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주간 2019 작가스테이지가 진행되고 있다.(사진=오원숙 기자)
문학주간 2019 작가스테이지가 진행되고 있다.(사진=오원숙 기자)

문학주간 2019가 열리고 있는 지난 4일 박상영 작가와 임솔아 작가가 참여하는 작가스테이지를 통해 대담이 열렸다. 박혜진 평론가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대담에는 작가 자신이 생각하는 사회적 규정과 관계에 대해 심도있는 대담을 나누는 시간으로 진행 되었다. 작가들에게 규정지어짐이 어떤 것인지. 그로 인해 피해는 무엇이 있는지. 타자와의 관계는 어떻게 진행하는지에 대해 이야기 했다. 

사람들은 삶을 살면서 타자과 자의에 의해 자신을 규정하거나 남을 규정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타자를 마치 무엇인양 규정짓곤 한다. 하지만, 그러한 규정지음이 현대사회에 각자의 개성을 중시하며, 창의적인 면이 더 중요한 시대가 오면서 얼마나 어리석고 무의미한 일인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때론 잘못된 규정이 타자를 죽음으로 이끌기도 한다. 댓글로 인해 자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언어폭력에 대해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박상영 작가가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오원숙 기자)
박상영 작가가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오원숙 기자)

박상영 작가는 사회적으로 퀴어 문학을 하는 작가로 규정지어졌다. 최근 ‘대도시의 사랑법’을 출간하고 작가와의 대담을 겸했다. 또 임솔아 작가는 최근 문단내 성폭행 #미투로 인해 곤역을 치른 작가다. 시인으로 알려졌던 작가는 지난 6월 ‘눈과 사람과 눈사람’을 출간했다.  박혜진 평론가는 이날 진행을 통해 ‘작가’의 존재와 작품, 장르, 사랑 등에 대해 폭넓은 분야를 아우르며 대화를 이끌었다.

먼저 규정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했다. 박 작가는 “단어 하나로 쉽게 규정할 수 없다."라며 "또 상태를 상황을 풀어내는 것이 문학이라는 장르다. 쉽게 말해 문학은 또 규정하는 작업과 그 규정으로부터 탈피하는 양면적인 감정동력의 매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퀴어 작가로 규정되어진 작가 자신을 전이했다. 이에 진행을 하던 박 평론가는 무엇인가 규정하고, 규정당하는 존재로 작가의 어려움에 대해 공감을 표했다.

임 작가는 자신이 사람을 부를 때 호칭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했다. 임 작가는 “언니나 오빠, 선배나 선생님” 같은 이러한 호칭이 잘 안된다고 했다. 자신이 누군가를 부를 때는 “저.., 저기요” 이런 식으로 말이 나온다는 것. 그러면서 이름이나 별명, 애칭을 부르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 작가는 "역사적 권위와 관습이 소소한 일상속에 파고들며 규정지어진 규정을 해체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박상영 작가와 윤솔아 작가이다.(사진=오원숙 기자)
박상영 작가와 임솔아 작가이다.(사진=오원숙 기자)

임작가는 "사회적 규정이란 규칙으로 정해놓은 것을 의미한다. 규정은 편의를 위해서 사람이 만든다. 그러나 관습적으로 내려오는 규정도 많이 있다. 이러한 규정들은 현대에 와서 좀 달라져야 한다. 하지만, 각인된 규정으로 인해 피해를 보기도 한다. 또 개인적으로 자신의 견해에 비춰 규정하는 일도 많다. 개인적인 규정은 특히 오류가 많은 규정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작가도 역시 그러한 면이 있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규정이 있다." 그러나 작가가 그렇다는 말은 아니라는 것. 하지만 자칫 작가가 그런 것인 양 잘못 규정되어지는 일도 있다. 박상영 작가가 퀴어 문학의 대표가 되는 일도 한 예다. "작가의 작품속의 특정 캐리터를 마치 작가인 양 해석이 되어 잘못 인식되어지는 일"이라며 예를 들었다.

박 작가는 “나도 모르는 사이 퀴어 문학 대표 작가가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은 커밍아웃을 한 적이 없다. 그러나 평론가의 한마디에 자신의 이미지는 그렇게 비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박 작가는 데뷔 시 헤테로(이형배우자)섹스얼의 작품을 썼다. 자신이 퀴어 작품을 쓸 때 평단과 독자들의 판단을 생각지 않았다. 다만 자신의 작품에 어울리는 캐릭터를 등장시킨 것이 퀴어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변신한 것이라 말했다.

박혜진 평론가이다.(사진=오원숙 기자)
박혜진 평론가이다.(사진=오원숙 기자)

문단이 잘못 규정하는 문제는 작가에게는 많은 타격을 준다. 타자를 자신의 판단으로 막연히 규정짓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지를 보여주고 있다. 한 평론가는 작가의 작품 해설문에서 ‘김봉곤과 함께 게이작가인 박상영’이라는 글귀는 작가를 게이작가로 규정지었다. 또 다른 평론가는 좌담회에서 “커밍아웃한 박상영”이란 말로 좌중에게 규정짓기도 하였다.

이러한 문제가 몇몇의 영향력 있는 소수에 의해 규정되어지는 문제도 심각하다는 것이다. 박 작가는 과거에 “작품을 바라보고 의미를 부여하는 선을 넘었다. 내가 발표하지도 않은 나의 정체성이 외부에 공표됐다.”며 출판사 측에 항의도 했다고 한다. 정정을 요청하고 전량 회수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퀴어 문학이 별종취급을 당했던 시기”라 말했다. 그러면서 박 작가는 “작품으로 얘기하고 싶다. 내가 아닌 소설이 전면에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 작가는 소설에 자전적 요소가 있음을 매체와 작가에 말에도 분명 언급했다. 그러나 작품의 인물은 자신이나 타인에게 일어날 수 있는 허구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박 작가는 ‘규정’에 대해 “당사자에 대한 직접 규정보다, 작품을 통해 작가를 규정하는 것이 옳은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서 지금 자신에 대한 규정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밝혔다.

박상영 작가와 윤솔아 작가이다.(사진=오원숙 기자)
박상영 작가와 임솔아 작가이다.(사진=오원숙 기자)

그러면서도 “현재 자신은 퀴어 문학 작가의 대표성을 뛰었다. 퀴어 문학 작가지망생들을 위해 다른 선례를 주고 싶다.” 고 밝혔다. 지망생들이 이러한 규정에 대해 많은 “두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이러한 규정을 벗기 위해 ‘투쟁’이라는 단어로 심정을 설명했다.

박혜진 평론가는 매체가 퀴어 서사를 파편적 단어가 작가를 오해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래서 더욱 독자와의 만남이 작가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작가의 정확한 의도를 알리는 것이 중요한다는 것이다. 퀴어 라는 말을 가벼운 말로 규정짓는 것에 대해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작가는 “ 퀴어 문학에 대해 ‘보편적 감정’이란 말로 비교하는 것에 비판했다. 이 말은 이미 ‘보통의 사랑’으로 생각지 않는다는 증거.”라며 “특수와 보편적 사랑이란 비교는 모멸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 퀴어 문학 초기에는 “동물원 원숭이 보듯”했던 것을 언급했다.

박 평론가는 “소설의 당사자성이 퀴어 서사에만 적용되고 있다”며 “위험하고 주관적 시도”라고 했다. 덧 붙여 “타인에게 개인의 정체성을 요구 및 공표하는 것은 또 다른 의미의 폭력”이라 말했다.

이어 ‘장르’의 구분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임솔아 작가는 문학에 장르가 없다는 의견을 냈다. 임 작가는 시와 소설을 같이 쓰고 있는 작가다. 임 작가는 시를 24세에 처음 접했지만, 글이라는 것을 장르로 나누어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둘 중에 어떤 것이 좋으냐. 어떻게 다르냐.”를 묻곤 한다고 했다. 하지만 임 작가는 “시와 소설이 따로 구분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몸을 마치 규정에 맞춰 잘라서 파는 느낌”이라 말했다.

박상영 작가와 윤솔아 작가이다.(사진=오원숙 기자)
박상영 작가와 임솔아 작가이다.(사진=오원숙 기자)

마치 몸처럼 덩어리째 있는 것을 장르를 구분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 작가는 이 구분되지 않은 장르를 어떻게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며 문단의 문제를 지적했다. 장르 구분 없이 읽고 쓰던 사람들은 이런 문턱에서 장르를 규정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러한 문제가 작가들의 문학 진입에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박 평론가도 “출판사가 탈장르를 말한다. 하지만 작품을 출간하는 과정에 장르를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출판사는 탈장르를 한다지만 규정을 완벽히 준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임 작가의 소설집 작품 ‘눈과 사람과 눈사람’의 표제작은 피해자와 연대자의 갈등을 서사했다. 피해자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임 작가는 이런 상황에 대해 각주를 달아두었다.

박혜진 평론가는 임 작가의 작품에 대해 작품을 쓰게 된 계기와 배경을 물었다. 이에 임 작가는 “계기와 배경을 말하는 것은 배경과 겹쳐 현실적 밀착감을 준다. 하지만, 오히려 현실적 배경 프레임이 가둔다.”며 “프레임 안에 갇히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답했다. 

작가들의 대화는 소설집의 다른 소설 ‘추앙’을 등장시켰다. 아래는 소설의 내용이다.

정원은 문단 내 성폭력 피해자다. 정원은 ‘성추행 범을 욕하고 여성성의 해방을 부르짖는다. 동시에 성추행 범을 추앙하고 그들의 가부장적이고 마초적인 성향을 찬미하는’ 선배 현석을 이해할 수 없다. 현석이 지지하는 것은 자유와 페미니즘, 자유로운 시 쓰기가 아니라 ‘시에 대한 고급적 안목을 추구한다는 일종의 우월감’이었다.

소설 ‘추앙’은 임솔아 작가가 습작기 시절의 이야기다. 문단 내 성폭력이 당시에 가벼운 ‘일탈’정도로 다뤄지며 방관된 폭력과 묵인을 다룬 이야기다. 작품에는 각주를 달아 알아보기 쉽게 했다. 집픨 최기에는 작가의 경험과 내용을 넣지 않았다. 그러면서 먼저 용기를 낸 피해자들로부터 용기를 얻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논픽션으로 집필을 고민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등장인물 현석이 허구이기에 제외를 해야 했다.

등장인물 현석을 제거하는 것은 소설의 동력에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또 진실을 표현하는데 매우 중요한 인물이었다. 소설에는 허구지만 현석의 등장이 진실에 가까워 질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방식이 경험과 소설, 소설이 논픽션으로, 논픽션이 다시 소설로 가는 과정이 만들어 졌다는 것이다. 이 작품이 허구와 진실로 오가는 내용에서 장르의 규정에 대한 경험적 체험으로 소설에 담아 두었다는 것이다.

이어 ‘관계’라는 것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사회를 보던 박혜진 평론가는 ‘대도시의 사랑법’에 대해 이야기 했다. 등장인물 이성애자 재희와 동성애자 나는 타인에게 동거중인 애인으로 보여 진다. 그러나 둘만의 관계가 있다. 관계에 대한 상식이 파훼되는 부분이다. 박 작가는 “어제와 오늘의 나도 다르다. 그래서 두 사람의 관계를 규정지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규정은 대부분 편의를 위해서 이다. 규정화 과정은 필요하다. 그러나 규정으로 표현할 수 없는 것.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 문학”이라고 생각을 전했다.  

임솔아 작가가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오원숙 기자)
임솔아 작가가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오원숙 기자)

이 작품은 작가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새로운 인물과 서사로 재 탐구해보는 과정이었다. 소설의 두 인물의 관계에 대한 질문은 그래서 답할 수 없다. 규정할 수 없는 관계는 소설의 전개 속에서 독자 스스로 찾아야 한다. 박 작가는 ‘대도시의 사랑법’은 다양한 종류의 사람관계를 살펴볼 수 있다.   

박 작가는 등장인물 작가 ‘영’은 창작을 통해 해소와 존재를 증명한다. 아무도 관심이 없을 것 같은 이야기를 다자적 관심을 유발시키는 대상으로 만드는 것. 이러한 작업은 즐거움이라 말했다.

반면 본연의 박 작가는 “작가는 유기체며, 계속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독자를 통해 피드백 받는 과정에서 변화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최근 작품을 쓸 때 고려했던 부분을 설명했다. 자신과 비평가, 독자 등을 고려해 소설을 쓰게 된다는 것. 또 작품이 나만의 작품으로 남에게 읽히지 않을 때와 지금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이다.
 
임솔아 작가는 “소설도 쓰는 임솔아 시인”이라는 말을 가장 듣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마치 어린이를 위해 돈가스메뉴를 파는 파스타 집 같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번 소설집에 대한 평가나 독자의 반응은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서점에서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독자가 전달해주고 간 메모가 큰 힘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 쪽지에는 “임솔아 작가님 오래오래 글 써주세요”라는 쪽지였다고 했다.

또 작가는 “도전은 용감한 것이 아니라 벼랑 끝에서 하는 선택과 행동이다.”라 말하며 “나에게 도전은 새 작품을 쓰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대담을 통해 사회적 규정이 주는 폐해와 새로운 인류에 대한 관계를 정립하는 시간이 되었다. 각자의 존재가 인정받고 성향에 대한 편견 없는 사회의 구조가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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