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저널리즘 = 김보관 기자] 천재 영화감독으로 알려진 장 뤽 고다르. 그는 누벨바그, 혁명, 실험의 아이콘이다. 장 뤽 고다르의 이름 뒤에 바늘과 실처럼 따라붙는 ‘누벨바그(Nouvelle Vague, New Wave)’는 1950년대 후반 소그룹 영화마니아들 사이에서 형성된 프랑스 영화 운동으로 누벨바그 운동 이전과는 달리 ‘영상’만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며 전 세계영화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영화계에는 ‘고다르 이전’과 ‘고다르 이후’라는 말이 있을 만큼 새로운 영화 스타일 개척에 크게 기여한 장 뤽 고다르는 제25회 전미비평가협회상 특별공헌상, 제12회 스톡홀름영화제 평생공로상, 제20회 유럽영화상 유럽영화아카데미 평생공로상,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 평생공로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이런 대단한 수식이 아닌, ‘인간’ 고다르의 모습이 담긴 영화가 있다. 고다르와 1년을 함께한 열아홉 아내의 눈에 비친 장 뤽 고다르는 예술가, 연인, 혁명가, 이단아, 의처증 남편... 그 어디쯤이었을까? 배우 겸 소설가 안느 비아젬스키의 회고록 “1년 후”를 원작으로 한 영화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는 단순히 ‘위대한 감독’으로 상징되는 고다르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새로운 시선으로 유쾌하게 그려냈다.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는 그의 영화적 삶을 기반으로 혁명의 물결이 뒤덮은 프랑스 거리를 오가는 연인 안느와 고다르를 조명한다. 중국의 모택동주의에 경도되어 찍은 “중국 여인”은 보기 좋게 실패하고, 구호를 외치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가식적인 ‘부르주아’로 내몰리는 고다르는 그럼에도 실험과 저항을 이어간다.

야유를 건네는 관객을 향해 마이크를 떨어뜨리고, ‘이전의 나는 죽었다’며 찾아오는 팬도 마다하는 고다르. 남들과 다른 새로운 것, 시대적 영화를 고민하면서도 연인에게 “쟤랑 잤지?”를 물으며 끈질기게 집착하는 그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나와 별다른 바 없는 사람’을 넘어 밑바닥의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찌질한 한 명의 인간으로서의 고다르를 만나게 된다.

이러한 고다르 역은 “몽상가들”, “몽 루아”, “작은 아씨들” 등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한 루이 가렐이 맡아 감독과 똑같은 외모에 배우만의 재해석이 덧입혀진 매력적인 캐릭터를 보여준다. 안느 역할로 분한 스테이시 마틴 역시 특유의 신비로움과 섬세한 연기로 고다르를 존경하고 사랑하며 이내 괴로워하는 연인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담았다.

한편, 아카데미 수상 감독 미셸 하자나비시우스의 실험적 이미지와 사운드 연출도 관람 포인트다. 감독은 네거티브 효과를 씌워 괴로워하는 고다르와 이를 감싸 안는 안느를 비추는가 하면 점프컷을 삽입해 의도적인 어색함을 부여한다. 특히, ‘불필요한 누드씬’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전라의 배우가 나오는 부분은 영화의 방식으로 영화를 표현하는 장면으로 보는 이에게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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