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식 작가가 고전에 등장하는 괴물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오원숙 기자)
곽재식 작가가 고전에 등장하는 괴물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오원숙 기자)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판타지를 좋아했던 것을 기억한다. 아니 어린 시절이 아니라 지금도 판타지물을 좋아하는 것 같다. 슈퍼 영웅과 같은 불멸의 존재들이 내가 이루지 못하는 부분을 이루어주는 ‘대리만족’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면서 이러한 해외 판타지물들이 우리문화에 파고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한국형 판타지에 대한 요구도 절실해 진 것 같다.
   
지난 6일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는 2018 전통문화 창작 콘퍼런스(이하 ‘콘퍼런스’) “상상력의 닫힘과 열림, 한국형 판타지를 말한다.”가 열렸다. 이번 콘퍼런스는 ‘전통문화를 활용한 콘텐츠 창작 경향’ 및 역사기관과 전문 창작자가 문화와 기록물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이다. 2012년 첫 행사를 시작으로 선조들의 기록물을 토대로 한국형 판타지 콘텐츠의 가능성을 살피는 것이다.

콘퍼런스는 세 가지 섹션으로 구분하여 진행됐다. 첫 번째는 ‘한국형 판타지를 말하다’와 두 번째 ‘선인의 상상세계, 판타지로 그리다.’이다. 콘퍼런스는 학국국학진흥원 김상준 부원장의 인사말로 시작했다. 김 부원장은 최근 영화계의 작품 ‘신과 함께’, ‘괴물’, ‘창궐’ 등 한국형 판타지의 성공에 힘입어, 단순한 발표와 학술 연구를 넘어, 실질적인 작품화를 할 수 있는 방안의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진산 우지현 작가의 모습이다.(사진=오원숙 기자)
진산 우지현 작가의 모습이다.(사진=오원숙 기자)

첫 섹션으로 진행된 ‘한국형 판타지를 말하다’에서는 진산 우지연 작가가 특징과 전망을 얘기했다. 또 곽재식 작가가 한국고전 속에 등장하는 괴물의 종류와 특징에 대한 내용을 정리했다.

현대 판타지로 유명한 돌킨은 “판타지가 현실의 왜곡”이라 말했다. 돌킨은 자신의 작품 ‘호빗’과 ‘반지의 제왕’을 통해 소박한 사람들이 거대 힘에 대항하며 극복해 나가는 과정은 한편의 서사시로 보인다고 우 작가는 말했다. 이렇게 은유적으로 표현된 판타지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점에서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모습은 등장 요소에 대한 해석도 각 나라별로 달리하고 있다. 왕정국가에서 등장하는 엘프나 드래곤의 모습은 나라의 정치와 배경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왕의 힘이 강력하지 않는 국가에서는 판타지에서도 왕의 힘을 보잘 것 없이 표현하고 있다. 오히려 괴물을 더 힘의 상징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 한 예로 폴란드 작가 ‘안드레 샙코브스키’의 소설 ‘위쳐’에서는 왕의 권력이 힘을 상실한다. ‘위쳐’라는 사냥꾼이 민중을 지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렇듯 판타지는 특정국가와 만나면 전혀 다른 등장요소로 역할이 바뀐다고 우 작가는 설명했다. 한국적인 소재에 대해서는 등장요소에 대한 내용이 한국적으로 보일 때까지 왜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재식 작가가 설명하고 있다(사진=오원숙 기자)
곽재식 작가가 설명하고 있다(사진=오원숙 기자)

곽잭식 작가도 이에 동의하며 어떤 것이 진짜 한국의 전통이라는 것보다 접근방법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도깨비에 대한 내용을 소개했다. 일본의 도깨비는 뿔이 있고 팬티를 입은 것이다. 또 한국의 도깨비는 뿔이 엇고 장난을 좋아한다. 그렇기에 악의도 없다. 이런 것이 도깨비에 대한 정설이기는 하지만, 실록의 내용을 보면 뿔 있는 도깨비도 등장하고, 사람을 해치는 것도 등장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한국 설화나 고전에 등장하는 괴물도 다양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점들이 현대문학으로 넘어오며 지나치게 좁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발표가 끝난 후 토론이 이어지며, 양창진 한국학중앙연구원과 동북아역사재단 윤유숙 연구원은 “누가 쓰느냐에 따라 형식이 바뀐다.”는 결론을 냈다. 한국 사람이 쓰면 결국은 한국형 판타지가 된다는 것이다.
 

'돌배' 장혜원 작가이다.(사진=오원숙 기자)
'돌배' 장혜원 작가이다.(사진=오원숙 기자)

‘선인의 상상세계, 탄타지로 그리다’는 주제로 웹툰 작가들과 만남의 시간이 두 번째 섹션이었다. ‘선녀와 나무꾼의 변주, 21세기 선녀’라는 주제로 설명이 이어졌다. 필명 ‘돌배’ 장혜원 작가는 자신의 작품 ‘계룡선녀전’이 ‘선녀와 나무꾼’의 고전을 현대의 시각으로 재해석했다. 작품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병합하고 이것을 현대적 관점으로 재해석해 작품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웹툰 '바리공주'의 김나임 작가이다(사진=오원숙 기자)
웹툰 '바리공주'의 김나임 작가이다(사진=오원숙 기자)

또 ‘바리공주가 전하는 위로와 희망’을 주제로 김나임 작가의 작품설명이 이어졌다. 김 작가는 귀신들의 아픔에 집중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총각 귀신인 몽달귀’, ‘처녀귀신이 손말명’ 등 전통 귀신들의 모습과 아픔을 보여주고 있다. 김나영 작가가 최근 연재를 시작한 웹툰 ‘바리공주’의 내용이다. 웹툰 작가들의 발표가 끝난 후 토론이 이어졌다. 
 

로비의 홍보부스의 모습이다(사진=오원숙 기자)
로비의 홍보부스의 모습이다(사진=오원숙 기자)

 

이날 행사에는 콘퍼런스가 진행되며 로비에서는 7개 주관처의 작품과 콘퍼런스 참여자의 작품들이 홍보부스를 통해 전시되었다. 콘퍼런스는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국사편찬위원회, 규장각한국학연구원, 동북아역사재단,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국학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항중앙연구원 7개 단체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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