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택 동원고등학교 교사
공기택 동원고등학교 교사

청년들은 좌절하고 있다.

[뉴스저널리즘 = 공기택 동원고등학교 교사] 대한민국 청년은 좌절하고 있다. 과다한 교육열이 만들어낸 고학력 청년들이 무기력해지고 있다. 사회에 편만해있는 대학지상주의에 편승해 대한민국 80%의 청년이 대학을 졸업하고 있지만 그들을 받아 줄 일자리는 점점 줄어든다. 일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취업에 성공한 청년들은 나름대로 자리를 잡아가겠지만 그들은 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대졸 청년들은 오랜 시간 무직 구직자로 세월을 허비하거나 아르바이트 수익으로 근근이 풀이 죽은 채로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아간다. 다행히 원했던 곳은 아니어도 나이에 몰려 월급을 주는 일자리에 취업을 하지만 아르바이트 수준의 최저임금을 받으며 희망이 보이지 않는 그들의 인생을 시작해야 한다.

그들이 받는 최저임금 수준의 수익으로는 대학 등록금 대여금조차 갚아나가기 어렵다. 게다가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으로 자신을 위한 보금자리를 마련할 가능성은 엄두도 못내는 현실이다. 나이를 먹어 독립할 시기가 되어도 부모의 지원 없이는 당당하게 독립을 선언하지 못한다. 말은 청년이라고 하지만 부모들에게 붙어살아야 하는 형편이기에 청년이어도 청소년 취급을 받아야만 한다. 경제적 독립을 하기 어려운 청년들은 결혼을 포기하거나 부유한 부모의 지원을 받아 결혼했더라도 아이를 생산하지 않겠다는 결단을 해야만 한다. 심지어 결혼은커녕 데이트비용 부담 때문에 이성 친구를 만드는 일마저 주저해야 한다. 이들에게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젊어 고생은 사서하는 거’라고 하는 희망고문 같은 가르침은 먹히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미래라는 이름으로, 꿈이라는 이름으로 절망 속에서 희망고문을 당하고 있다.

청년희망사다리는 썩은 동아줄인가?

다행히도 정부와 지자체별로 절망적인 청년들의 삶을 돕기 위해 많은 정책을 펴고 있다. 청년들을 위해 정부에서 ‘청년희망사다리’ 라는 이름으로 청년들의 일자리, 주거, 교육, 취약청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만들고 있다. 청년저축계좌, 청년 창업 펀드, 소득지원, 취업지원 서비스, 청년동행카드 교통비 지원, 청년행복주택 등의 수많은 정책이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 이렇게 다양하고 희망적인 이름을 달고 출현하는 다양한 정책이 정작 청년들의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해주기는 어렵다. 행복주택은 2030세대의 주거 불안 해소를 위해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의 젊은 계층의 거주비와 사회적 비용절감으로 거주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젊은 층의 생활공간을 만들어 주는 정책이다. 그러나 그 양이 많지 않아 이러한 혜택을 볼 수 있는 청년들은 그리 많지 않다.

청년저축계좌는 아르바이트나 비정규직 저소득층 청년이 매달 10만원씩 3년간 저축하면 정부가 총액을 1,440만원으로 불려 주는 제도이다. 고용노동부에서 운영하는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중소 중견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이 2년 또는 3년 동안 일정금액을 적립하면 2년(월 125,000원 불입) 후 1600만원 또는 3년(월 165,000원 불입) 후 3000만원을 지급하는 정책이다.  그 외에도 비교적 부유한 지자체에서는 각 지자체별로 다양한 청년수당이 한시적으로 지급되고 있다. 그런데 청년저축계좌와 청년내일채움공제는 비정규직과 정규직 청년들에 대한 차등을 두고 있다. 여기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청년들의 차별이 존재 한다. 이 두 가지 제도는 꼭 필요한 제도이긴 하지만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정규직 비정규직을 구분하는 차별적 요소를 제거하고 시행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이 많은 청년들을 위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이 쉽게 희망을 가질 수는 없다. 지자체별로 그 혜택이 다르기도 하고, 여러 가지 제약이 있기에 그 혜택을 쉽게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돈을 지원하는 복지정책에 의해서 지급되는 일시적이고 충분치 않은 금액으로는 청년들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돈을 나누어주는 복지정책 보다는 학벌이나 기업의 차별 없이 정당한 근로소득이 주어질 수 있도록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학벌이나 기업에 따른 임금차별이 지속적이고 항구적으로 유지되는 한 많은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 한 가지 이러한 청년희망사다리라는 이름을 내건 이 많은 정책이 모든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지는 않는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청년정책의 수혜를 받기 위해 청년이라는 자격 외에 또 다른 지원자격이라는 게 존재한다. 청년행복주택이나 비정규직에게 주어지는 청년저축계좌, 중소 중견 기업 취업 청년에게 주어지는 청년내일채움공제 등 모든 제도의 지원자격이 있다. 그런데 그 지원 자격이 청년의 것이 아니라 그 부모의 것이라는 게 문제다. 청년을 위해 만든 청년 정책이지만 그 정책의 수혜자가 되기 위해서 청년들은 부모의 소득수준을 제시해야 한다. 지원 자격은 정책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개 부모의 소득수준이 낮아야 한다. 청년들을 독립시키고 자주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든 정책인데 부모의 소득수준을 기준으로 자격이 주어진다. 잘못 설정된 기준이다.

부모가 저소득층이거나 차상위 계층이어야만 청년들이 혜택을 받게 된다는 부모의 소득수준이 기준이라면 그것은 청년을 청소년으로 격하시키는 꼴이다. 청년을 독자적인 주체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이런 기준을 만들어 둔 것인가.  드디어 우리 대한민국도 18세부터 투표권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OECD국 마지막으로 18세에게 주어진 권리이다. 만 19세면 법적으로 성년이다. 이제 성인인 청년은 부모의 보호를 떠나 독자적이고 자주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을 위한 정책에서 부모의 소득기준을 적용한다는 것은 청년을 독자적인 주체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 자체가 청년을 청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아직도 부모의 보호를 받아야만 하는 청소년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을 수립하는 주체들은 이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본다.

청년을 위한 희망사다리 정책, 청년 중심으로 수선해야 한다.

기회균등이라는 측면에서 저소득층, 차상위계층에 대한 국가적 지원은 필요하다. 그러나 다양한 부분에서 저소득 차상위계층에 대한 복지지원이 이루어지다보니 중복해서 혜택이 주어지게 되고 그것은 오히려 사회적 불균형을 만들어낸다. 저소득층 차상위계층의 자녀들은 중ㆍ고ㆍ대학의 학비 또는 장학금에서 많은 혜택을 받는다. 심지어 대입 전형에서도 그들만을 위한 전형이 있어 혜택을 받는다. 그런데 저소득층이 아니며, 그리 부유하지 않은 그러나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평범한 일반층 시민들의 자녀는 장학금 혜택을 받기가 쉽지 않다.(실제로 대학마다 성적 장학생은 줄이는 추세이고, 국가장학금등의 명목으로 주어지는 장학금은 소득수준이 낮은 가구의 자녀여야 혜택을 받는다.) 이러한 일반층들은 저소득층에 비해 조금 형편이 낫다는 이유 하나로 열심히 세금 내서 저소득층의 학비를 지원해 주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자녀 등록금은 본인이 부담하거나 학자금 융자를 받아 자녀들이 갚게 하고 있다.

저소득층이 아닌 일반층 부모를 둔 청년들은 졸업 후에도 등록금융자금 때문에 고통을 받아야 한다. 취업을 못하면 빠듯한 형편의 부모가 노후자금으로 등록금을 갚아야 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마음 편한 자녀가 어디 있을까? 다행히 취업이 되면 그 적은 월급에서 등록금융자금을 직접 갚아야 한다. 그런데 중위소득 이상 일반층 가구의 자녀들은 그 많은 청년 혜택마저 받을 수 없다. 결국 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청년들에 대한 지원은 결국 열심히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한 일반층 부모들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이제 청년들은 청년 스스로 주체가 되어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더 이상 부모의 등골을 파먹으며 눈치를 봐야하는 나약한 청년으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면 적어도 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정책에서 부모소득 수준을 기준으로 정하는 정책은 더 이상 세우지 말아야 한다.

청년행복주택이나 비정규직에게 주어지는 청년저축계좌, 중소 중견 기업 취업 청년에게 주어지는 청년내일채움공제 등 모든 제도의 지원자격은 청년들이 얼마나 열심히 그들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지 여부만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그들 부모의 소득 수준은 더 이상 그 자격기준이어서는 안 된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일을 하거나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에서 일을 하거나 상관 없이 열심히 일하는 청년이라면 비슷한 연봉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에서 지원할 수 있는 청년정책을 세웠으면 좋겠다. 대기업에서 높은 연봉을 받는 청년에 비해 아르바이트 하는 청년들에게 더 많은 적립금을 주어 어디서 일하든 자신과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정책을 세우길 바란다. 그렇게 모든 청년들이 균등하게 시작할 수 있도록 정책을 세우는 것이 청년들의 활력을 되찾아주는 방법이다. 어떤 일을 하든 열심히 일하는 청년들이 희망을 가지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정책을 세워야 한다. 그런 청년들이 많아질 때 대한민국은 미래의 희망을 가진 나라로 발전할 것이다.

 

-공기택 -

현 동원고등학교 교사, 책 "차라리 꿈꾸지 마라"-한스북스-2014, "나는 미래를 여는 부모다"-꿈결-2019", "한국사홈런카드999"-한국교과서-2017" 등이 있다.

저작권자 © 뉴스저널리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