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을 진행하고 있는 조해진 작가(사진=오원숙 기자)
강연을 진행하고 있는 조해진 작가(사진=오원숙 기자)

‘홀로코스트’라는 단어를 아시나요? 이 단어는 대량학살을 의미합니다. 일반명사로 쓰일 때는 동물이나 대량으로 살 처분해야 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그러나 이 말을 뼈아픈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바로 유태인에게는 독일 나치의 아우슈비츠의 대학살을 말하는 단어로 각인되어 있다. 물론 캄보디아의 킬링필드나, 보스니아 내전, 르완다의 종족분쟁 등도 있다. 그러나 ‘홀로코스트’는 유대인이 숨져간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대변되고 있다. 이는 여기서 600만 명 이상의 유대인이 고통스럽게 삶을 마감하였기 때문이다.

‘가을밤의 북 토크’를 지난 10일 의정부과학도서관에서 진행했다. 의정부과학도서관에서 10월 매주 수요일에 작가나 편집인 등 저자들로부터 직접 책에 대한 내용을 들어보는 시간으로 마련되었다. 이날은 첫 손님으로 조해진 작가가 초대되었다. 

조해진 작가는 1976년 서울 출생으로 2004년 문예중앙을 통해 등단했다. 이후 ‘베르린 필’, ‘산책자의 행복’ 등 다수의 작품을 펴내고 있다. 지난 2017년 2월에 ‘창작과 비평’을 통해 펴낸 ‘빛의 호위’라는 작품이 오늘 대화의 대상이다. 조 작가는 작품에 영향을 미친 두 권의 책을 먼저 소개했다.

먼저 프리모 레비라는 작가 쓴 ‘이것이 인간인가’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생존자 자신이 직접 쓴 것으로 사실적 묘사가 뛰어난 작품이다. 두 번째 작품은 ‘디아스포라 기행’을 쓴 서경식 작가의 작품이다. 서 작가는 ‘디아스포라 기행’이란 작품을 프리모 레비나 디아스포라 유대인의 증언을 바탕으로 써 내려갔다.
그래서 그 아픔의 흔적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조해진 작가는 홀로코스트 이야기가 담긴 ‘빛의 호위’를 집필했다. 그 집필과정에 영향을 받은 두권의 책을 소개한 것이다. 40년대에 태어나지도 않은 한국에 사는 작가가 홀로코스트를 담는 소설이 집필된 계기를 말했다.

소설 ‘빛의 호위’는 알마 마이어라는 인물과 한국의 종군 사진기자 ‘권은’을 교차하며 이야기기 전개된다. 알마 마이어는 유대인으로 벨기에 오케스트라 단원이었다. 나치에 의해 유대인 등록령이 내려지며, 도망을 다니던 알마 마이어에게 호르니스트 장이라는 인물이 은신처를 제공한다. 둘은 사랑에 빠지지만 결국 피해 달아 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 도주한 알마는 장의 아들 노먼을 낳는다. 성장한 아들 노먼은 팔레스타인 분쟁지역으로 향한다. 장이라는 아버지의 타인을 위한 삶을 실천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그곳에서 폭탄테러로 인해 사망한다.

이러한 내용을 권은이라는 종군 사진 기자가 ‘사람, 사람들’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게 된다. 바로 알마와 그의 아들 노먼의 생애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권은에게 큰 감명을 준다. 권은 역시 죽음을 생각하던 빈곤한 어린시절이 있었다. 이 소설에서 화자는 그러한 권은에게 카메라를 주었다. 팔아 생계에 도움을 주라는 의미였다. 그러난 권은은 그것을 계기로 삶을 찾고 지금의 종군 사진기자가 된 것이다.

조 작가는 이러한 두 가지의 사건과 시각으로 국가에 대한 폭력을 바라봤다. 동시에 피해를 입은 피해자로서 타인을 살리고자 하는 노력을 그리며 아픔을 통찰하게 한다.

작가는 자신에게 영향을 준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라는 작품에 대해 증언문학 작가로서 의문을 던졌다. ‘이것이 인간인가’라는 작품은 유대인임을 밝힌 자신이 아우슈비츠의 생활을 하면서 겪은 일을 고발하고 있다. 배고픔에 빵을 한 조각 얻겠다고 시키는 일이면 최선을 다하는 수용자. 지나친 노동으로 발이 괴사하는 남성들. 그리고 가스실로 끌려가는 여성들... 그리고 아이들...

8년 전 처음 작품을 읽게 된 조 작가는 그 얼마 전 아우슈비츠를 다녀왔다. 조 작가는 작품에 대한 감상을 당 시 감상을 이야기 했다. “나는 안전하다. 나는 당연히 보호 받는다.”라는 생각이 이미 “타인과의 차별을 생각하게 되고, 역시 차별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면서 영원한 것은 없고 자신 역시 이방인이라 생각했다는 것이다. 

조혜진 작가이다.(사진=오원숙 기자)
조혜진 작가이다.(사진=오원숙 기자)

조 작가는 프리모 레비가 말년에 자살을 한 사건으로 생각해 볼 때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고 했다. 그 험지에서 살아남아 상처를 씻어내듯 써내려간 작품을 썼다. 그럼에도 치유를 받거나 될 수 없었던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처에 대한 인간이 느끼는 것은 어디까지 일까에 대한 고민을 말했다.

또 하나의 작품 ‘디아스포라 기행’을 이야기했다. 서경식 작가는 재일 조선인이다. 현재 도쿄경제대학교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서 교수가 런던과 잘츠부르크 등을 두루 걸쳐 한국의 광주까지 여행을 통해 디아스포라를 탐구하며 그들의 삶과 예술에 대한 내용이다. 특히 자신이 살고 있는 일본에서 조선인에 대한 차별과 형들이 한국으로 와 간첩으로 몰려 수감생활 등을 바라보며 국가에 대한 정체성에 혼란이 있었다고 했다. 그의 형들은 1970년 유학생 간첩사건으로 몰려 20년간의 수감생활을 했다. 그러한 사건으로 서 교수는 자신이 디아스포라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 것이다. 어디에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자신의 정체성.

‘디아스포라 기행’은 강제적인 사유로 자신의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사람들을 ‘디아스포라’로 정의했다고 했다. 내용 중 4장 ‘추방당하는 자들’에 장 아메리의 이야기는 감명을 주었다고 한다.  장 아메리의 본명인 한스 마이어이다. 여기서 알마 마이어라는 이름을 차용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장 아메리 역시 프리모 레비와 마찬가지로 아우슈비츠 생존자 출신의 작가다. 역시 장 아메리도 1978년 자살한다. 이들을 통해 본 아우슈비츠의 생존자들이 견디기 힘든 고통 속에 살았을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감수성이 예민한 작가들은 이러한 상처를 안고 살아갈 수 없었을 것이다. 아우슈비츠 이야기가 시작된 것은 1960년대다. 이들은 극도로 이것을 고발하고 풀어내고 싶었을 것이다.

이날 조 작가는 대담을 마치며 “사람을 변화시키는 좋은 책. 책을 읽기 전에도 작가”였다. 하지만 “이러한 책들을 읽은 나는 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책을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며 마쳤다.

행사를 통해 참여한 사람들은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날의 대담은 나라에 대한 소중함과 나의 보호 장벽인 나라가 없을 때 벌어지는 일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도 일제 강점기라는 뼈아픈 과거가 있기에 더욱 소중해 나라라는 존재가 더욱 소중하게 느낀다고 참여자들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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