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심사위원단이 경연을 듣고 있다.(사진=김규용 기자)
독자 심사위원단이 경연을 듣고 있다.(사진=김규용 기자)

심훈문학제가 국내문학상의 선정기준에 대해 새 지평을 열었다. 지난 30일 열린 심훈문학제에서는 심훈문학대상 수상자를 독자들이 직접 뽑는 방식으로 진행한 것이다. 문학상은 대부분 심사위원으로 구성된 사람들이 작품을 평하고 판단해서 수상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번 심훈문학대상은 작품에 대해 설명과 해설이 곁들인 경연방식이었다. 독자 100여명이 현장에서 작품에 대한 설명과 추천을 듣는 자리를 만들었다. 이후 시민들과 함께 토론하고 투표에 의해 수상작을 선정했다. 이러한 방식이 기존의 방식과 달라 장점이 있다.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사진=김규용 기자)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사진=김규용 기자)

첫 번째로는 공개적이라는 것으로 투명한 심사절차가 만들어진다. 두 번째로는 어떤 문인의 권력이나 입김을 막는 것이다. 이 두 가지의 문제점은 문학상이 가지고 있는 문제로 꾸준히 지적되어 왔다.

올해 6회째인 심훈문학대상은 작가와 평론가, 언론인과 문학연구자, 문학교육자와 문학청년들이 사전에 후보작을 읽고 같이 토의하는 방식이었다.

공로상에도 변화를 주었다. 원로문인뿐 아니라 현재 왕성한 활동을 하는 작가들도 포함을 시킨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계간지를 통해 발표 된 작품 중 후보작을 2회에 걸쳐 계간 아시아 자문위원단이 선정한 것이다. 자문위원단은 전성태작가, 강영숙 작가, 이경재 평론가, 정은경 평론가로 구성되었다. 이후 독자들에게 이들의 평론과 지지발언을 통해 표를 많이 받는 작품으로 선정된 것이다.

사회를 진행하고 있는 최지애 작가(사진=김규용 기자)
사회를 진행하고 있는 최지애 작가(사진=김규용 기자)

최지애 작가가 사회를 보며 “젊은 작가를 들을 바라볼 수 있는 폭넓은 관점이 될 것이다. 대중에게 현대문학이  다가가는 진정한 소통방식으로 새로운 방식.”이라 소개했다.

이경재 평론가는 첫 후보작품으로 ‘휴가 중인 시체’를 소개했다. “상실과 애도의 문제에 대해 김중혁 특유의 필체로 서사한 작품”이라 설명했다. ‘나는 곧 죽는다.’라는 플래카드를 걸고 버스에서 사는 한 남자. 자신에게 가학적인 태도를 가진 과거 음주운전자.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며 스스로를 파괴하는 인물. 소설에 나타난 인물이다.

소설은 자신의 잘못으로 파괴된 삶. 상실되어진 삶에 대해 각기 다른 인간이 대처하는 방식과 태도에 집중한다. 그러면서 진정 책임의 자세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또 “흔하지 않는 소재 선택을 통해 규격화된 현대사회에서 각자 고유한 개성이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설은 자신을 스스로 파괴하는 인간을 통해 삶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재 평론가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김규용 기자)
이경재 평론가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김규용 기자)

두 번째 작품으로 ‘쓸모에 관하여’에는 전성태 작가가 평과 함께 설명했다. 소설은 박형서 작가의 작품이다. 소설은 ‘길을 잃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연수원”의 의미를 삶의 길을 잃어버린 이들을 위한 연수원의 의미이다. 자신도 모르게 도착한 한 연수원, 그곳에 모여 있는 사람들로부터 위로받고 치유 받는 과정을 그린다.

아픈 기억과 현실에 대한 도피를 원하는 사람들이 연수를 받는 곳, 그곳에서 연수를 받으며 복귀를 준비하는 곳, 누구에게나 이런 곳이 존재할 것이다. 마음의 치유를 받고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곳. 이런 것에 대해 망각된 독자의 기억과 그 기억의 쓸모에 대해 떠 올리게 한다. 이 소설을 자신만의 연수원을 찾게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전성태 작가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김규용 기자)
전성태 작가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김규용 기자)

조남주 작가의 ‘가출’의 평과 설명은 맡은 소영현 평론가가 설명을 시작했다. 가부장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소설이다. 힘들 것 같던 아버지의 가출이 집안의 분위기를 바꾸며 더 화목해지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는 내용이다. 권위적인 아버지의 문제가 사라진 가정의 평화가 새롭게 재조명하고 있다. 조남주 작가의 쉬운 필체로 일상의 문제점을 제기한 것이라 설명했다. 독자의 관점을 달리한 ‘가출’은 기존 가부장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가부장제도속에서 살아온 가족들이 중심 권력이 사라지며 만들어지는 가족 간의 유대와 삶을 그려내고 있다.

소영현 평론가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김규용 기자)
소영현 평론가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김규용 기자)

장은정 평론가는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의 소설을 소개했다. 최은영 작가의 작품이다. ‘용산 참사’를 빗대며 여성의 문제를 오버 랩 시켜놓은 작품이란 평이다. 용산에 살던 여성 주인공을 등장시킴으로 해서 여성연대의 문제를 용산 참사문제로 재배열한 한 것이다. 사회에 관계망에서 여성과 약자가 그리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장은정 평론가는 “문학이 사회의 문제를 읽어내고 쉽게 재조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은정 평론가가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사진=김규용 기자)
장은정 평론가가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사진=김규용 기자)

정은경 평론가는 황정은의 ‘파묘’에 대한 평과 작품설명을 했다. 노모와 딸이 외할아버지 묘를 파하기 위해 철원으로 길을 떠나며 전개된다. 노모는 어린나이에 부모와 사별 후 외할아버지 손에 자란 노모가 지병으로 더 이상 찾을 수 없는 묘를 파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작가는 38선 부근의 철원과 2016년 촛불집회 당시를 연결하고 있다. 묘를 파내는 것을 통해 역사의 잔재를 파내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은경 평론가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김규용 기자)
정은경 평론가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김규용 기자)

작가와 평론가의 작품에 대한 설명을 모두 마친 후 토론과 질의응답의 시간을 가졌다. 객석을 매운 독자 심사위원단들의 날카롭고 예리한 질문. 이에 대한 추가 설명 등이 이루어지며 작품에 대한 심사가 이루어졌다.

독자 심사위원단의 투표를 마무리하며 심사는 바로 현장에서 집계가 되었다. 최종 수상자는 김중혁 작가의 휴가 중인 시체‘가 선정되었다. 시상식은 오는 21일에 열릴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비평 경연’이나 ‘챌린지’라는 단어로 행사를 설명하기도 했다. 심사위원단도 챌린지 심사위원단이란 이름으로 총 200점 만점에 155점이 반영됐다. 예심 반영점수는 1/4도 못 미치는 45점에 배정되었다.

투표를 진행했다.(사진=김규용 기자)
투표를 진행했다.(사진=김규용 기자)

작품을 소개하고 설명한 경연 참가자들은 “독자가 직접 뽑은 작가. 작품에 투명한 심사로 의의가 깊다.” 소감을 말했다. 또 독자 심사위원단으로 참여한 학생들은 “작품의 경연과 설명으로 작품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졌다. 작품에 대한 면밀한 평가를 위해 작품을 더 깊게 이해하는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가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 최근 문학상의 공정성 문제와 친일문인들의 심사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된 바 있다. 이러한 현실적 문제를 전문가들의 추천과 독자가 결정하는 방식에 대해 찬·반의 의견이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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