕망이 맞물려 여의도의 민낯을 그린다. 드라마 속 이들은 모두 영웅 서사에 편입된다.

지난 7일 "여의도 옆 대나무 숲"에서 "21대 국회의원님들과 보좌관님들에게 쓰는 수행비서의 마지막 멍멍이소리. 조금 길지만 꼭 한 번 읽어주시길 바랍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여의도 옆 대나무 숲은 국회의 직원들이 이용하는 페이스북 익명게시판으로써 직원인증을 하면 자신의 신분을 공개하지 않고 글을 올릴 수 있다.

자신이 10년간 수행비서를 했다는 게시자는 "지금 의원실은 주말 없이 밤낮으로 일을 시켰다."고 글을 통해 폭로한다. 한 달에 많이 쉬어봐야 3번이라며 10여 년간 이런 삶을 살아왔다고 말한다. 드라마 속 성장 서사와는 다르게 여의도의 삶은 녹록하지 못한 것이다.

"솔직히 이제는 이 생활이 너무 지쳤습니다."라고 말한 수행비서은 10년간 수행비서는 글끝에 아래와 같은 조건을 제시했으나 모두 거부했다고 한다.

일요일 무조건 휴무나 교대근무.
토요일 방 사람들과 교대근무.
주말 없이 일하면 5급.
주말 쉬게 해주면 6, 7급.

그렇다면 현실은 어떠했을까?

8급에 일요일만 휴무하자는 방.
9급에 한 달 2번 휴무 준다는 방.
6급에 일요일 2번 휴무 준다는 방.
7급에 일요일 4번 휴무 준다는 방.

국회의원을 보조하는 수행비서의 삶은 일요일 휴무를 보장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끝내 4곳 모두 거부했다는 수행비서는 백수가 되었지만, 지옥 같은 삶에서 벗어났다고 이야기한다. 한 단계 더 나아가 "하는 거 없이 7급 달고 일요일 4번 쉬는 게 어디냐고 말하시는 분"이 있을 것이라며 "평일도 평균 16시간을 집 밖에서 보내는데 주말에 쉬게 해달라는 게 그렇게 잘못입니까?"라고 반문한다.

10년간 수행비서로서 그의 요구는 상식적이다.

이번 21대 때 새로 오신 의원님들.
전에 일하던 구태적인 의원님들은 바뀌지 못하더라도, 여러분만큼은 똑같이 하지 마세요.
선거 때는 그렇게 국민들 위한다고 고개 숙여 민생정치를 외치시더니 당신들의 생명줄을 쥐고 있는 수행비서들은 국민으로도 안 보이고 그냥 운전기사로만 보이시나봐요?

(중략)
그렇게 정책비서진들을 중요하게 여기시는데 당신을 위해 모든 일상생활을 버리고 당신에게 올인하는 사람은 수행비서입니다.
제발 수행비서들도 사람으로 봐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누구 하나 죽어야 이 시스템이 달라지는 겁니까?

전하는 말보다는 비명에 가까운 이 글은 300개가 넘는 추천을 받고 있다. 제21대 국회에는 이 게시자를 대신할 수행비서가 들어왔다. 그리고 또다시 누군가의 비명으로 가득 찰 것이다. 가장 모범이 되어야 할 국회 이들의 절규는 계속될 것이다. 드라마 속 한 장면처럼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할 순 없겠지만 일요일에 쉴 수 있는 삶. 너무 큰 욕망일까?

아래는 게시물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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