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학계는 커다란 변화의 과정을 겪고 있다. 2015년 신경숙씨의 표절사건이 있었다. 더불어 문단 내 성폭력 피해사실을 알리는 #미투 운동까지 격랑의 장이었다. 또한 친일문인에 대한 적폐청산으로 문단이 아직까지도 진통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 기존 문예지에 대한 문제도 한 축을 담당했다.

문예지에 대한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새로운 문예들이 등장하기에 이른다. 2015년 비평 없는 문예지를 표방하며 출간된 악스트, 추리를 전문으로 하는 미스테리아가 창간됐다. 이후 16년에는 릿터, 이후 17년에는 문학3이 창간되었다. 이후 독립 문예지와 대안 문예지가 대거 등장하며, 전문화 되어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문학주관 2016’에서는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문예지의 편집장들과 만남의 장을 만들었다. 바로 “지금다시, 문예지”포럼을 열어 변화의 주역들과 만남을 주선한 것이다. 지난 10월 4일 제14회 와우북페스티벌에서 이들을 다시 초대하는 “계속, 문예지”라는 주제로 포럼이 다시 열렸다. 2년 만에 그 동안 목표한 내용을 듣고 점검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날 자리에는 악스트 백다흠 편집장과 릿터 서효인편집장, 그리고 미스테리아 김용언 편집장이 참여했다.

미스테리아 김용언 편집장(왼쪽부터),악스트 백다흠 편집장, 릿터 서효인 편집장이다.(사진=김규용 기자)
미스테리아 김용언 편집장(왼쪽부터),악스트 백다흠 편집장, 릿터 서효인 편집장이다.(사진=김규용 기자)

사회는 김신식 연구자가 진행하며 지난 3년간 잡지를 만들었던 과정을 이야기 했다. 김신식 사회자가 지난 3년간의 소회를 키워드로 표현한다면 어떤 것이 있느냐의 질문했다. 악스트의 백다흠 편집장은 ‘다기망양’, 릿터의 서효인 편집장은 ‘겸허함’, 미스테리아의 김용언 편집장은 ‘불안함’을 꼽았다.

‘세계의 문학’이란 문예지를 운영하던 민음사는 2015년 겨울호를 끝으로 종간했다. 이후 2016년 8월 ‘릿터’라는 이름으로 문예지를 다시 창간했다. 독자들과 친근한 문예지를 만들겠다는 창간사를 밝히기도 했다. 서 편집장은 처음 ‘릿터’를 펴 낼 당시 만해도 뭐든 대단한 것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막상 진행을 하다 보니 유지와 지속이 더 어려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6년 10월에 포럼을 생각했다. 그때는 창간하고 두 번째 호를 펴냈을 때였다고 했다. 두려움 없이 이런저런 말을 했던 기억이 떠올라 부끄럽다고 말했다. 독자들을 매료시키기에는 너무나 어려웠던 점을 들었다. 그로 인해 ‘겸허함’을 배워 나가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악스트’는 2015년 6월 창간호를 냈다. 은행나무 출판사가 비평 없는 문예지를 표방하며 펴 낸 것이다. 지난 포럼 때 백다흠 편집장은 잡지는 잡스러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며 악스트는 즐거운 문화를 전하는 잡지가 될 것이라 말했다. 동네 미용실과 이발소 등에 배치되길 기대했던 백 편집장은 가격도 2,900원이어서 접근성을 쉽게 했다. 

그러나 백 편집장은 창간 3년을 돌아보며 "다기망양(多岐亡羊)"이라 했다. 이는 여러 갈래 길에서 갈 곳이 많아 정작 양을 찾지 못한다는 사자성어다. 즉 전문분야가 없이 다양한 분야를 다루다보니 잡지의 정체성에 혼란이 왔다는 이야기다. 백 편집장은 이 말로 자신의 심정을 대변하겠다고 말했다. 다루고 싶은 분야가 많았고 할 일이 많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이제와 생각해 보니 양을 잃어버린 느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항상 고민하고 고민해서 편집을 마친다고 한다.

2015년 6월 문학동네 임프린트 엘릭시르에서 창간한 ‘미스테리아’는 추리소설 전문지이다. 2016년 당시 포럼에 참여해 김용언 편집장은 미스테리 장르에 집중한 이유와 창간과정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포럼에 참여해서 키워드를 ‘불안함’을 이야기 했다. 김 편집장은 특집·수록작 기획하는 열흘 정도를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필자의 뜻대로 기획이 되었는지, 편집은, 독자들은 어떻게 볼 것이지, 끝없는 불안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김 편집장은 출간된 책에 대한 독자의 반응과 리뷰를 보며 다음 호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를 고민한다고 했다.
이렇게 지난 3년을 항상 고민하고, 반응을 걱정하고 하여 독자와 다가가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며 이 ‘불안함’이 끝없이 고민하고 일을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고 했다.
참여한 편집장들은 잡지의 가격이나, 협업 및 주요 컨셉 등을 말하며 의견을 나누었다.

릿터의 서 편집장은 기존의 고정관념에 대한 문제점을 얘기했다. 서 편집장은 편집장인 동시에 문단에도 속해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편집을 할 때 기존의 루틴이 섞이지 않아야 하는데 자신도 그 루틴이 익숙하고 또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면들이 잘 바뀌지 않는 문제를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문제가 잡지에서라도 바뀌어 져야 하는데 자신의 선입견과 취향의 문제도 있는 것 같다며 자책했다. 그러면서 좀 더 유연한 태도와 생각을 가지고 잡지를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이제는 “문단 자체가 논쟁거리가 엷어졌다”라고 악스트 백다흠 편집장이 말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문단이란 의미가 엷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백 편집장은 시와 에세이, 소설을 볼 때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인가를 본다는 것이다. 역시 잡지를 만들 때도 같은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한 독자가 이 책을 습관처럼 샀다는 말에 백 편집장은 많은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필요성과 왜 만들어야 하는가라는 명제에 답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독자의 말처럼 누군가에게는 습관처럼 구매할 수 있는 잡지. 역시 필요에 의해서 구매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일반적으로 다가오는 잡지의 의미가 많이 무색해졌다. 나이를 50대 이상의 사람들이라면 잡지에 대한 생각이 무척 많을 것이다. 시대적으로 홍수를 이루듯이 펴내진 것이 바로 여러 잡지였다. 시대가 변하며 인터넷으로 모든 정보를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잡지를 구독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것은 종이만이 가지고 있는 질감도 구독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또 인터넷으로 보는 것보다 전문화된 내용을 충실히 다룬다면 독자를 확보하는 좋은 방향이 될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러한 편집장들의 활동을 통해 더욱 발전하는 잡지의 모습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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