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철 작가가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사진=김규용 기자)
최수철 작가가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사진=김규용 기자)

소설을 통해 우리는 또 다른 삶의 경험을 얻는다. 불과 몇 시간 만에 하나의 인생을 배우기도 하고 또 다른 삶의 희·노·애·락을 느낄 수 있는 흥미로운 매체인 것이다. 최근 장편소설에 독을 주제로 하는 삶을 사는 독특한 소재의 소설이 출간되었다. 최수철 작가의 “독의 꽃”이 그것이다.

지난 10일 수원시 매산로에 위치한 서아책방에서는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소설 “독의 꽃”의 저자 최수철 작가를 초대해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했다. 이날 사회를 이은선 작가가 진행하며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재치와 유머를 더하며 좌중을 압도했다.

최수철 작가는 춘천 출생으로 서울대학교과 대학원에서 불문과를 마쳤다. 1981년 소설 “맹점”을 통해 등단했으며 1993년 이상문학상 수상과 1998년에 윤동주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한신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하며 후진양성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사회를 진행하는 이은선 작가(사진=김규용 기자)
사회를 진행하는 이은선 작가(사진=김규용 기자)

이날 사회를 맡은 이은선 작가는 어떻게 제목을 “독의 꽃이”고 지었는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 최 작가는 “작가의 말”에 내용이 있다며 샤를 보들레르의 시집 제목 ‘악의 꽃’에서 가져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보들레르는 관습 속의 ‘선’ 보다 복잡하고 현대적 삶의 진실에 도달할 수 있는 ‘악’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보들레르는 세상의 병든 부분과 병든 존재들을 자신이 감응하면서 시를 꽃처럼 피워냈다고 말했다.  

“독의 꽃”은 그럼 샤를 보들레르의 시집 “악의 꽃”처럼 닮아있는 부분이 있다. 다만 소재가 시인은 ‘악’으로 최 작가는 ‘독’으로 자신만의 방법으로 풀어쓰고 있다. “독의 꽃”은 몸속에 독을 가지고 태어난 한 남자가 그 독을 키우며 결국에는 독과 약을 같이 품고 죽어가는 이야기다. 최 작가는 이 소설을 위해 10여 년 전부터 작품을 구상해왔다고 밝혔다. ‘독’과 상극인 ‘약’을 대조시키며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그러면서 심리주의와 상징주의 그리고 임상기록과 추리 기법 등을 활용한 연애소설 형식을 빌어서 “총체 소설”이라고 말했다. 

최수절 작가이다.(사진=김규용 기자)
최수절 작가이다.(사진=김규용 기자)

최 작가는 오래전부터 “총체적 소설”을 쓰는 것을 목표로 삼아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소재를 찾아왔다고 말했다. 좋은 소재는 우리의 삶과 관계가 깊고 밀접하며 풍부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상징적 소재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러한 소재가 선택이 되고나면 그 소재가 들려주는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한 맥락에서 소설 “페스트”와 “침대”, “의자”를 소재로 삼았고 “독”이 그 뒤를 이어가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최 작가는 ‘독’에 대한 연구와 글을 쓰면서 자신과 사람들은 누구나 세상을 사는 동안 심리적 물질적으로 온갖 독에 노출되며 병들어 있는 존재라 말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 개체 자체만으로 특별한 한 송이 꽃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로 우리 삶의 또 다른 이면을 들여다봤다는 것이다. 또 정상적인 범주에 들지 않는 독특한 인물들을 통해 우리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강연을 진행하는 이은선 작가와 최수철 작가(사진=김규용 기자)
강연을 진행하는 이은선 작가와 최수철 작가(사진=김규용 기자)

최 작가는 ‘독’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특징들이 하나의 등장인물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등장인물들이 된 것은 독을 품고 태어나고, 독을 두려워하고, 독과 자신을 혼동하고, 독에 맹목적으로 애착하고, 독으로 일상의 마비를 벗으려는 사람 등등이 바로 등장인물이며 사실 등장인물은 부차적이고 ‘독’의 분신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세상 모든 것은 사랑을 만나면 약이 되기도 하지만 독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원한을 만나도 독도 될 수 있지만 약이 될 수 있는 것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은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작가는 원한도 약이 될 수 있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소설 “독의 꽃”이 말하는 주제의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랑은 무한긍정이며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이라고 전했다. 소설의 처음 제목으로 떠올린 것은 ‘독은 없다’였다라고 말하며 세상에는 ‘독’은 없고 ‘사랑’만 있다면서 그러나 때론 그 ‘사랑’이 ‘독’이 될 뿐이라고도 했다. 이 소설은 등장인물들의 몸과 마음에서 모든 독이 서서히 약으로 변화되어지는 심리적 연애 소설이라고 최 작가는 말했다.

강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김규용 기자)
강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김규용 기자)

이은선 작가는 이번 “독의 꽃”이란 작품이 작가 스스로 만족하는지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최 작가는 지금도 꾸준히 작품을 쓰고 있다며 최 작가는 집필하는 것과 책으로 펴내는 것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는 것을 또 다시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책을 내놓기 위해서는 독자들에게 어떤 인상적인 형식과 주제로 마무리할까에 대한 결정이 어렵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소설은 스토리텔링과 극적인 이야기를 구성해서 ‘독’이 ‘약’으로 변해가는 긍정적 스토리를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결과에 대해서는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선 작가는 최 작가에게 앞으로의 또 다른 집필 계획을 물었다. 최 작가는 최근 자신의 관심사인 소재가 바로 “바퀴”라고 대답했다. 바퀴는 불교의 핵심적 사상인 윤회의 상징이며 인류문화를 진일보하게 만든 실질적 물건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바퀴를 소재로 두고 현대인들의 정신적인 부분과 물질적인 관점으로 다양한 삶을 드라마처럼 엮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겨우 문학적 사춘기를 벗어난 사람정도라고 표현했다.

동네걷기를 하고 있다.(사진=김규용 기자)
동네걷기를 하고 있다.(사진=김규용 기자)

최수철 작가는 정밀하고 세분화된 언어로 다양한 문체를 통해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문제들을 다루고 연구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가 파고드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집요한 연구와 관점이 독자들에게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관점으로 새롭게 해석되는 인간의 내면에 대한 글들이 독자들에게 신천지와 같은 즐거움을 주고 있다.

이날 행사는 작가와의 만남이 끝을 맺고 참석한 참가자들과 동네 주변을 걷는 행사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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